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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Nov 15. 2023

인도 공항에 대한 추억


방금 조드푸르로 가기 위해서 국내선 게이트를 통과했다. 심사가 의외로 깐깐해서 엑스레이 투시기에 벨트와 전자기기를 다 꺼내야 했다. 거의 대부분의 일행이 카메라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 한 번씩은 가방 안에 내용물을 다 꺼내야 하는 일을 겪었다. 9. 11 이후에 좀 더 보안이 강화된 부분도 있겠지만 유독 인도에서는 더 까다롭게 느껴진다. 



델리 공항은 굉장히 큰 편이다. 우리가 타는 게이트는 32번 게이트. 입국 짐을 부치고 난 이후에도 상당히 거리를 가야 한다. 만약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탑승 시 낭패를 볼 수도 있는 거리다. 인구가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델리 공항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대합실마다 승객들이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차 있다. 

국제선과 다르게 국내에서는 비행기 크기가 어느 정도 될지 다들 궁금해한다. 입국 심사나 수화물 검사, 이런 것들은 사람을 긴장하게 한다. 아무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색이나 심사대상이 되어 그 자리에 서면 긴장하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한다. 누군가에게 나를 검사받는 거, 그리고 내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이야말로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32번 게이트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반대쪽에 있기로 했다. 한 번에 이동하는 인구가 엄청나다. 공항이 크다는 게 실감이 날 정도로 우리나라의 공항과는 차이가 크다. 아마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인도 전역으로 흩어지고 떠날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다는 인도에서 평생 동안 비행기를 한 번도 타지 못한 인구는 얼마나 많으려나. 




여행을 다니다 보면 어떤 기억들은 나의 것이 아니기도 했다. 특히 공항에서 대기는 역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역이나 터미널이 갖고 있는 한정된 영역을 공항은 수직의 공간으로 바꿔놓는 힘을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평에 머물러 있던 인간들은 비행기를 탐으로써 수직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수평에서 수직으로 전환하는 순간 그것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행위이자 자신의 삶의 영역을 신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신의 세계를 알지 못하는 인간은 비행기를 통해 하늘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었다. 공항은 출발점이자 돌아오는 것이다. 하늘에 오래 머물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을 다시 땅으로 회귀해야 한다. 어떤 부류의 인간들은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떠난 일도 있다.

항공기 사고 확률은 차나 선박에 비해서 현저하게 낮다. 문제는 사고가 나면 살아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고가 나는 순간에 그 비행기 안에 있는 이들은 공동체의 운명으로 바뀐다. 재산이 많고 적고 여부에 따라 상관없이 하나의 운명 공동체로 묶여버린다. 



우리는 삶의 구간에서 하늘을 품는 연습을 해본 적이 없다. 창밖에는 평소 보지 못했던 프로펠러 비행기도 있다. 언뜻 보기에도 수십 명 정도 타는 비행기가 대형 비행기 사이에 끼어 있으니 장난감 같다. 사고가 났을 때 프로펠러 비행기가 좀 더 안전하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공항에서는 안내 방송이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주의 깊게 듣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지 않는다. 인도에 와서 처음 나비 한 마리를 보았다. 공항에 나비가 있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서도 나비를 쉽게 볼 수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어제 뉴델리에 와서 오늘 아침 공원을 돌 때까지 한 마리의 나비도 보지 못했다. 시기가 맞지 않거나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델리 공항의 바닥은 카펫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카펫은 손이 많이 가는 재료이다. 그런데도 카펫을 고수하는 건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제법 많은 공항을 다녀왔지만 이곳만 카펫을 사용한다.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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