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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들 Sep 11. 2024

남자라면 가야 하는 길

- 그러나 윤은 가지 않은 길 

아들이 군대에 갔다. 

5주의 시간이 흘러 퇴소를 했다.

만나러 가는 100m가 남았을 때 마음 한구석에는 여러 감정이 흘러넘쳤다. 


한 달 만에 본 아들 얼굴은 그을러 있었다. 보기 좋았다. 한여름에 입대를 하다 보니 걱정이 많았는 데 오히려 혹서기 덕을 보았다고 했다. 키가 더 컸다 싶었더니 군화 덕인가 보다. 입대 전보다 팔 굽혀 펴기도 39개나 하고 몸무게도 6kg이 늘었다 하니 대견하다. 체력단련에서 3km를 16분 30초 안에 들어왔다고 자랑도 한다. 사격에서는 고생을 했다지만 특별한 일이 아니면 군에서 사격할 일이 많지는 않다. 처음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여 마음이 놓였다. 


나도 벌써 군대에 다녀온 지 30년을 훌쩍 넘었다. 제대한 후에도 한동안 악몽에 시달렸지만 요즘은 다녀왔다는 사실만 아득하다. 제대했는 데도 다시 와서 근무해야 한다는 악몽말이다. 그런데도 아들은 그때 일을 물어본다. 제대한 지 30년도 넘었으니 군에 관해 내가 아는 지식이나 정보는 별로 쓸모가 없을 테지만 그래도 말이 통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아내 역시 다르지 않다. 그래도 한 번 경험했으니 아무것도 모르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걸 게다. 


초밥이 먹고 싶다고 해서 논산 민스시를 갔는 데 사람이 많아서 잠시 대기해야 했다. 점심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 좋은 이야기를 하련만 훈련소 기간 중에 단 5일만 멀쩡하고 아프지 않은 날이 없다 한다. 결막염부터 무릎까지 안 아픈 데가 없었다고 하면서도 유격과 행군을 다 마쳤다. 여전히 한쪽 무릎이 좋지 않아 걸을 때마다 절뚝인다. 아내는 그런 아들이 못내 안쓰러운 모양이다. 아내는 안내장에 적힌 주소로 가는 바람에 부대로 바로 가지 못하고 헤매서 아들 수료식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한다. 얼마나 마음이 안 좋았을까 싶다가도 만났으면 됐지 싶기도 하다. 내가 느끼는 강도와 아내가 느끼는 강도가 완연히 다르다. 


점심을 먹은 후, 자대 배치를 확인해 보니 경기도 최북단이다. 내심 후방을 생각했나 본데 전방이라니 마음이 심란한 모양이다. 고생을 하기는 하지만 좀 더 수월한 곳을 기대하는 건 인간의 심리이다. 나 역시 그래도 강원도가 아닌 게 어딘가 싶다가도 마음 한편이 무겁다. 부모들 마음은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아이가 군대 가기 전, 군에서 불미스러운 보도가 몇 차례 나오는 바람에 뒤숭숭했다. 내가 근무하던 시절도 그렇지만 군에서 건강하게 제대하는 것만으로도 축하받을 일이다. 


앞으로 어디로 배치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제 아들은 이틀 후면 자대로 떠날 것이다. 그동안 함께 지냈던 동기들과도 헤어져 혼자 부대로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주특기를 받았으니 필요한 곳에 잘 쓰였으면 좋겠다. 예전에 훈련받고 자대 배치받던 일이  생각난다. 군용 열차를 타고 새벽에 낯선 타지에 도착한 것으로 나는 군대생활을 시작했다.  


아들이 벌써 제대에 남은 날짜를 헤아리는 걸 보니 옛 기억이 난다. 군에서는 시간도 느리게 흐른다. 오죽하면 군부대 밖은 공기도 다르다고 하겠는가. 앞으로 1년 5개월 남은 군시절이 아들에게 꼭 필요한 시간이기를 기대한다. 그렇지 않다면 젊은 날 군부대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본인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지만 선임병과 동기를 잘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부디 좋은 인연을 만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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