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잠을 청할 수 있는 숙소를 정하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하나는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을 찾는 것이고, 또 다른 의미는 다음 목적지를 위한 중간 기점으로서의 역할이다. 어떤 이는 그래서 숙소를 잡는데 신중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단지 잠시 머무르는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특히, 잠자리가 예민한 사람이라면 숙소가 많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여행지에서 숙소의 의미란
여행을 하다 보면 때로 숙소에서 기분 좋은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여행을 망치기도 한다. 숙소가 여행의 전부일 수는 없지만 신경이 많이 쓰이는 곳임에는 틀임 없다. 그래서 숙소를 정하는 것은 전혀 쉽지 않다. 오히려 잘못 고를 경우,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패키지라면 별로 걱정을 안 해도 되겠지만 자신이 일정을 짜고 숙소를 잡아야 하는 자유여행은 다르다. 물론 패키지조차 뜻밖의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동유럽에 갔을 때의 일이다. 폴란드였던가 12월 말일이라 모든 숙소는 다 차있었다. 그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간 것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가이드 말로는 4성급이라고 했는데 호텔 전체가 난방이 안 되는 것이었다. 심지어 숙소에서 제공한 난로까지도 켤 수 없었다. 난로를 켜면 층 전체 전원이 나가버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우리는 난방도 안 된 방에서 덜덜 떨다가 샤워도 못하고 새벽을 기다려야만 했다. 가이드 말로는 그동안 다른 호텔을 거래했는데 연말이라 방을 구할 수 없어 처음 거래를 맺은 호텔인데 결국 문제가 터졌다는 이야기였다. 여행사에서 사전에 검증한 패키지여행도 이런 일이 생기는데 하물며 자유여행이야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당신이 자유여행을 선택했고 숙소를 찾는다면 몇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항공편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짜이다. 만약 당신이 찾고자 하는 지역에 축제나 대형 행사가 있다면 숙소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고, 가격 또한 가장 비쌀 때를 선택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라면 비수기나 지역 행사를 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유여행에서도 여러 가지 변수는 존재한다. 날짜 외에도 혼자이냐, 커플이냐, 가족 단위인가 등이 숙소를 결정짓는 요인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혼자나 커플일 경우이다. 이 경우는 가장 쉽게 방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 단위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단 3인까지는 가능(트리플)하지만 4인이라면 방을 2개 잡거나 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급증한다. 좀 더 진도를 나가보자.
"혼자일 경우이고 비용을 줄이고자 할 때.
게스트하우스는 어떤가? 게스트하우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여기에 현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주인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또 다른 멋진 점은 현지를 찾은 당신과 같은 처지의 여행객들을 만난다는 사실이다. 같은 방을 쓰다가 그들과 친구가 될 수도 있다.
당신이 유럽을 선택했고 한인 민박을 고민 중이라면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하다고 보면 좋다. 만약 프랑스에 갈 예정이고 한국음식이 그립다면 한인민박은 어떨까? 한인민박은 저렴한 가격에 아침, 저녁까지(숙소마다 차이는 있음) 무료로 제공해주는 매력이 있다. 거기다 빨래(비용을 지불하기는 하지만)까지 할 수 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당신이 가고자 하는 도시의 사이트를 검색해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런던의 한인민박집 입구
내가 묵었던 파리의 한인민박 주인아주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아서 머무는 내내 포식했다. 특히, 토요일마다 벌인다는 삼겹살 파티 덕에 파리에서의 추억은 더 근사해졌다. 사실 이 숙소를 택한 이유 중의 하나는 후기평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여행지에서 먹는 한식이 주는 특별함에, 주인아주머니의 친절까지 더해지니 여행이 풍요로워졌다. 아주머니는 카카오톡방을 운영하면서 여행자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거나 머무는 사람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도록 해주었다. 지금도 파리하면 그 집이 떠오른다.
