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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Aug 18. 2024

포천경마의 멈춰버린 꿈

    

오늘 새벽, 아는 이의 부고소식을 접했다. 
 6월에 글을 남겼는데 댓글이 없어 궁금하기는 했다. 지난달에 확인했을 때도 답이 없었다. 항암치료가 얼마나 힘들길래 소식이 없나 싶었다. 그래도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무심히 넘겼는데 오늘 확인해 보니 열흘 전에 세상을 떴다 한다. 마음이 몹시 안 좋다.      



포천경마는 포카라에서 우연히 인연이 닿은 친구였다. 그는 내가 포카라에 있던 동안 며칠 묵었던 숙소의 주인이었다. 포카라에 왔다가 마음에 들어 눌러앉았고 내가 방문했던 해에 민박을 차렸다고 했다. 평소 유쾌했고 사회에 따뜻한 시선을 지니고 있던 듬직한 이였다. 포카라에 있을 때 없는 형편에도 수녀님을 도와 지역을 위해 노력했던 걸 아는 터라 더 마음이 짠하다.      


그가 인생여행지라 여겼던 포카라에서의 생활을 접게 만든 건 코로나 때문이었다. 관광업에서 코로나는 단순한 질병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관광객이 끊긴 상태에서 숙박업을 지속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결국 버티다가 상황이 심각해지니 포카라를 떠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그로서는 아쉽게 떠나온 포카라를 끝내 다시 돌아가지 못한 셈이었다. 이후에도 건물을 관리하는 현지인에게 인건비며 유지비를 지급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또 소식이 잠시 끊겼다.      


한동안 소식이 끊어져 있던 터라 브런치에서 소식을 찾아 읽었다. 그동안 그 친구는 결혼을 했고 아들을 낳았고 암이 걸렸다. 5월에 남긴 마지막 글은 투병 중이라는 말과 함께 치료가 고통스럽다는 내용이었다. 이전의 종양이 사라지고 다른 종양이 나타났다는 내용이 마지막이었는 데 그 후 상황이 급격히 안 좋아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중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가을에 아들과 일본이나 울릉도에 가고 싶다는 글이었다. 그런데 가을이 되기도 전, 한여름에 끝내 세상을 등진 것이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사실 그는 전업작가는 아니지만 쓴 글이 읽을수록 끌리는 묘한 매력을 주던 친구였다. KOICA를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이력자였다. 그 친구의 오토바이를 타고 페와호수며 활터를 다녀왔던 기억이 새롭다. 언젠가 다시 포카라를 찾는다면 그 친구네에 머물 예정이었다. 그래서인지 포카라를 떠올리면 늘 호방하게 웃던 웃음이 떠오르곤 했다.      


네팔을 다녀온 후 시간이 제법 지났지만 내 마음속에 그 친구는 늘 포카라에 있었다. 마지막 통화를 했을 때, 포카라에 두고 온 민박집 이야기를 했는 데 그게 마지막 통화가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이 왔다가 가는 건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또 다른 의미가 아닐까 한다. 그래도 올해, 아니 가을까지라도 살아서 아이에게 추억을 남겨주고 갔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걸 어쩔 수 없다. 그에게 지난 몇 달은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을까.        

   

죽음의 신이 다가오는 걸 스스로도 체감했을 텐데,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어찌 눈을 감았을까 싶다. 그게 신의 뜻이라면 원망도 하고 싶다. 이제 아빠를 떠나보낸 아들은 긴긴 세월 동안 그 빈자리를 의식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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