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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pr 22. 2024

포기하는 것은 누구나 한다. 당신은 누구나가 아니다.

  

1시간짜리 강의를 위해 5시간 이상을 투자하는 것은 바보짓인가? 거기다 오가기 위해 왕복 2시간까지 생각하면 이런 밑지는 장사가 어디 있을까 싶다. 게다가 아직 받아 보지 못했지만 강의료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지역에서 이장으로 활동하는 분들을 위한 강의를 덜컥 맡아 놓고 두 번째 이렇게 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강의 이력만 놓고 보면 2~3시간 강의는 자료 없어도 할 수 있다. 이번에 맡은 강의도 마찬가지이다. 난이도가 있거나 복잡한 강의가 아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강의를 맡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맡은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      



올해 학생들 책을 만들 때도 같았다. 항상 힘들었지만 유독 이번 해는 책 만들기가 힘들었다. 원고를 독촉하고 매만지는 일이 다른 해보다 무척이나 길고 멀었다. 왜 선생님들이 작년 1학년들을 그렇게 표현했는지 알 것도 같았다. 나중에 최종 원고를 묶고 나서도 한숨이 나오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0페이지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대여섯 번 이상의 교정과 윤문 작업을 거쳐야 한다. 고칠 때 한 번에 다 마무리되면 좋으련만 내게 그런 행운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실 이번에 나온 책도 그랬다. 물론 1~2번 보고 인쇄소에 넘길 수도 있었다. 요즘 학생들 글쓰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다들 안다. 원고가 부실한다고 해도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 학생들 책을 누가 얼마나 신경 써서 본다고 이 고생인가 싶었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한참을 준비해서 책을 내고 나면 진이 빠져서 한동안 다른 일은 하지 못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준비해도 나중에 출판하고 보면 어김없이 오탈자가 튀어나온다. 요즘 나오는 전자책은 말할 나위도 없다. 정말 이런 책도 책이라고 냈을까 하는 책도 있다. 심지어 챗GPT의 힘을 빌어 하루 만에 원고를 쓰고 책으로 낼 수 있다고 광고한다. 이런 책을 본인의 저서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책을 낸다.      


물론 나 역시 대세의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마 얼마 지나지 않으면 나처럼 고루하게 원칙만을 고수하는 이들은 사라질 수도 있다. 챗 GPT의 도움을 받으면 금방 원고를 쓸 수 있는데 나처럼 무식하게 며칠씩 원고를 붙잡고 내용을 하나씩 고치는 작업을 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이 몇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글쓰기 쉬운 시대라지만 문명의 이기가 나를 지배할 때까지 아직은 자신이 있다. 가끔 사람들이 글 쓰는 즐거움을 아예 잊어버리지나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물론 내가 걱정한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지만 예술의 진정한 즐거움과 그 최종 결과물을 보면서 같이 공감해 주는 이들이 점차 사라진다는 사실은 분명히 슬프고도 곤혹스러운 일이다.      



이 정권 들어 출판계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들리는 말로는 버티기 힘든 출판사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한다. 글을 발표할 지면이 줄어들고 책을 내주는 출판사도 사라지는 형편이다. 물론 온라인이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종이가 주는 힘을 따라잡기는 어렵다. 아마도 갈수록 작가들의 설 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남들 다 잠을 청하는 늦은 밤, 글을 쓰는 일이란 고독하면서도 지랄 같은 일이다. 한편으로는 저주이기도 하고 축복이기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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