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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by 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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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는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이들이 추구하는 가장 일반적인 폼이다. 이동하면서도 일의 바퀴가 멈추지 않게 하고 내가 자리를 비운 동안에도 결과가 쌓이게 만드는 최소한의 구조가 자동화이다. 처음에는 나도 자동화를 거창한 기술쯤으로 여겼다. 문과생으로서는 시스템이나 기술 장벽이 감당하기 힘들 만큼 높았다. 그런데 어느 날 강의에서 들었던 실감 나는 이야기가 내 태도를 바꿔 놓았다.


당시 상당히 유명한 인플루언서였는데 올린 글에 댓글 달기를 자동화해 두지 않아 수작업으로 대응하느라 며칠 밤을 통째로 날렸다는 경험담이었다. 몇십 개라면 정성으로 버틸 수 있지만 수천 개가 몰려오면 정성도 체력도 다 소진된다. 그때 나는 선명하게 깨달았다. 자동화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활동을 지속하게 해 주는 생존 장치라는 것을.


그날 이후로 내 일상에서 반복되는 동작을 유심히 살폈다. 어떤 때는 별 의미도 없는 비슷한 일을 반복해서 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손으로 하면 사소하지만 매일 쌓이면 체력 고갈과 함께 하루의 절반을 잡아먹는 그림자 같은 작업들이 그것이다. 자동화된 세계에서라면 이 그림자는 대체로 사라진다. 똑똑한 AI 덕분이다. 콘텐츠의 예약 발행과 지속적인 관리도 가능하다. 그러면 나는 밤에 노트를 정리하고 아침에 아이디어를 수확하는 본질적인 일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비단 댓글만의 문제가 아니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이들은 본인이 자리에 없어도 전체가 돌아가는 구조를 세워 둔다. 그래서 “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온다”는 말이 가능해진다. 회사라면 챗봇을 활용해 반복 질문에 1차 대응하고, 필요시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넘기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제품 FAQ와 환불 규정, 배송 조회 같은 문의가 자동으로 처리되면 상담 인력이 창의적인 문제 해결과 관계 유지에 집중할 수 있다. 고객 만족도가 올라가고 팀의 번아웃이 낮아지며, 데이터가 축적되니 다음 결정을 더 정확히 내릴 수 있다. 자동화는 단지 시간을 절약하는 기술이 아니라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운영 철학에 가깝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그동안 블로그 관리 때 말고는 이를 본격 적용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짧은 기간 실험했을 때의 체감은 강렬했다. 예약 발행과 템플릿 응답, 댓글을 자동으로 달아주는 시스템은 경이로웠다. 잠시 경험했던 자동화였지만 이를 진행하는 동안 작업의 속도와 마음의 여유가 동시에 생겼다. 그래서 지금 나는 자동화에 관한 강의를 차근차근 듣고 있다. 도구를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내 일의 질서를 다시 짜는 시간이라는 마음으로.


타철님도 자동화를 이룩한 뒤 업무 효율과 성과가 눈에 띄게 올랐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확신이 더 굳어졌다. 1인 기업부터 대규모 사업체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경쟁력을 가른다. 사람을 줄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이 해야 할 일과 기계가 더 잘하는 일을 구분하자는 것이다. 자동화는 사람의 집중력을 아껴 최고의 구간에 투입하게 하고 실수를 줄이며 재현 가능한 품질을 만든다. 규모가 커질수록 이 차이는 누적되어 격차가 된다. 결국 자동화는 ‘먼저 시작하는 자’에게 복리로 돌아오는 혜택인 셈이다.


앞으로 본격화한다면 나는 세 가지 영역을 우선순위에 놓을 생각이다. 첫째 뉴스레터 발행이다. 구독자가 언제 들어오든 같은 품질의 첫 인사를 받도록 자동 시퀀스를 설계하고, 열람률과 클릭률을 기준으로 제목과 본문을 지속적으로 튜닝하겠다. 둘째 SNS 관리. 콘텐츠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플랫폼별 포맷 변환과 해시태그·자막·썸네일 생성 일부를 자동화하겠다. 예약 발행과 댓글 큐레이션 알림을 엮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셋째 유튜브 제작. 스크립트 초안 → 샷리스트 → 촬영 → 컷 편집 → 자막 생성 → 썸네일 후보 → 설명·챕터 입력까지 이어지는 체인을 템플릿화하고, 썸네일 후보 생성은 AI로 초안을 만든 뒤 사람이 감수하는 구조로 짤 것이다.


이 세 가지 일의 핵심은 자동화를 ‘체화’하는 일이다. 도구를 하나 더 배우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의 언어를 자동화가 이해할 수 있도록 표준화하는 과정이다. 파일명 규칙 하나, 폴더 구조 하나, 체크리스트 한 줄이 쌓여서 시스템이 된다.


처음 강의에서 들었던 그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수천 개의 댓글을 혼자 달래느라 손목이 붓고 눈이 시큰해졌다는 고백. 나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내 일의 병목을 하나씩 지워 나가고 있다. 자동화는 내게 시간을 돌려주고 에너지를 아끼게 해 준다. 더 멀리 보면 자동화는 내 삶의 여유를 제공할 것이다. 반복에 갇히면 내 삶은 피폐해지지만 단순한 반복과정을 기계에 맡기면 나는 다시 이야기의 또 다른 얼굴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언젠가 자동화된 시스템이 충실히 일하고 있을 때 나는 조용히 다음 문장을 준비할 것이다.


노트 한 장, 커피 한 잔의 여유, 느긋한 여행, 이런 작은 풍경들이 이어져 내 삶의 미래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나는 자동화를 통해 더 자유롭게 일하고 더 여유로워지며 더 오래 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던 바로 그 삶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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