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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여행? 자유여행?

by 산들

처음 해외여행을 떠난 게 1991년도였다. 당시만 해도 항공권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다. 가격도 비쌌을 뿐만 아니라 저가항공사라는 개념도 없을 때였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조금이라도 싼 항공권을 구하기 위해서는 직접 발품을 팔아야만 했다. 여행사를 돌다가 간신히 구한 것이 영국항공 티켓이었다. 런던 인 – 파리 아웃이 대략 68만 원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가격이 지금 항공권 가격과 비슷하니 얼마나 많이 싸졌는가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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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 여행 가방은 다른 나라에 있을지도 모른다!


런던에 머물다가 비행기로 파리에 도착하여 짐을 찾으려 하니 가방이 없었다. 알아보니 내 짐이 지중해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 황당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짐이 도착하는 데 하루 이상이 걸린다고 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항공사에서는 보상형태로 몇 백 프랑을 주었다. 짐이 없으니 파리에서 달리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런던에서 함께 출발했던 일행과는 더 이상 여정을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게 테제베를 타고 니스로 가는 것이었다. 생전 처음 타는 고속철은 공간을 뛰어넘어 나를 남프랑스로 데려다주었다. 그때 보았던 니스 해변의 느긋함이란.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사람들이 바닷가에서 한적한 피서를 즐기고 있었다.


나는 내친김에 깐까지 가기로 했다. 3대 영화제가 열린다는 깐은 생각보다 작은 소도시였다. 지금은 기억이 희미하지만 마르세유도 갔던 것 같다. 항구를 가득 메운 요트의 물결이 눈부셨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처럼 뜻하지 않게 다른 여정이 생기기도 한다. 항공사에서 짐을 찾다 보면 파손되는 경우나 심지어 짐을 분실할 수도 있으니 어쩌면 복불복일 수도 있겠다. 이럴 경우에는 사진을 찍어 두고 항공사 사무실에 이야기를 하면 조치를 해준다. 나의 경우, 동유럽에서 돌아오는 길에 트렁크가 파손되었기에 항공사 직원에게 상황을 이야기를 하고 사고 서류를 작성했더니 비슷한 종류로 보내주었던 기억이 있다. 대부분 여행을 떠나기 전 보험을 들 테니, 여행사 보험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여행사 보험이야말로 적은 비용으로 큰 혜텍을 볼 수 있으니 꼭 들어둘 필요가 있다. 중요한 사실은 난처한 상황 발생 시, 항상 기록이나 사진을 남겨둠으로써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왕이면 항공사 직원이나 경찰 등이라면 공신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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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비행기를 타고 있다고 해서

같은 가격대로 산 것은 아니다!


지금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같은 비행기를 타더라도 구입한 항공권은 가격이 다르다. 마트를 생각해보자.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마트에서는 생선회에 할인을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할인율은 커지고 문 닫기 전이라면 반 가격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그 이유는 회가 두고두고 먹을 수 없기 때문이며 오늘 팔지 않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의 마법은 정상가에 팔던 제품을 반 가격, 아니 운만 좋으면 거저나 다름없는 가격으로 사게 만든다. 항공권이나 숙박권도 마찬가지이다. 오늘 떠나는 비행기 항공권은 내일에는 쓸모가 없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어차피 빈 좌석으로 비행기를 띄울 바에야 싼 가격에라도 파는 게 훨씬 더 낫다. 그래서 땡처리라는 말이 붙은 좌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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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가격이 발생하는 구조는 간단하다. 항공사의 가장 큰 고객은 여행사이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여행사의 단체 손님이야말로 가장 믿을 만한 고객이자 듬직한 자원이다. 문제는 여행사에도 비수기가 있다는 점이다. 여행사의 비수기가 있다고 항공사에서 비행기를 안 띄울 수는 없다. 여행사에 근무해보지는 않았지만 대충 내가 세운 논리는 이러하다. 여행사에서는 비수기 때에도 항공사의 항공권을 일정 정도 지속적으로 매입해준다. 누구나 잘 나갈 때보다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를 잊지 않는 법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항공사 입장에서도 성수기 때 어느 정도 항공권을 보장해줄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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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고수는 남들 안 갈 때를 노린다~


