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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돌다리도 다시 두드려봐야지

자전거 가족 나들이

by 한결

어제는 슬며시 비치기만 한 빗방울에 흐린 날씨로 제법 선선했다.

입추가 지나니 신기하게도 바람이 선선해진다.

오늘도 그랬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래간만에 가족자전거 나들이를 아침 식사하며 제안했다.

우리 가족은 멀리는 가지 못하지만 왕복 10km 거리를 나들이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저번 보다 조금 더 떨어진 호수공원으로 왕복 14km 도전을 해보려 한다.

자전거 지도로 찍으면 40분 정도로 멀지 않은 거리다.


아침 식사 후 자전거 나들이를 위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에게 딸이 다가와 조심스레 묻는다.

"엄마, 나 엄마한테 오랜만에 인라인 자세교정도 받고 인라인을 타고 싶은데 인라인 타러 갈래요?"

자전거 타러 나가기로 했는데.. 너무 뜨겁지 않은 시간 이동하려면 바로 나가야 하는데 이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가?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선다.

"오늘은 가족들이 다 같이 나가기로 했으니 내일도 방학이니 내일 엄마랑 인라인 타면 어떨까?"

라고 조심스레 제안하는데

실망한 딸아이의 얼굴과 뒤에 나타난 남편이 이야기(잔소리) 한다.

"조금 늦게 출발하면 되지. 아이가 하고 싶다는데 왜 미루는 거예요? 그거 한다고 못 가는 것도 아니고..(생략)"

.."알겠어요"

알겠다는 나의 대답은 긍정보다는 화가 많이 난 OK이다.


다시 외출준비로 돌아와 마무리가 될 때까지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그래.. 하고 싶다는데 자꾸 거절하면 아이도 앞으로 나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을까?

뭐, 하고 싶다는 거 하면 되지..' 그런데 왜 자꾸 불편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30분도 안 돼서 아이는 더워서 물이 먹고 싶다며 집에 들어가잔다.

자전거 나들이 준비가 된 신랑과 아들은 바깥으로 나오며 바통체인지.


딸아이와 물도 먹고 시원한 물과 뜨거운 햇볕을 대비할 선크림과 모자로 무장하여 자전거 부대는 출동한다.


우리 집 가족자전거 대형은

길 안내자인 아빠가 선두로 잘 따라갈 수 있는 순서로 첫째와 둘째, 마지막에 대형이 흐트러지지 않는지 확인해 줄 엄마 순이다.


네이버지도로 자전거 길이 잘 나오긴 하지만 익숙지 않은 길에다 '가다 보면 나오는 게 길'이라는 신념의 사나이가 안내자이다 보니 몇 번 헤매다가 도착했다.


이 사나이의 무작정 여행에 불만도 많았지만 살면서 계획했던 것보다 긍정의 면도 많이 보았기에 이제는 부화가 날 때도 있지만 굳이 표현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노력! 중이다. 전혀 표현하지 않는 건 아직 수행 중..)


호수공원 복합몰에서 식사와 커피 한잔으로 휴식 후 집으로 출발한다.


가는 길은 몰라서 허둥지둥 이었는데

돌아오는 길은 제법 연결된 자전거 길도 찾고 숲 속의 자전거 길로 이동하며 제법 운치 있는 길로 돌아올 수 있었다.

20250810_140554.jpg

이래서 첫 번째가 어렵다.


오늘의 중요사건,

점심식사 중 이야기 한 딸아이의 속마음에 많이 뜨끔했다.

"엄마 인라인스케이트 타고 왔으면 너무 힘들뻔했어. 아마 중간에 벗어던졌을걸?"

아마, 인라인 스케이트를 한번 타보고 탈 만하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올 생각이었나 보다.

나름 본인이 생각해 시행하기 위한 계획이 있는 제안이었는데

내 입장에서는 기껏 잡아놓은 가족여행을 뒤집는 행동으로 보았던 것이다.


오늘 인라인 타러 나오지 않았다면

어린 마음에 상처를 줄뻔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잔소리한 신랑한테 부화가 났던 내 마음이 미안해진다.


생각보다 더웠던 땡볕 라이딩이었지만

이렇게 또 한 컷이 쌓이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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