스위스의 인터라켄에는 여행자들의 천국이라는 백팩이 있다. 숙박비가 만만치 않은 스위스에서 여행객들은 휴식을 취하면서 느긋하게 액티비티를 즐기기도 한다. 숙소에서는 간단한 여행 정보만이 아니라 패러글라이딩이나 스카이다이빙과 같은 액티비티를 연계해주기도 한다. 여기에다 직접 식사를 만들어 먹을 수도 있고 한국인들도 원 없이 만날 수 있으니 정말 여행의 피곤함을 풀기에는 끝내주는 곳이다. 마친 우리가 묵었던 방은 융프라우가 창밖에 있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창을 열면 눈앞에 융프라우가 펼쳐져 있는 풍경은 생각만으로도 근사하지 않은가? 바로 이런 풍경 말이다.
편안한 휴식, 행복한 서비스
혼자일 경우, 특별히 고민할 필요 없이 싱글룸을 선택하면 된다. 좀 넓은 느낌을 원하면 더블 침대를 택하면 그만이다. 사실 전 세계 호텔을 알려주는 사이트는 너무 많다. 트리바고, 아고다, 호텔스닷컴, 호텔 컴바인 등등. 문제는 같은 호텔이라도 가격대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는 점이다. 가격비교 사이트가 있음에도 우리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아고다나 호텔스닷컴 등은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으니 꼭 사용하기 바란다(이런 건 검색만 해도 나온다).
숙소를 잡을 때 당신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편하다.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숙소를 잡기는 어렵다는 걸 고려해서.
숙소 위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만약 저렴한 숙소를 잡았다고 기분 좋게 생각했는데 역이나 버스 터미널에서 먼 곳이라면 가는 도중에 힘이 빠진다. 또한 도심에서 먼 곳이라면 저녁 식사 후에 숙소에서 나와 도심 구경을 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는 몰라도 유럽에서는 오래되고 층수가 낮은 호텔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도 있다. 3층이나 4층까지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낑낑대고 올라간다고 생각해보라. 물론 호텔보이가 도와줄 수도 있지만 불편한 건 불편한 거다. 이런 낭패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후기를 읽어 보거나 호텔 안내문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공항에서 이동한다면 호텔까지 연계 가능한 셔틀버스가 있는가를 먼저 확인하면 좋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하는 게 좋다. 호텔의 좋은 점 중의 하나는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 무료 교통 쿠폰을 주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스위스 제네바에 묵었을 때, 무료 교통 쿠폰을 주어서 기분 좋게 야간 시내투어를 할 수 있었다.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특이하게, 드라이브형 호텔의 경우를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묵었던 숙소가 그런 방식이었다. 간단하게 식사도 해 먹을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그 역시 일반 호텔과 비슷한 경우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작은 호텔의 경우, 호텔 체크인 시간을 정해두는 일도 있다. 그 시간대에만 직원이 근무하는 호텔로 이 시간을 지나서 체크인한다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베니스) 호텔에서 체크인 시간보다 1시간 정도 늦게 도착했다고 30유로인가를 물어야 했다. 물론 이런 경우는 안타깝지만 매니저의 잘못이 아니라 호텔의 방침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힘든 일정일 때, 인생 호텔을 만나면 고통은 사라지고 순간 여행이 행복해진다. 돈을 절약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끔 자신에게 선물을 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 하이야트 호텔에 묵었다. 교통 접근성도 좋았지만 오션뷰였기 때문에 창을 열면 바다가 눈앞에서 출렁였다. 일몰이 유명한 코타에서 창밖으로 펼쳐진 풍경을 보는 자체가 힐링이었다.
좋은 호텔이라면 느긋한 풍경을 즐기기 좋은 것도 장점이다. 대부분 풍경이 좋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휴식시간에 현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모습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방비엥 호텔에서의 일몰
베트남 사파에서 만난 호라이즌이 그랬다. 하노이에서 밤기차를 타고 다시 또 버스를 갈아타고 도착한 사파에 대한 인상은 호텔 메니저를 만나면서 긍정으로 급변했다. 그래서인지 호텔 도착부터 체크아웃 때까지 감동의 연속이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호텔을 다녔지만 그런 호텔은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 어느 만큼이냐면 그 호텔 때문이라도 다시 사파에 가고 싶을 정도이다.
