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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r 21. 2024

이탈리아 소도시 기행/ 티볼리


티볼리에서는 분수를 기억하라

예로부터 티볼리는 로마 황제와 귀족들의 휴식처였다. 로마인들에게 건조한 여름과 시원하고 습한 겨울을 가진 티볼리는 최적의 휴양처로 유명했다. 지금도 로마 황제의 은퇴 별장인 빌라 아드리아나가 남아 있을 정도이다. 뿐만 아니라 다수의 부유한 로마인들이 티볼리 근처에 별장과 신전을 지었다.        

       


티볼리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중세 유적이 남아 있는 데 가장 압권은 빌라 데스테이다. 빌라 데스테는 추기경 이폴리토 데스테(Cardinale Ippolito d‘Este, 1509~1572)에 의해 1550년에 초안이 만들어진 뒤 조각가 피로 리고리오와 제르니니가 완성한 정원이다.                    


   


그들은 르네상스 문화의 특징을 수백 개의 분수와 정원 속에 구현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아니에네(Anio) 강에서 물을 끌어와 지형의 높낮이를 이용하여 수백 개의 분수를 설치하고 정원을 조성하였다. 일부에서는 유럽 정원문화의 발전을 이끈 초기 모델로 빌라 데스테를 들기도 한다. 우리는 물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겼다. 정원 끝에 사진과 엽서에서 보았던 레다 분수(Fountain of Leda)가 거기에 있었다. 분수 오른쪽에는 배 한 척이 놓여 있었는데 배에 대한 설명은 안내판에 나와 있었다.           


                       

나로서는 이처럼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끌어오고 운용하는 방법을 16세기에 이미 발견하여 분수에 적용시켰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그 엄청난 장관 앞에 내가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우습게도 전기세였다. 만약 이 정도 규모의 분수를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기세가 엄청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국에서 분수를 만들어 두고도 자주 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막대한 전기료가 들기 때문이다. 분수 옆에는 로마의 건국신화인 두 형제를 형상화한 조각상과 아폴로조각상이 함께 놓여 있었다.            


        

분수에서 보이는 쪽에 바로 보이는 쪽에 동물 영상의 입에서 물이 쏟아지고 있었다. 어림짐작으로 백 개가 넘는 짐승 조각상이다. 더 놀라운 것은 같은 조각상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다. 백 개가 넘는 짐승 조각상이 도열하듯 늘어서 물을 토해내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동안 두바이를 비롯하여 유명하다는 여러 분수를 보았지만 이처럼 장대하고 감동을 자아내게 하는 분수의 모습은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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