항공권의 성수기는 휴일과 맞물려 있다. 특히, 아이들이 방학을 하는 여름과 겨울이 심하다. 그때쯤이면 가격이 비수기보다 심한 경우 2배에서 3배까지 오르기도 한다. 수요가 워낙 많다 보니 당연한 결과이기는 하다. 그리고도 항공권을 못 구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추석이나 설날에 기차표나 버스표를 구하기 힘든 것과 비슷하다. 추석이나 설날이야 우리가 어쩌지 못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곳을 가기 위해 항공권 구입을 원할 때 비수기를 노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신이 항공권을 구입할 때도 하루 차이에 십만 원이 차이 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여행 고수들은 이때를 피한다. 그들은 남들이 안 가는 때를 골라서 간다. 그들이 자주 이용하는 방법은 항공사에서 내놓는 특가 항공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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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운이 좋다면 생각하지도 못했던 어마어마한 가격에 자신이 가고자 했던 곳의 항공권을 구입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한정판은 첫날 대부분 팔려버린다. 세일 첫날에 좋은 물건이 먼저 빠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그러니 고수 들일수록 항공사 특가가 언제 나오는지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 요즘은 항공사에서 미리 고객들에게 SNS나 문자로 알리기도 한다. 이런 특가 상품에도 약간의 꼼수는 있다. 항공사에서는 편도와 왕복 가격을 제시하고 있지만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그 가격대로 여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몰라서 못 이용하는 것이지 알면 놀라운 상품이 있기도 하다. 에어서울에서는 특가로 여행지를 다녀올 수 있는 민트 상품처럼 말이다.

숙박도 마찬가지이다. 주인 입장에서는 비수기에도 건물을 비워둘 수는 없고 인건비를 지불해야 한다. 어느 정도 밑지면서도 버텨야 한다. 성수기 때 그 손실분을 상쇄할 수 있을 테니 어렵더라도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다. 이처럼 항공사와 숙박, 여행사의 이해관계가 어우러지면서 여행업계가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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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를 미워하지 마라!


자, 여행을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바로 가이드이다. 우리가 패키지여행을 할 때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게 바로 가이드 비용이다. 대부분 1일 10달러 내외로 책정된다. 그 이하이면 더 좋겠지만 그 이상이면 고객들의 부담이 크다. 문제는 이 가이드 비용을 가이드 혼자 수고비로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느 여행에서 만난 가이드는 그 비용에서 기사 몫까지 챙겨주어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더 심한 경우, 일부 여행사는 가이드에게 일정 금액을 추가로 요구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이러다 보니 가이드는 고생을 하고도 막상 손에 쥐는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을 수 있다. 가끔 어떤 가이드는 선택관광을 너무 노골적으로 강요해서 즐거웠던 여행을 망치게 하기도 한다. 알고 보면 가이드들이 여행자의 선택관광에 목을 매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여행기간의 노동이 노력 봉사에 그치고 만다. 내가 잘못 알았을 수도 있지만, 아니 잘못 알았기를 바라지만, 이런 내막을 안 이후 나는 가이드들의 선택관광에 조금 너그러워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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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여행이 주지 않은 것들!


이 모든 게 복잡하고 힘들다면 패키지를 택할 수밖에. 물론 패키지는 편한 반면에 단점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단점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현지의 맛집을 체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일본에서는 3시간 넘게 달려간 곳에서 30분 구경을 하고 다시 몇 시간을 달려야 했던 적도 있었다. 만약 개인 사정으로 한 명이 늦으면 전체 일행이 고생을 해야 하니 마음고생도 크다. 심지어 마음에 드는 곳에서 느긋하게 사진을 찍거나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이지만 패키지여행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자유여행을 떠나기가 어렵다. 일단 혼자 항공권을 구하고 숙박을 정해야 하며 일정을 정하는 자체가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유여행에 맛을 들이면 패키지여행은 못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자유여행은 매력 덩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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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가족과 함께 동유럽 패키지를 갔을 때 하루 식사를 3개국에서 나눠서 한 적도 있었다. 즉 아침은 A, 점심은 B, 저녁은 C라는 나라에서. 물론 편했다. 하지만 갔다 와서 다녀온 곳이 기억나지 않거나 여러 군데가 섞여서 기억이 나는 묘한 경험을 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가족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여행의 주도가 되지 못하고 여행사가 정해진 틀에 따라 움직인 결과였다. 물론 돈은 내가 지급했지만 여행에서 내가 그만큼의 만족도를 얻었는가는 차원이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여행의 적극적인 주체가 되느냐 아니면 수동적인 객체에 머울 것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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