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떠나는 완도

by 산들

삶의 여유가 그리울 때는 완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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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완도는 여유롭다.

눈을 돌리면 사방 어디라도 느긋함이 느껴지는 바다 때문일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상황에서 눈이 시원해질 수 있는 파란 바다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완도는 축복받았다. 강원도의 바다가 서늘함을 품고 있다면 남해안의 바다는 여유로움을 닮았다.


만약 수도권과 조금만 가까웠더라도 완도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휴가지로 완도를 떠올렸던 사람도 그 거리가 상당하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란다. 완도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정작 완도를 다녀온 사람은 많지 않은 이유이다. 완도가 어디 있는지는 몰라도 전복하면 완도를 떠올리는 이는 많다. 완도는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너무 먼 곳에 있다. 하지만 완도는 그 먼 거리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이채로운 동네이다. 완도의 진정한 매력은 넓은 바다만이 아니다. 곳곳에 위치한 아기자기한 섬들은 제각각 팔색조의 매력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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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완도에서는 미세먼지를 느낄 수 없을 만큼 공기는 맑고 깨끗하다. 도심에서 매연과 탁한 공기에 시달리던 이들로서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게다가 완도 해변에는 도심보다 음이온이 몇십 배가 넘게 분출된다. 깊게 숨을 들이쉬면 몸속 노폐물은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좋은 기운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완도에서는 도로를 달리다 한쪽에 차를 세우고 저녁노을이 지는 모습만 봐도 마음 한편에 평화와 여유가 밀물처럼 밀려든다.



바닷가에서는

더울 틈이 없었다

저녁이면 바람이 불어

그저 평상에만 앉아 있어도

뒷목이 서늘했다

눈 부신 햇살만큼이나

강렬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어왔다

잠 안 오는 여름밤이었다.

- <완도, 섬, 그리고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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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에서는 급할 일이 없다. 물론 일정이 제한된 여행자라면 느긋함을 누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조금만 마음을 비우면 어떤가? 당신이 하루쯤 게으름을 피우거나 자리를 비운다고 세상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그동안 고생했으니 많고 많은 날 중에서 하루쯤은 온전히 자기를 위해 투자해도 좋지 않은가? 내가 묵고 있는 완도 청학동 체험마을만 하더라도 바닷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당으로 나가면 해가 지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밤이면 머리 위로 별이 출렁인다. 마을과도 한참이나 떨어져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시간이나 한가로운 여유를 즐기고자 한다면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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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는 혼자 느긋함을 즐기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완도에서는 사방을 둘러봐도 바다요 섬이다. 예전에는 바람이 세거나 파도가 높으면 배가 뜨지 않는다. 섬이 섬인 이유는 배가 없으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섬에 사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바다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완도 타워에 오르면 주변 섬까지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있기 때문에 오르기도 쉽다.


내친김에 17층 높이라는 계단을 오르는 방법도 있다. 계단을 오르면서 창으로 주변의 올망졸망한 섬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완도 타워에서 파는 전복빵도 맛보도록 하자. 전복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간 만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완도타워를 빠져나오면 전복 거리가 있다. 완도의 명물인 전복 비빔밥을 먹기 위해 미리 알아본 식당으로 향한다. 시원한 전복 물회에 전복회까지 한번에 맛본다. 눈이 즐겁고, 덩달아 입도 호사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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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는 전복과 김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예전에는 완도를 대표하는 게 김이었지만 지금은 전복이 그 명성을 대신하고 있다. 완도에 전복 양식이 활발해진 후, 완도 바다는 전복을 양식하는 양식장으로 뒤덮였다. 어떤 이는 자연 그대로를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아쉽다고 하지만 덕분에 완도 사람들은 지갑이 두둑해졌다. 예로부터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했던가. 하지만 그 넉넉함은 거센 파도와 싸우면서도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은 이들이 땀 흘려 만든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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