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 갔을 때, 우연히 샤코탄 블루를 알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삿포로를 찾는 사람들은 초여름이나 한겨울에 많이 찾는다. 6월이나 7월에 삿포로를 찾는 사람들은 비에이투어나 라벤더를 보기 위해 많이 방문하고, 겨울에는 지겹도록 내리는 눈을 보러 간다. 아직 일행과 만나기로 한 날까지는 이틀 정도 여유가 있었다. 우연히 검색을 하다가 삿포로 인근에 샤코탄 블루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샤코탄 반도는, 니세코 샤코탄 오타루 국정 공원 내에 있으며, 샤코탄의 바다는 홋카이도에서 유일한 해역 공원으로 지정되었다. 2004년에는, 샤코탄 반도와 카무이 미사키가 홋카이도 유산으로도 인정받을 정도로 홋카이도 내에서도 의미 있는 지역이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차창 밖으로 바라본 바다색이 짙은 남색이다. 바라보고만 있어도 더위가 가시는 느낌이었다. 바다색은 내가 지금까지 만난 바다 중 역대급으로 꼽을 만큼 눈부시고 파랗다.
해안을 가기 위해서는 1895년에 만들었다는 시마무이 터널을 지나야 한다. 바다에서 잡은 청어를 나르기 위해 만들었다는 이 터널은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협소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가히 일본 명승 해안 100대 절경에 뽑힐 만하다. 시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해안가로 난 길을 따라 바다까지 갈 수 있다.
가이드는 오늘 날씨가 자신이 그동안 샤코탄 블루에 왔던 중 3위 안에 든다고 했다. 이곳 바다는 날씨가 맑으면 바다가 투명하고 깊어 보이지만 바람이 불거나 흐리면 밋밋하다고 한다. 운이 안 좋은 관광객은 이 파란 바다를 보러 왔다가 실망이 크다고 한다. 그러면서 홋카이도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했다.
1855년까지 여성의 출입이 금지되었다고 하는 카무이 곶. 지금도 입구에는 여인금제의 문이 있어 그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옛날에는 얼마나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했을지를 짐작하게 한다. 이 문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면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있었다. 해안가이니 당연히 바람이 세게 불겠지만 얼마나 심하면 출입 자체를 막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산책길은 예상보다 가는 길이 평탄하다. 조금 멀다는 것을 제외하면 입구에서의 안내문이 무색할 정도이다. 산책길 "챠렌카의 길(チャレンカの道, 챠렌카노미치)"이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에 등대가 있는 카무이미사끼까지 걷는 내내 투명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초여름에는 에조칸조(노란색 원추리 꽃의 일종)가 절정을 맞이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