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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Jun 11. 2024

남은 인생을 같이 갈 사람

아마 당신 주변에는 적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건 인연을 이어온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한다. 어쩌면 누군가는 세상에 혼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요즘 들어 남은 평생을 같이 할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아마 지금까지 당신이 만나왔던, 아니면 지금부터 만나는 사람들은 남은 인생의 기간을 같이 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출사팀과 1박 2일 통영을 다녀왔다. 3년 전에 만들어진 이후 지속적인 모임을 가져왔다. 당진, 신안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출사이다. 출사에 앞서 동선을 짜고 일정을 조율하느라 시간을 제법 보냈다. 통영 출사야말로 야심 차게 준비한 장소이다. 통영을 찾을 때마다 느낌이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예상이 들기는 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거제 바람의 언덕이었다. 한때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왔던 터라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이곳은 언덕 위의 풍차와 동백나무로도 유명하다. 아내와 함께 예전에 다녀왔던 곳이기는 하지만 막상 도착하니 기억이 명확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다녀왔던 곳이라도 경우에 따라 배경이 달라지거나 건물이 올라가면서 낯설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내 기억이 약해지는 속도와 언젠가는 희미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하나의 공간을 가슴에 품을 때마다 그 공간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해 왔던 것이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예전 기억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 내 가슴에서 빛나고 있음을 확인할 때 안도와 편안함이 오간다.      



바람의 언덕을 내려오면서 ‘바람의 핫도그’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차로 7~8분가량 걸리는 곳인데다 마감이 얼마 남지 않아 일행 중 한 명이라도 싫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흔쾌히 가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마감 10분 전에 주문을 하고 주변 경관을 돌아보았다. 별로 큰 시대를 하지 않고 가서였는지 생각 이상으로 근사한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요즘 지역 활성화에 관심이 많은지라 자연스럽게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저녁에 다찌에 가기로 했기 때문에 몇 개 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다들 먹으면서 호평 일색이었다. 핫도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우려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통영 시내로 돌아오는 내내 음식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다. 무려 30분이 넘도록 각기 자신이 맛본 맛을 나누고 그에 대한 소감까지 나누었다. 우려했던 순간이 최상으로 바뀌는 시간이었다.      



이번 통영여행에서 서호시장에서 훈이시락국을 먹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성비가 좋다는 이야기와 함께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왔다. 여행을 기획한 입장에서는 사람들의 반응이 걱정될 때가 있다. 개개인의 취향을 다 맞춘다는 것이 불가능하거니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압도적인 평가를 받으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에 안심한다.      



같이 여행을 다닌다는 것은 공감을 나누는 일이 아닐까 싶다. 때로는 내가 살아온 세계를 다른 이와 같이 공유한다는 자체가 모험이자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공간에 대한 이해가 넓어진다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세계에 대해 알아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여행은 없다. 단체로 여행을 떠날 때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기본이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여행은 더 즐거워지고 풍요로워진다. 같이 떠나는 이들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번에 같이 사진 출사를 다니면서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만날까 궁금해졌다. 


그들이 앞으로 만날 세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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