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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un 08. 2024

축제를 생각한다

아침부터 비가 온다. 

오늘은 대둔산에서 축제가 있는 날이다. 사람들은 가을 대둔산을 많이 가기는 하지만 요즘처럼 초여름에도 대둔산은 좋다. 일기예보에서 비소식이 있었는데 어김없이 비가 온다.     

 

어제 사진을 하는 소작가님과 통화를 했다. 축제 때문에 1박 2일을 대둔산에 꼬박 있어야 한단다. 새벽 7시 반에 출발해서 다음날 오후까지 있어야 하는 극한직업이다. 소작가님처럼 작업 정신이 투철한 이는 기록량이 엄청나다. 찍는 분량이 많아지면 나중에 편집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심란할 텐데도 꾸준하다. 찍어야 하는 전체 작업량도 만만치 않지만 카메라 장비를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그게 더 고역이다. 지난번에 잠시 들어보았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축제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날씨이다. 일단 비가 오면 길을 나서는 자체가 부담스럽다. 어느 축제는 기간 내내 비가 와서 방문객이 없는 바람에 수억 원만 날리고 말았다는 후일담도 있다. 가장 최근에는 아마도 벚꽃 축제일 것이다. 이처럼 꽃이 피는 시기에 축제를 잡으면 부담이 크다. 기상 조건에 따라 개화시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애써 축제날짜를 잡았는데 꽃이 없다면 어떠겠는가? 꽃을 피우게 할 도리도 없고, 해서 어느 지역은 축제를 두 번 했다고 한다. 정중한 사과 문구를 내걸고 다시 한번 더 개화시기에 맞춰 축제를 한 것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수도 있지만 사업을 진행하는 측에서는 그만큼 노력과 품을 팔아야 하니 힘들었으리라.      

예전에 이를 소재로 동화를 구상했던 적이 있다. 인공우산처럼 축제장만 비가 내리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개발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런 기술이 언제나 나올 것인가 하며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최근처럼 인공지능 AI가 발전하는 속도라면 10년 이내에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건 또 여러 현실적인 문제가 따를 것이다. 인공우 때문에 각국에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서 연구해 온 것도 한참이다.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인공으로 비를 내리거나 날씨를 조절하지 못한다.      


한편으로 축제가 2000곳도 넘는다는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발길이 이어지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도 생각해 본다. 축제에 가보면 대개 비슷한 콘셉트에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시 가고픈 축제, 다녀오고 나서도 기억에 남는 지역축제는 불가능한 것인가? 발상만 전환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도 같은데, 그게 막상 해보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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