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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초보 딱지를 떼며

by 산들

눈 시린 하늘을 품은 라오스,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라오스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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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TV에서 뉴스를 보니 초미세먼지 때문에 전국이 난리라고 한다. 어제부터 눈이 따갑고 목도 간질간질한 게 그 때문이었나 보다.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미세먼지 소식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쪽이 먹먹해진다. 언제부터인지 맑은 공기를 마시는 일이 사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을 구경하는 날이면 그날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뉴스에서는 너나없이 마스크를 쓴 사람들 모습을 보여주고, 기상 해설자는 미세먼지가 예년보다 극성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이럴 때면 카메라만 들이대도 파란 하늘이 쏟아지던 라오스의 하늘이 그립다. 당신이 만약 라오스를 다녀온다면 아마도 두 가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와 또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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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는 쉬운 여행이 있고 고생스러운 여행이 있다. 여행을 꿈꾸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려고 생각하면 그리 쉽지가 않은 게 여행이다. 흔히 돈이 없어 여행을 못 간다고 하지만 사실 여행은 돈만 있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여행경비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눈앞에 닥치기도 하지만 시간, 체력, 주변 상황 등이 맞아떨어져야 한다. 다들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여행 계획을 세우고 여행사에 지불까지 했는데도 사정이 생겨 여행을 가지 못한 경험 말이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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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겨울 우리 가족은 시드니행 여행에 꿈이 부풀어 있었다. 그 많은 여행지 중에서 고르고 골라서 택한 곳이 시드니였다. 세계 3대 야경 중 하나라는 시드니. 그것도 크리스마스에 맞추어 불꽃 축제에 참석하기 위해 여행 일정을 맞추었다. 드디어 고르고 고른 여행사에 입금까지 마치고 떠날 날만 기다리던 어느 날이었다. 2011년 12월 17일. 갑자기 김정일 사망 소식이 떴다. 연이어 공무원의 해외여행 제한 공문. 정부 측에서는 김정일이 죽었으니 비상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출발 날짜는 다가오는데 발이 묶여 있으니 죽을 맛이었다. 아내는 나와 아이라도 먼저 떠나라고 했지만 어찌 그러겠는가? 결국 마지막까지 기다리다 여행사의 독촉 전화까지 받아야 했다. 크리스마스 성수기 때문에 호텔 예약을 확정해야 하니 결정을 내려달라는 말이었다. 그날 위약금까지 물고 취소하고 나니 기운이 빠졌다. 그런데 바로 그다음 날 아침, 여행을 갈 수 있다는 뉴스가 떴다. 그때의 허탈함이란. 결국 지금도 시드니는 마음속에 여행지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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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행만큼 변수가 큰 게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일은 안 생겨야겠지만 고심해서 계약한 여행사가 폐업으로 당신을 고통스럽게 만들 수도 있다. 뜻하지 않게 교통사고를 만나거나 가이드를 잘못 만나 즐거웠던 여행을 망칠 수도 있다. 물건을 소매치기당할 수도 있으며,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한다. 선택 옵션으로 예상치 못했던 금액이 나가는 쓰라림을 경험할 수도 있으며, 원치 않는 쇼핑 전선에 나설 수도 있다. 이 모든 가능성이 여행에는 존재한다. 다시는 안 떠나겠다고 이를 갈았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여행을 꿈꾼다. 그게 여행의 진정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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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처음 여행을 갈 계획을 세웠다면 가장 쉬운 여행은 패키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만족도는 어떨까? 패키지의 강점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서 하므로 여행자가 특별히 신경 쓸 일이 없다는 점이다. 여행자는 항공권을 검색할 필요도, 숙박지나 식당을 알아봐야 한다는 중압감도 가질 필요가 없다. 일정 비용을 지급하면 여행사가 그 모든 일을 다 해준다. 흔한 말로 이것저것 신경 쓰지 않고 피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얼마나 자신과 맞는 여행사를 찾을 수 있느냐이다. 그렇고 고르고 골랐건만 막상 여행지에서 즐거움을 망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바로 가이드 때문이다. 여행자는 가격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여행코스에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 이때만큼은 여행자는 을이 아니라 갑의 입장에서 여행사를 고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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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를 이용하면서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장점은 저렴함이다. 아마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은 지금까지 대부분 비싼 여행상품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여행 고수라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비수기를 이용한다. 비수기를 이용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생각할 수도 없는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갈 수 있고, 게다가 여행객이 없다 보니 그만큼 더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이거야말로 일거양득 아닌가! 반대로 생각해보면 간단해진다. 성수기에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떠나고 싶어 한다. 비행기 표 구하기는 힘들고, 숙박도 잡기 어렵다. 하루 차이에 항공권 가격이 널뛰기를 하기도 한다. 실제로 나 역시 한 달 이상 항공권 때문에 고생을 한 적이 있다. 새벽까지 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면 여행 가기 전에 지치기 시작하고, 이쯤 되면 여행이 아니라 막노동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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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가격에 여행상품을 팔기도 한다. 세상에나 이런 말도 안 되는 가격이 가능하냐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심지어 비행기 가격밖에 안 되는 가격에 여행지를 다녀올 수도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냐고?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정말 듣지도 보지도 못한 꿈같은 비용으로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 그 비밀은 바로 시간에 있다. 다만, 그만큼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여행비용에서 가장 크게 차지하는 것은 항공권과 숙박비이다. 만약 여행경비를 확 줄이고 싶다면 항공권과 숙박비의 노하우를 먼저 터득하면 된다.


이제 20년 여행 끝에 이제야 조금 터득한 노하우를 털어놓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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