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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r 27. 2024

로마의 잊을 수 없는 건축물, 판테온

신이 선사한 판테온의 비밀  

판테온 앞에는 항상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오늘은 11시에 미사를 드리고 12시부터 티켓 오픈을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줄을 선 사람들이 제법 길다. 다행히 우리는 그나마 오래 기다리지 않고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우리 뒤로도 거의 100미터에 가까운 줄이 늘어서 있다.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부터 동방,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판테온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로마의 영광이 천년 동안 지속되는 동안 로마에는 수많은 건축물이 만들어졌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판테온이 아닐까 싶다. 아그리파가 설계했다는 이 건물은 가장 완벽한 건축물로서의 명성을 아직까지 유지하고 있다. 원주로 사용한 대리석 기둥만 봐도 숨이 턱 멎을 만큼 거대한 대리석을 당시에는 어떻게 옮기고 건축에 사용했을까 의문이 든다. 이 건물이 지어졌던 시기에 우리는 삼국시대였다. 이런 대리석으로 건물을 지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로마로 향하거나 로마에 매혹당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람들은 건축물 앞에서 천년 로마의 영광을 떠올리기도 하고 고대 사람들의 역사와 사랑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비록 로마 제국은 무너졌지만 그들이 남긴 유산은 여전히 인류의 찬란한 문화로 남아 있다. 오늘날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판테온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벅찬 감격에 차올랐을까. 원주의 기둥은 대충 짐작해도 3M가 넘어 보일 정도이다. 당시에 이런 건물을 구상하고 지었다는 사실도 경이롭지만 그게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게 더 놀랍다.           



판테온 건축물의 신비 

아마 이곳이 처음 지어졌을 때 이 경이로운 건축물 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탄성을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이룬 이 어마어마한 성과가 당대만이 아니라 수백 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사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예상은 적중하였다. 비록 로마는 사라졌지만 그 위대한 흔적을 우리는 지금도 보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도 건축의 신비로 불리는 이 놀라운 건축물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켰음이 틀림없다. 이곳을 찾은 괴테도 “판테온, 나의 영혼의 불멸 그대의 꿈을 나는 간직하고 가노라.”라고 외치지 않았던가. 



미처 살아보지 못한 로마의 꿈들이 여기에서 나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나는 그들의 숨결을 받아 적기에 바쁘다. 어쩌면 천년의 신화가, 천년의 사랑이 이곳에서 시작되었음을 의심하지 않는다.



우리 문화사에 이와 같은 기적이 있다는 자체가 나로서 믿기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그 기적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바로 판테온에, 누구라도 판테온을 본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그걸 깨닫는다. 만약 당신이 로마에 머문다면 여러 번 가봐도 좋을 만한 곳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판테온을 추천할 것이다. 



건축물의 웅장함뿐만이 아니라 그 건축물이 주는 섬세함까지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판테온. 하중을 많이 받기 때문에 아치 건축물에서는 키스톤이, 돔 건축에서는 천장을 놓기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천장이 뻥 뚫린 구멍을 보고 있노라면 이 건축물이 비범하게까지 느껴진다. 비록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속하지는 않지만 이 건축물을 보면서 나는 현실과 비현실이 경계를 넘나드는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있다. 

한때 누군가의 꿈이었을 이곳이 그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도 많은 이들에게 꿈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이채롭다. 그리고 나는 그 경이의 한가운데 서서 판테온을 보고 있다. 이 아름다운 건물의 원주를 세운 기둥의 상단면은 일정하지 않아 윗부분이 해지거나 깎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판테온의 아름다움을 손상시키지는 못한다. 



문을 통과하는 자만이 신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신이 우리에게 허락한 영광의 전리품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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