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뉴스를 트니 초미세먼지 때문에 전국이 난리란다. 어제부터 눈이 따갑고 목도 간질간질한 게 그 때문이었나 보다. 한반도 전역을 뒤덮은 미세먼지 소식을 떠올리고 있노라면 가슴 한쪽이 먹먹해진다. 뉴스에서는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모습을 보여주고, 기상 해설자는 미세먼지가 예년보다 극성이라는 소식을 전한다. 이럴 때면 카메라만 들이대도 파란 하늘이 쏟아지던 라오스의 하늘이 그립다. 당신이 만약 라오스를 다녀온다면 아마도 두 가지 생각이 들지 않을까?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와 또 떠나고 싶다.
여행에는 쉬운 여행이 있고 고생스러운 여행이 있다. 대개 우리가 생각하는 쉬운 여행은 패키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만족도는 어떨까? 패키지의 강점은 정해진 동선을 따라서 하므로 여행자가 특별히 신경 쓸 일이 없다는 점이다. 그는 항공권을 검색할 필요도, 숙박지나 식당을 알아봐야 한다는 중압감도 가질 필요가 없다. 일정 비용을 지급하면 여행사가 그 모든 일을 다 해준다. 흔한 말로 피곤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다. 단점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거나 현지의 맛집을 체험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마음에 드는 곳에서 느긋하게 사진을 찍거나 자신만의 추억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예전에 가족과 함께 동유럽 패키지를 갔을 때 하루 식사를 3개국에서 나눠서 한 적도 있었다. 즉 아침은 A, 점심은 B, 저녁은 C라는 나라에서. 물론 편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자유여행을 했더라면 불가능한 코스였다. 하지만 갔다 와서 다녀온 곳이 기억나지 않거나 여러 군데가 섞여서 기억이 나는 묘한 경험을 했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가족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 모든 것은 내가 여행의 주도가 되지 못하고 여행사가 정해진 틀에 따라 움직인 결과였다. 물론 돈은 내가 지급했지만 여행에서 내가 그만큼의 만족도를 얻었는가는 차원이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이 모두가 당신이 라오스를 가게 된다면 자유여행을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신이 라오스 방비엥에서 자유여행을 한다면 패키지에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경험을 할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국적인 자연 풍광이나 어린아이들의 해맑은 모습, 행복한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과 함께 잠시나마 세상 느리게 시간이 흘러가는 특별한 경험을 하는 것은 순전히 여행의 덤이다.
방비엥의 한적한 골목길
일단 라오스에 도착한 후, 비엔티안(Vientiane)의 국제공항을 벗어나 방비엥(VangVieng)이나 루앙프라방(LuangPrabang)으로 향한다면 무슨 이런 나라가 있나 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국적기가 아니라면 대개 라오스행 비행기는 오후에 출발해서 밤늦은 시간에 도착한다. 비엔티안에서 방비엥으로 가는 다섯 시간 내내 든 생각은 우리나라 시골길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라는 마음이었다. 아마도 과적 차량에 의해 파괴되었음 직한 군데군데 파인 도로는 지그재그로 운전을 해야 하는 고통스러움이 연속이었다. 공항을 빠져나와 방비엥으로 향하는 내내 열악한 도로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기사가 우리를 배려하여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게 온몸으로 느껴지면서도 여행지를 잘못 선택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까지 들 정도였다. 심지어 10여 년 전 캄보디아를 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배낭자들의 천국이라는 라오스의 방비엥으로 가는 길목에서 맞이하는 새해는 특별했다. 한국과는 2시간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우리 일행은 엉겁결에 미니밴 안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곳곳에서 터지는 폭죽이며 길거리에서 간혹 보이는 사람들과 오토바이만이 낯선 이곳에도 새해의 힘찬 기운이 일어나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줄 뿐이었다.
방비엥의 원래 지명은 무앙송(MouangSong)이었으나 프랑스 점령기이던 1890년대에 현재의 지명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새해여서 그런지 산책 겸해서 나선 방비엥의 아침 거리 모습은 한산했다. 남송(NamSong) 강 근처에서 느긋하게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들도 가게 문을 닫은 가게들도 한적한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현지인들이 하는 여행사 몇 군데를 다녀보았지만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중 할리스커피 근처에 한국인이 상담하는 곳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일단 주어진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 안에 일정을 짜야만 했기 때문에 빠른 판단이 필요했다.
패키지야 정해진 순서로 따라 하면 되지만 자유여행은 본인이 일정을 포함해서 대부분을 짜야한다. 이때 고려할 사안은 무엇을 할 것이며, 가격은 어느 정도가 적정한가 여부이다. 그것도 귀찮다면 그냥 마을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다녀도 된다. 적어도 방비엥이라면. 여기서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므로 바삐 서두를 필요가 없다. 방비엥에서 만난 프랑스에서 온 여행자는 한 달간 머무르다 간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부럽다는 생각 외에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여행에는 정답이 없는 법이지만 이들처럼 느긋함을 마음껏 즐기는 이에게는 다른 설명이나 특별한 해답이 필요 없다.
