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는 운전하며 글을 쓴다

by 산들


혹시 원고는 다 쓰셨나요?

제가 너무 바빠서요. 지금도 한 손으로 전화를 받고 한 손으로는 수첩을 들고 있어요.

써보시기는 했나요?

시도는 했는데 시간이 없어서요.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시간이 없다는 말을 했다. 그와 전화를 하는 내내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책을 내기로 기획하고 원고를 이야기한 게 지난 8월이다. 그리고 오늘은 10월 마지막 주이다. 이 긴 시간 동안 대체 무엇을 하고 지냈다는 말인가. 그럼 언제나 가능햐나는 말에 다음 주까지는 바쁘고 그다음 주나 시간이 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때쯤이면 우리는 이미 원고를 마무리하고 있어야 한다.


DSC_5873.JPG


그는 자신이 지금 얼마나 바쁜가를 이야기하였다. 말을 들어보니 바쁠 만도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는 자신이 시간이 없다고 믿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다.


하루에 10분이나 20분도 어려운가요?

새벽부터 밤까지, 그리고 주말까지 계속 일이 있어요. 계속 바빴어요.

운전은 하시나요?

그럼요. 대부분 시간을 운전하는 걸요.


그의 시선은 자신의 시간이 없음을 강변하는 데 맞추어져 있었겠지만 나는 달랐다. 그가 시간을 내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와 나의 차이점은 기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DSC_6127.JPG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책상 앞에 앉아야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도 책상 앞이나 컴퓨터 앞에 앉을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답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그에게는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다.


핸드폰에는 녹음 기능이 있다. 믿어지지 않는다면 당장 확인시켜줄 수 있다. 당신이 특정 주제를 선택한 후 1분만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라. 그걸 녹음하는 것이다. 그리고 녹음한 걸 들으면서 컴퓨터에 치는 것이다. 대략 1분 정도 일반적인 말하는 속도로 녹음했다면 대략 4줄 내외의 글쓰기가 이루어진 셈이다. 20분 정도면 한글로 2페이지 정도의 분량이 나온다. 놀랍지 않은가. 짧게 운전하는 경우도 있으나 20분만 잡아도 2페이지를 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운전하는 시간, 하루 5분만이라도 투자한다면 얼마나 많은 내용을 쓸 수 있겠나.


아마 이 말을 들은 이라면 이렇게 반문할 것이다.


아니, 그러면 내용이 횡설수설하지 않나요. 문맥도 안 맞을 수 있고요.



DSC_6138.JPG


이 말의 답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이다. 하지만 주제가 있는 1분 말하기로 여러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깜짝 놀랄 만큼 내용이 좋았다. 아마 본인들도 자신들이 그 짧은 시간에 생각해낸 내용에 대해 감탄했을 수도 있다. 그들이 말한 내용은 산만하거나 어설프지 않고 오히려 상당히 좋아서 놀랄 정도였다. 일부가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었지만 대개는 좋았다. 물론 시간이 길어지면 약간의 어수선함이나 문맥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나 그거야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다음 퇴고에서 고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이 없다는 말은 더 이상 하지 않기 바란다. 하루에서 자기를 위해 불과 5분을 쓰지 못하는 인생이라면 얼마나 안타까운가. 글쓰기가 어렵다면 당장 핸드폰에 있는 녹음기를 켜고 말로 글을 써보자. 자기에게 하는 말도 좋고 친구나 연인에게 글을 써도 좋다. 나중에 들으면서 자신에게 대견한 마음이 들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당신도 이제 글을 쓸 준비가 된 셈이다.


1분은 버티고 나면 2분을 견딜 수 있고, 다시 5분 동안 이야기를 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지금 시도하면 당신도 평생을 작가라는 이름을 얻을 수 있다.


DSC_6148.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시 한번 전주를 돌아보게 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