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는 주유소가 있다? 없다?

by 산들



#왜 하필 신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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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에는 <전남에서 한 달 살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연히 라디오 방송에서 그 소식을 듣고 바로 해당 군에 전화를 하니 담당자는 그런 내용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때로 실무진 모르게 중앙에서 일이 처리되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프로그램 이름이 그렇다고 해서 딱 한 달을 전남에서 살아야 하는 건 아니고 일주일 단위나 10일 정도로도 조정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이 매력적인 건 숙박비를 지원해준다는 사실이다. 열흘 정도의 숙박비는 제법 부담이 크다. 더 좋은 건 휴가철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나는 완도에서 이십여 일을 지냈다. 숙소는 바로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그 기간 동안에 내 인생에서 가장 느긋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여름철, 노을이 익어가는 바다를 보는 게 가장 큰 낙이자 보람이었다. 그때 시간을 내어 완도에서 가까운 신안에 다녀온 적이 있었다. 막 천사 대교가 개통했을 무렵이었다. 예전에 임자도의 튤립 축제를 보기 위해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던 기억이 남아 있던 나로서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배를 타고 가는 섬도 좋지만 도로로 가는 섬도 나쁘지 않다.


신안에 있는 증도에 대해 알게 된 것도 그즈음이다. 그해 가족 모임을 증도에서 가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신안의 일몰은 장관이어서 한참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신안에서 한 달 살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더불어 신안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남기겠노라는 다짐도 했다. 그리고 이번에 신안군에서 모집하는 서포터스에 신청해서 활동을 하고 있다. 부디 이 활동이 끝날 때쯤이면 신안을 더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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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에는 주유소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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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 댁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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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겪은 일이다. 신안 압해도에 도착해서 둔장해변에 있는 <무한의 다리>까지 가는 동안에 주유소가 한 군데도 없다. 다리까지 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갈 기름이 없다. 가는 내내 사방을 둘러봐도 주유소는 찾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다소 여유가 있었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이럴 수 있지 하는 황당한 마음만 들었다. 이 동네 사람들은 전기차를 사용하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때 처음 알았다. 섬에는 도로변에 주유소가 있지 않고 면사무소 근처에 있다는 사실을.


또 하나 안 사실은 그것조차 6시 무렵이면 문을 닫는다는 것이다. 하기야 시골에서는 저녁 무렵만 되면 돌아다니는 사람을 구경하기 힘들다. 그 점에 관해서는 섬도 육지와 큰 차이가 없다. 손님이 없는 데 굳이 주유소 문을 열어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섬에 사는 사람이라면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실수할 일이 없지만 외지인이야말로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보통 때라면 긴급 출동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나 섬은 또 상황이 다를 테니까 섬 여행을 하는 이라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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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안 – 홍도, 흑산도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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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가족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홍도와 흑산도를 다녀온 적이 있다. 평소에 나는 홍도와 흑산도가 목포에 속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에 자료를 찾아보니 홍도와 흑산도가 신안에 속해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나는 왜 왜 홍도와 흑산도를 목포에 속해 있다고 생각했을까? 솔직히 단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다. 생각해 보니 목포에서 배를 탔기 때문에 홍도와 흑산도가 신안에 속해 있으리라고는 믿지 않았나 싶다. 아이러니하게도 홍도와 흑산도를 가기 위해서는 목포를 이용하다 보니 당연히 그런 착각이 들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홍도나 흑산도를 다녀온 이들 가운데 나만 그렇게 생각했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예전에 정약전의 이야기를 다른 영화 <자산어보>가 나와서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그 배경이 바로 흑산도였다. 천주교를 박해하던 당시 조선의 정책 때문에 정조 아래서는 대단한 활약을 펼쳤던 정약용 형제들도 내침을 당한다. 바로 신유박해이다. 육지에서 귀양 온 정약전은 물고기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 한국 최초의 어류도감인 <자산어보(玆山魚譜)>를 만들었다. 만약 그가 평생을 양반으로서 호의호식하면서 한양에서 살았더라면 결코 하지 못했을 경험이었다. 때로 어떤 인간은 이렇듯 시련을 겪고 위대한 일을 남기기도 한다. 물론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흑산도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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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신의 동생 정약용을 그리워하며 유배지에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의 동생 정약용 역시 전남 강진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목민심서>, <경세유표> 등 명저를 집필하였다.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어떤 인간은 분노를 다스리지 못해 화병으로 세상을 뜨기도 하지만 어떤 인간은 패배를 딛고 일어서서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망가지는 대신에 또 다른 도전을 시도한 이들 덕분에 우리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얻을 수 있었다.


글을 쓰고 있자니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좀 더 홍도와 흑산도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오래 머물지는 못하겠지만 이번에는 홍도와 흑산도의 식물과 섬에 사는 새들을 만나고 싶다. 그때는 듣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밤새 듣고 싶다. 섬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가슴에 담고 설레는 마음으로 뭍으로 돌아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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