하지만 여행의 가장 큰 제약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며, 또 다른 제약은 비용 문제이다. 물론 여행을 다닐 만한 체력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여행지에서 마음이 급하다 보면 단기간에 많은 것을 하고 싶어 진다. 여기까지 온 게 어딘데 온 김에 본전을 뽑고자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느긋한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단기간에 많은 체험을 하고 사진을 찍고 싶어 진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신념을 온몸으로 실천하면서 찍다 보면 어느새 여행이 훌쩍 끝난다. 정작 왜 여행을 떠나왔는가는 사라져 버리고,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보지 않을 사진만 핸드폰이나 카메라에 수백 장, 수천 장 쌓여간다.
하지만 여행의 가장 큰 제약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며, 또 다른 제약은 비용 문제이다. 물론 여행을 다닐 만한 체력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말이다. 여행지에서 마음이 급하다 보면 단기간에 많은 것을 하고 싶어 진다. 여기까지 온 게 어딘데 온 김에 본전을 뽑고자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느긋한 여행을 즐기기보다는 단기간에 많은 체험을 하고 사진을 찍고 싶어 진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신념을 온몸으로 실천하면서 찍다 보면 어느새 여행이 훌쩍 끝난다. 정작 왜 여행을 떠나왔는가는 사라져 버리고, 어쩌면 시간이 지나면 보지 않을 사진만 핸드폰이나 카메라에 수백 장, 수천 장 쌓여간다.
몇 군데를 비교한 후, 우리는 방비엥에서 첫 번째 투어로 버기카를 선택했다. 무개차인 버기카는 500, 650, 1000CC까지 다양하다. 출력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지며, 대략 4시간 2인 기준으로 40만~45만 킵(6만 원) 내외에서 대여할 수 있다. 현지인이 운영하는 버기카는 비용은 조금 더 저렴하지만, 차량에 문제가 생기면 연락할 방법이 없다. 한국인 사장님 소개로 버기카를 이용할 경우, 비용은 좀 더 비싸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카톡이나 어떤 식으로건 대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방비엥을 찾는 사람들이 버기카를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방비엥의 대표적인 명소인 블루라군에 가기 위해서이다. 물론 좀 더 저렴한 툭툭이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버기카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툭툭이가 경운기나 예전 삼발이 트럭의 느낌이라면 버기카는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다. 방비엥의 블루라군은 총 4곳이다. 그중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하는 곳은 블루라군 1이다. 일단 마을에서 가깝고 도로포장이 되어 있어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그만큼 현지인도 많이 찾는다. 다만 느낌은 일반적인 관광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대표적인 명소를 많은 사람이 찾는 이유는 분명하지만 그것만이 우리가 찾는 이유의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첫 목적지로 선택한 곳은 일명 시크릿 라군이라 불리는 블루라군 3이다. 마을에서 상당히 떨어져서 그런지 찾는 이가 많지는 않다. 이곳이 한국인에게 알려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TV 프로그램 ‘배틀 트립’ 때문이다. 이전에도 여행객들이 알음알음으로 찾기는 했으니 그 방송 이후 폭발적으로 찾는 이가 많아졌다고 한다. 운전을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버기카를 처음 시동 걸었을 때 커다란 엔진 소리와 둔탁한 움직임이 다소 낯설 수도 있다. 운전을 몇십 년 해왔음에도 처음에는 운전대도 뻑뻑하기 때문에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블루라군 1까지는 포장이 되어 그나마 낫지만 최종 목적지인 블루라군 3까지 가기 위해서는 먼지 날리는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달려야 한다.
하지만 버기카의 진정한 묘미는 지금부터이다. 왜냐고, 트럭 뒤에 실려서 목적지까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야만 하는 툭툭이와 달리 버기카는 자신이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느긋한 라오스의 시골 풍경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버기카야말로 필수이다. 마음만 먹으면 그 자리에 차를 세워보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민속촌 느낌의 라오스가 아닌 생생한 라오스를 맛볼 수 있다. 맨발의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뛰놀고 닭과 개들은 그 곁에서 킁킁댄다. 널어둔 빨래는 따가운 햇볕에 마르고 하늘은 눈부시며 집 근처에 심은 야채는 파랗다. 가끔 소떼가 한껏 느긋하게 도로를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도 해야 한다. 버기카를 잠시 세우고 그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 한구석에 따듯함이 사정없이 밀려든다.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간직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심지어 언뜻 곁눈으로 쳐다본 마을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그냥 일상의 모습일 텐데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랄까. 이 길에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먼지 풀풀 날리는 버기카를 몰고 가는 내내 드는 것이다. 잊고 있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50여 분을 달리다 보면 드디어 목적지인 시크릿 라군이 눈앞에 등장한다.
지금도 생각나는 한 장면. 돌아오는 길에 오토바이 한 대에 엄마와 아빠, 아이가 함께 탄 가족을 만났다. 그 흙먼지 속에서도 엄마품에 안긴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우리 역시 아이가 시야에서 멀어질 때까지 손을 힘껏 흔들어주었다. 그 순간이었다. 라오스가 갑자기 좋아진 것은. 어느새 나도 잠시 라오스 사람들과 진정한 친구가 된 느낌이 들었다. 그런 맑고 순수한 영혼과의 만남이 유독 라오스에서는 더 기억에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