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초도 수국 축제

by 산들




팽나무 숲길 10/8 구간에 들어서자 축제 행사장으로 가는 듯한 표지판이 보인다. 그렇다면 이 길이 맞다. 멀리서 보니 행사 이벤트 스탬프를 찍어주는 것도 보인다. 아마도 저기가 바로 내가 목표로 했던 10/10 구간일 것이다.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진다. 하지만 가까이 가서 보니 행사 물품이 소진되어서 이벤트를 종료한다는 안내문이 쓰여 있었다. 선물 때문에 온 것은 아니지만 그걸 보자 힘이 빠졌다. 그게 무엇이건 간에 기대치가 사라진다는 건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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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온 셈이다. 목적지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걷다 보니 어느새 수국 축제를 하는 행사장이 나왔다. 주차장 한편에 신안 특산물과 수국 등을 파는 곳이 있었고, 음식을 파는 천막이 쳐져 있었다. 행사 끝물이라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겠지만 그나마 별로 없는 사람들도 지쳐 보였다. 그런데 막상 식사할 만한 게 마땅히 없다. 나는 간단하게 국수를 시켜 먹고 사람들을 따라서 수국공원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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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상하게도 축제가 열리는 수국공원 입구라고 생각되는 곳에는 안내 이정표도 없고 설명도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 뒤를 쫓아가면 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따라갔다. 수국공원 정상으로 가는 길은 제법 가파른 편이었다. 나이 든 분들이 온다면 상당히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산에 조성한 줄 알았으나 예전에 밭이었던 곳을 수국을 심어서 공원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마을 주민에게 들었다. 아까 향나무 숲을 걸어올 때 만났던 수국들이 거기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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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수국은 많은 물을 필요로 하는 식물이다. 만약 집에서 수국을 키우기 실패했다면 그 이유는 물 조절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야생에서라면 다른 문제이겠지만 어린 수국이 자리를 잡기까지에는 적지 않은 물이 필요했을 것이다. 키울 때는 힘이 들지만 수국이 크고 난 다음 그 풍성함은 다른 꽃과 비교하기 힘들다. 비록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이라도 얼마든지 금손처럼 멋진 수국 사진을 건질 수도 있다. 또 꽃이 쉽게 지지 않고 오래가는 것도 수국이 가진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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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초도를 다니면서 무엇보다 내 눈에 뜨이는 것은 마을 색이었다. 박지도와 반월도가 있는 퍼플 섬은 섬의 지붕과 대문 등을 보라색으로 특색 있게 살렸는데 이번 도초도는 파란색으로 칠한 게 눈에 들어왔다. 게다가 나무 보호대까지 파란색으로 하다 보니 더운 여름철에 더 시원하게 느껴져서 다행이었다. 잠시 그늘에 쉬고 있는 동안 사람들이 “왜 길을 이렇게 헷갈리게 해 놨지? ” “길을 도무지 알 수가 없네. 이 길로 가야 하나?” 하며 지나갔다. 나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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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 게 아니라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수국공원에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었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체 행사를 하는데 최소한 몇 억 이상의 돈이 들었으리라. 그렇다면 조금만 더 친절했으면 어떨까 싶은 마음이었다. 보이지 않던 이정표나 화살표, 코스에 대한 안내 등이 있었더라면 어떨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이왕 하는 행사지만 참가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소한 배려가 곁들여지면 더 매력적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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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만난 수국공원 코스 안내도


내 궁금증은 공원을 다 내려와서 화장실에 갔을 때 비로소 풀렸다. 바로 거기에 수국공원 안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코스 안내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하지만 화장실을 가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런 코스가 존재한다는 자체도 모르고 지나쳤을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입장료를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사람들이 쉽게 구경할 수 있는 코스에 대한 안내 리플릿 역시 있었을 수 있다. 그 부분은 나중에 좀 더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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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내가 신안에 와서 몇 차례 놀란 것은 선도의 수산화 축제, 임자도의 튤립 축제, 퍼플섬의 라벤더 축제, 도초도의 수국 축제, 분재공원의 애기동백 축제 등 수많은 축제가 계속 열린다는 점이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다양한 축제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자치단체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하는 한 대부분의 지자체는 1년에 한 차례 정도 행사를 한다. 하지만 신안은 내가 알고 있기만 해도 축제가 상당히 많다. 1년 내내 다른 이야기를 다룰 만큼 신안이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말일 것이다. 천혜의 자연 자원과 풍부한 해산물, 그리고 이렇게 문화자원이 많은 땅이 서울이나 경기도에서 한두 시간 거리였더라면 아마 엄청난 사람이 몰려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신안까지 가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다른 모든 조건이 다 좋다 하더라도 거리에 대한 부담감이 나머지 장점을 상쇄시켜버린다. 거리가 멀다는 얘기는 당일치기를 하기 힘들다는 얘기고 그러면 어딘가 1박을 하고 식사를 해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최근 들어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신안은 그런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러니 외부 관광객으로서는 이 멋진 동네에 와서 한두 시간 머물다 가기에는 너무 아깝고 또 장기간 머물기는 쉽지 않은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셔틀버스를 기다리면서 마을 주민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 하나는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수국을 심었으니 이왕이면 다른 식물을 좀 더 심어서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을 연출했더라면 하는 것이었다. 꽃이 엄청나게 많은 데 비해 나비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놀랐기 때문이다. 6월은 나비가 가장 많은 계절이기도 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만 가진다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사람들에게 인상 깊은 장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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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개선했으면 하는 점도 있다. 신안을 방문할 때마다 점차 숙박시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혼자 여행하는 이들도 많기 때문에 군 단위에서 게스트하우스 형태를 운영하는 것도 좋겠다. 또 가족 단위 여행이 찾는 점을 고려해서 가격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 선에서 숙박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내가 생각할 때 신안 관광의 가장 큰 걸림돌은 음식점이다. 물론 분재공원 근처에 음식 거리가 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신한을 여러 차례 다녀온 내 경험으로서는 일단 식당으로 쉽게 들어갈 만한 곳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


그동안 신안에는 천사대교를 비롯해서 압해대교 등을 건설함으로써 육지와의 1일 생활권에 본격적으로 들어섰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이 말은 틀리지 않지만 서울과 경기, 강원, 경상도 어디에서도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게 또한 현실이다. 내 생각으로는 신안은 노을만 봐도 충분히 1박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기는 하다. 그러나 다른 이는 내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신안만의 독특한 매력을 발휘할 만한 상품을 특화시킬 필요도 있다.


내가 생각할 때 신안은 해외에 뒤지지 않는 매력적인 해변을 가지고 있다. 해수욕장 또한 일품이다. 신안에 갈 때마다 이 멋진 곳을 혼자만 독점하는 느낌이 들어 행복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앞으로 좀 더 많은 이들이 그 혜택을 누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신안에 와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인심 좋은 후덕한 사람들을 만나고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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