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Jun 12. 2024

순간을 포착하는 힘

여행지에 가면 가끔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사람을 만나곤 한다. 사람들은 낯선 사람에게 사진 부탁을 할 때 자신의 부탁을 들어줄 만한 사람을 고른다. 그 와중에서 같은 조건이면 카메라를 메고 있는 사람이 사진을 잘 찍을 거라는 판단을 한다. 대개 그런 부탁은 성공적인 결과물을 낳는다.      



나는 최근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특정 습관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가장 놀란 것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면서 너무 대충 찍는다는 점이었다. 물론 사진작가들이라면 오랜 사진 촬영의 경험 끝에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사진을 빨리 찍는다. 작가들은 일반인보다 순간 포착에 강하다. 이걸 어떻게 찍었나 싶을 정도로 순식간에 벌어지는 상황을 잡아채는 힘이 놀라울 정도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그게 아니다. 정말 대충 찍는다.      

일반인의 찍는 속도는 빠르지만 자세히 보면 찍는 과정에서 흔들리기도 하고, 한눈에 보기에도 구도가 맞지 않는 일도 있다.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고 찍으면서 덜렁거리다 보니 고정상태로 찍는 것과 다르다. 또 다른 특징은 마음이 급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한 장을 찍더라도 신중을 기하는 게 아니라 빨리 여러 장을 찍으려고 한다. 그러니 당연히 사진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사진을 찍고자 하는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면 결과물이 어떨까? 예를 들어, 자신이 찍을 때 누군가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좋은 사진을 얻고자 한다면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사진 위치에 누군가가 들어가거나 새 한 마리가 있으면 좋겠다고 할 때, 그 상황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다. 당연히 오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의 감탄을 불러일으키는 대개의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거나 기다림의 결과물이다.       


어떤 사람은 사진을 찍을 때 구도를 생각하며 찍는다거나 여백을 어떻게 둘 것인가를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그런 사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대로 빨리 찍는 데만 관심이 있다. 사전에 자신이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를 고민하고 찍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정면이 아니라 비스듬히 찍는 경우도 있다.   

   

이런 형편이니 수백, 수천 장을 찍어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별로 없다. 건질 게 없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전문 사진가들도 출사를 나가서 수백 장을 찍지만 하나씩 지우다 보면 나중에 남는 사진이 없다는 말을 한다. 이런 현상은 우리가 사진을 핸드폰으로 찍으면서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필름 카메라가 디지털카메라로 대체되면서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일단 찍고 나중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중에 지우면 된다는 생각이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는 기술 발달에 따라 수혜를 입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잃는 것도 만만치 않다. 앞으로 우리가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은 어떻게 삶의 중심을 잡으며 살아야 할지가 아닐까 싶다. 뒤늦게 사진이라는 낯선 세계를 배우면서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는 아직까지는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순간을 포착하는 힘, 그리고 기다림의 위대함을 믿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남은 인생을 같이 갈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