숙소에서 바라본 사파 풍경
여기서 주의할 점, 저렴한 가격대일 경우 조식 포함 여부를 확인하기 바란다. 조식이 표시되어 있다고 해도 자세히 확인하기 바란다. 본인은 조식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갔는데 먹을 수 없으면 황당하지 않겠는가? 베트남 달랏의 한 호텔 조식에는 김치찌개가 나왔던 적도 있다. 여행지에서 든든한 아침은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하게 만드는 윤활유이다. 이쯤이면 아침을 안 먹을 이유가 없다.
색다른 경험이 필요해!. 에어비앤비
에어비앤비는 최근 뜨고 있는 공유 숙박 형태이다. 가끔 뉴스에서 몰카나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이 있기도 하지만 한 번쯤 이용해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다. 1인이나 커플도 좋지만 가족 단위일 경우, 한 번쯤 이용해 보기를 권한다.
나라마다 차이가 좀 있을 텐데, 일본은 대개 입구에서 키를 찾을 수 있게 하거나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방식이다. 도쿄와 삿포로에서 이용한 적이 있는데 두 번 다 주인과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반면에 유럽에서는 직접 주인을 만나서 열쇠를 건네받는 방식이었다.
일본 도쿄 에어비앤비 숙소 앞 도로
처음 이용한다면 슈퍼 매니저가 관리하는 에어비앤비를 권하고 싶다. 아무래도 그동안 많은 여행객을 맞이하면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주인이라는 점에서 믿을 수 있다. 호텔의 경우도 그렇지만 에어비앤비의 경우에도 후기를 꼭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음식점 맛집 후기나 상품 후기와 달리 에어비앤비는 직접 묵었던 체험이 녹아들어 있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는 가족 단위의 경우 호텔보다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식재료를 구입해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매력이 크다. 또한, 그 나라 가정집을 빌려서 생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화나 색다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뜻밖에 멋진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은 파리에서 오베르 쉬즈 우와즈를 들렸다가 남프랑스로 가기로 계획을 했었다. 바로 가기에는 무리가 있는 거리였기 때문에 액상 프로방스로 가는 도중에 중간에 하루 정도 쉴 곳이 필요했다. 여러 곳을 검색해보았지만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프랑스는 생각보다 넓었다. 그래 우연한 기회에 계약한 곳이 생전 처음 들어보는 누와예라는 도시였다. 우연한 선택이었지만 대박이었다.
프랑스에서의 첫 에어비앤비였기 때문에 걱정 반 기대 반, 아니 걱정이 더 컸다. 지명도 처음 들어보는 곳이었고 내비게이션도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는 풍경이 너무 근사해서 우리는 한 시간 내내 감탄하며 숙소까지 갔다. 너무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가는 느낌은 한 편의 영화를 찍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거기서 만난 주인 내외도 근사했다. 이백 년을 훌쩍 넘겼다는 집은 하루 묵기에는 아까웠다. 우리 가족은 유럽에서 가장 근사한 집으로 만장일치로 그 집을 꼽았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에서 낭패 볼 가능성도 있다. 그 이유는 정확한 장소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한 집 주소는 결제를 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그러니 대충 그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고 결제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전에 주인에게 문의를 할 수도 있기는 하다.
이탈리아 제노바를 가는 도중에 잡은 숙소는 제노바에서 두 시간 거리였다. 제노바 시내 구경은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산길을 한참을 가야 했기 때문에 가는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다. 대신 드넓은 포도나무 농장이 빚어내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보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다. 만약 정확한 위치를 알았더라면 절대 그곳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멋진 풍경은 못 보았을 테지만 말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면서 크게 실망한 경험은 없다. 그나마 유일한 게 프랑스에서 에어비앤비 주인이 연락을 하지 않아 고생했을 때였다. 작년 일본 동경에 숙소를 정했을 때는 갑자기 일본 정부의 정책이 바뀌어서 숙소에 묵을 수 없었다. 그래도 에어비앤비에서는 결제 취소한 이후에도 미안하다는 의미에서 상당한 액수의 쿠폰까지 제공되는 걸 보고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당신이 묵은 숙소에서 좋은 인연을 많이 맺기를 바란다. 여행지의 숙소는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다. 거기에서 이야기가 생겨나고 추억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도쿄 근처 하코네의 분위기 있는 료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