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산들 Oct 19. 2024

가을 밤에 어울리는 재즈 한 잔



신이 단 하나의 음악을 남겨두어야 했다면 

그건 아마 재즈일 거야. 

내 마지막 남은 심장의 여운이 그 안에 있어!



재즈 콘서트가 끝났다

가을밤 논산벌에 울려 퍼진 재즈 선율을 떠올려 보면 저절로 미소가 떠오른다. 아마 음악 가운데 이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게 바로 재즈일 것이다. 신이 허락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라는 별칭처럼 재즈는 처음 듣는 사람이라도 그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게 만든다. 재즈 선율은 마치 술이라도 마신 듯 듣는 이들을 달달하게 하고 감성에 취하게 한다. 이것이야말로 재즈가 가진 힘이자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재즈는 연주자만이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영감을 불어넣는다. 관객은 연주를 듣는 내내 선율에 고개를 끄덕이다 박수를 치기도 하고 탄성을 토하기도 한다. 허공을 가르는 재즈 선율을 듣는 순간 내 가슴 밑바닥에 잠자고 있던 감성의 멜로디가 살아난다그 순간 행복하다는 느낌이 온몸으로 전달되어 온다. 내가 아는 선율이건 노래이건 간에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재즈 하나면 충분하다. 재즈야말로  각박한 세상에서 위로받고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음악 장르인 셈이다. 



재즈의 기원은 1900년대 미국 뉴올리언스의 홍등가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기록이나 음반 등은 남아 있지 않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후 재즈라는 장르는 다양한 유형으로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음악사에 전설로 남았다. 프리 재즈처럼  다른 음악 장르와 달리 즉흥적인 형태로 다양한 변주를 선보이는 것이야말로 재즈의 가장 큰 특성 중의 하나이다. 자유로운 영혼을 닮았다고나 할까. 



이번 논산에서 열린 릴랙싱 재즈 콘서트에서는 두 명의 보컬이 다양한 형태의 노래를 선보였다.  맨 처음 나온 김희나 뮤지션은 <fly to the moon>을 비롯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노래를 들려주었다. 노래를 부르면서 절정에 달하는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그녀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가를 체감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LOVE>도 반응이 뜨거웠다. 논산 아트센터 콘서트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논산 시민들의 음악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다른 지역과는 확실히 다르다. 아마 대한민국에 이런 도시가 또 있을까? 



뮤지션 입장에서는 청중의 반응이 뜨거울 때, 자신의 역량보다 200% 이상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 무대 위에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 바로 그런 공연이다. 연주자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관중들의 호응이 뜨거우면 그들은 온몸을 불태우는 심정으로 연주를 한다. 한 마디로 연주자와 청중이 한데 어울려 진정한 의미의 축제의 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런 무대에서 연주를 할 수 있다는 게 연주자로서는 얼마나 큰 행운이겠는가. 이번 재즈 콘서트에는 베이스 김민성, 색소폰 허세민, 드럼 조한샘, 기타 김형택, 건반 오은하 등 쟁쟁한 뮤지션들이 함께 참여했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이들의 연주를 드는 즐거움 또한 크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눈빛만 보아도 대화가 통하는 이들이다 보니 다른 공연보다 편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다른 공연과 달리 논산에서는 각 연주자들이 자신만의 개성 있는 색깔을 잠시나마 보여주었다는 게 이채롭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각각의 훌륭한 소공연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다음 기회에는 각 연주자들의 특색 있는 연주를 한 곡씩 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다음으로 나온 뮤지션은 윤덕현이다. 역시나 <Stand by me>, <What a wonderful world> 등 편안한 곡으로 감미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한편으로는 선 굵고 텁텁한 느낌의 재즈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건 내가 루이 암스트롱과 같은 류의 음악가들을 많이 접한 결과일 것이다.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면 나는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곤 했다. 흑인의 험난했던 삶과 인생 이야기를 담고 있는 느낌이 들어서 일 수도 있다. 그건 내가 아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뉴욕에 대한 동경과도 닮아 있다. 그래서인지 나는 선 굵은 목소리가 듣기에 좋다. 


논산을 빠져나오는 내내 약간 들뜬 느낌이 들었다. 

가을밤은 짧고 음악이 주는 여운은 길다. 

이 가을에는 내가 좋아하는 재즈를 들으며 10월의 마지막 밤을 보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남자라면 가야 하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