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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May 04. 2024

받아들이는 마음이 다르다.


어제 아는 이의 어머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만났으니 헤어지는 일도 당연한 것이겠지만 그게 가족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에서는 어이없는 일이 너무도 많이 생겼다.      


세월호와 이태원에서 벌어진 일은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 처음 뉴스 보도를 접했을 때 실감이 나지 않았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야 했던 이들은 어떻게 그 모진 세월을 견뎠을까. 그들이 맞이한 죽음이 터무니없기에 가족 입장에서는 더 억울하고 가슴 절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하루가 시작해 있다는 사실에 항상 놀란다. 잠만 자고 났을 뿐,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어제와 다른 날이 열려 있다니 경이롭다. 더군다나 어제와 다른 하루라니 신기하지 않은가.   

   

어떤 이는 감사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간절히 바라던 하루이기 때문이다. 덤으로 얻은 인생을 사는 이라면 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하루가 지겨움과 고통의 연속일 수도 있다. 잠자리에 들 때마다 아침에 눈이 안 떠지면 좋겠다고 기도하며 잠자리에 든 이도 있을 것이다.      


길바닥을 쓰는 빗질에서나 

무거운 보따리를 들고 걸어가는 지친 어깨이거나 

대합실에서 아직 오지 않은 차를 기다리거나 

시킨 김밥이 나오기 직전이거나 

화장실이 급해 종종걸음 칠 때나 

참새 몇 마리가 휘이휘이 하늘을 날거나 

무심히 본 안동 관광 안내 포스터나

먹을 걸 사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 목소리거나 

한 번도 직접 본 적 없는 뱅크시 그림에서도 

시가 온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 시 한 구절이 오는 건     


세상에는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이틀이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태어날 때와 죽을 때를 고른다. 반면에 어떤 이는 어제와 내일을 선택한다. 세상의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이라도 예외는 없다.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평균수명이 늘어났지만 이 이틀은 여전히 유효하다. 문제는 늘어난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맞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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