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곁.

by ju


햇살이 창 너머로 기울어지는 한낮의 시간,
허공을 부유하던 먼지 몇 톨이 서서히 가라앉고
일렁이는 빛의 결이 선명해지는 순간.


그 순간을 바라보고 있자면, 어쩌면, 시간은 흘러가는 게 아니라 멈춰진 순간들의 조각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친다


볕은 시선을 파고든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볕이 드는 공간과 그 순간을, 좋아하곤 했다. 별다를 것 없었지만 매번 비슷하게 반복되던 주말의 광경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부지런한 우리 가족은 적당히 늦잠을 자고 일어나 식사를 하고, 엄마가 깎아주는 과일을 먹고, 가끔은 아빠가 청소기를 돌린다. 나는 소파 끄트머리에 앉아서 티비를 보다가 적당히 시간이 지나면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을 열면 잘 정돈된 침대 위로 햇살이 한 줌씩 올라앉아있었다. 나는 침대 속으로 몸을 던져 넣고 낮잠을 자거나 판타지소설을 읽곤 했다

창 너머로 기울어진 햇살을 온 감각으로 들이키며.

그 감각이 잉태한 안정감은 어느새 내 중심이 되어있다.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높이 들어본다
빛의 가지를 따라가면 둥그런 중심이 있고,
그 중심에서 길게 뻗은 희미하지만 분명한 가지들은
풍경의 틈새를 파고든다.




빛이 갈라놓은 조각난 형상에 시선을 맞추면,

때로는 숨을 틔여주는 따뜻한 포옹이 된다.






누군가의 볕이 될 수 있을까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그렇기에 중심을 잃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뚜렷하고 단단하고 뜨거운 중심을 만들어,
따스한 곁을 내어줘야지.

볕이 되어줘야지.


볕은 늘 그렇듯, 시선을 파고들다,
사색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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