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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ug 30. 2022

이런 해수욕장 어떠세요?


살면서 마음에 드는 바다를 가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가끔 바다에 대한 동경을 이야기한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바다 보러 갈래?



이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사실 그 말을 무엇이라고 정의한다는 게 무의미할 정도이다. 무어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우리들은 그게 무슨 의미인가를 이해한다. ‘바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은 뛰기 시작하고 마음은 바다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바다’에 한 표를 던지고 싶어지는 것이다. 



여러분은 바다 하면 어떤 바다가 떠오르는가? 


나는 보길도에서 보낸 남해바다도 좋았고 강원도의 짙푸른 동해바다도 좋았다. 완도에서 해지는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울컥하기도 했다. 울릉도를 만나기 위해 건너가던 그 진한 남색 바다도 잊을 수 없다. 모든 바다가 강렬한 인상을 주었지만 이 바다는 그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차분한 느낌이었다. 지금까지는 울림이 큰 바다를 만났다면 이 바다는 강을 닮았다. 



아내는 신안에서 만난 바다가 좋았나 보다. 같은 자은도의 바다이지만 둔장해변이나 분계해수욕장에서는 그런 표현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바다를 만난 순간 크게 소리를 질렀으니 말이다. 그것은 유쾌함과 살아 있음을 만끽하는 자만이 낼 수 있는 탄성이었다. 옆에 있던 나도 어느 정도 공감이 갔다. 나 역시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신안은 해수욕장 부자이다. 내가 좋아하는 자은도만 해도 해수욕장이 몇은 넘는다. 그렇지만 신안은 알려진 해수욕장 외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해수욕장이 제법 있다. 흔히 말하는 정식 해수욕장이 아니다. 아는 이만이 알음알음으로 찾는 해수욕장이다. 나 역시 신안에 갈 때마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해수욕장을 한 번씩 가지만 최근에는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고픈 해수욕장에 여럿 생겼다. 하지만 이 해수욕장만은 다른 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다. 



아무리 여름철이라지만 해수욕장에서 사람 반, 물 반인 모습을 보는 것처럼 답답한 건 없다. 그런데 비해 이 해수욕장은 들어서자마자 한적함과 고즈넉함이 물씬 묻어난다. 흡사 어떤 면에서는 무인도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제법 넓은 해수욕장임에도 찾은 이가 없어서인지 더없이 편안한 느낌이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아내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나 보다. 우연하게 만났지만 나는 이 해수욕장을 만나게 된 게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이 지나서 다시 찾았지만 여전히 사람은 적었다. 하지만 눈에 익은 해변은 여전했다. 그때의 느긋하고 평안했던 기운이 그대로 다시 전해졌다. 우리는 바다 한편을 마음껏 누리며 걸어 다녔다. 다른 곳과 달리 신안에서 누리는 가장 큰 호사는 바다를 전세 낸 듯한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다른 이들에게 방해받을 일도, 다른 사람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언젠가 이 해수욕장도 사람들에게 알려질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만은 내 마음속에 그리운 해수욕장으로 간직하고 싶다. 그리고 가끔 힘들 때면 이 해수욕장을 꺼내서 만날 것이다. 그러면 잔잔한 파도가 바다를 가로질러서 나를 안아줄 것만 같다. 그리고 나는 바다가 밤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오래오래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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