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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러 가는 길

by 한결

얼마 전까지 인생상담을 하던 동생을 만나러 간다.

이제 더는 볼 수 없지만 오늘이 이 녀석과 공식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아

급하게 기차표를 끊어 대구로 향한다.


동생의 첫 직장에서 만난 갑질 상사의 욕을 함께 했고, 결혼하고 아이 낳으면서 남편과의 어려움을 나누었고, 아이 낳고 재취직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던 친동생 같은 사촌동생..

외동이라 언니가 친언니 같다면서 고민을 가득 안고 전화나 문자 하면서도 매번

조심스러워하던 어리면서도 속 깊은 녀석.


얼마 전 추석이라고 인사차 전화하면서 동생의 고민을 듣고

이후 한 번 알아봐 주마 하고 끊고

해답을 찾지 못해 그래도 전화는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만 하다

결국 답을 들려주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미안하게..


항상 장난스러운 웃음과 유머 가득했던 너는

그냥 어디선가

짜짠 하고 장난처럼 나타날 것 같다.


너무 이른 나이라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직 피어날 것이 많은 니가 이 세상에 없다니

너무 참담하다..

너도 떠나면서 얼마나 뒤돌아봤을까..

어린 자식도 두고 가는 길이

얼마나 발길이 안 떨어졌을까..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생각만 흘려보내다 시간이 지나면

너와의 기억이 점점 희미해질까 봐

이렇게 글을 남긴다.


잘 가 동생아

너의 마지막 순간이 고통스럽지 않았기를..


고통 없는 곳에서

우리 다음번에 만날 때 건강한 모습으로

웃으며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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