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고향, 방비엥

by 산들

- 특별한 느낌, 특별한 체험 시크릿라군

입구의 첫 느낌은 초라하다 못해 실망스럽다. 입장료 10,000킵(1,400원)을 받는 곳은 시골장터 한구석을 막아 놓은 느낌이다. 하지만 입구를 들어서면 실망은 환희로 바뀐다. 눈을 사로잡는 푸른 물빛에 싱그러운 젊음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시선을 뺏기는 건 다이빙대이다. 마음은 멋진 자세로 다이빙을 하고 싶지만 실제 현실은 녹녹지 않다. 다이빙대에 오르면 뛰어내리기를 두려워해서 머뭇거리는 사람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아찔한 높이는 아니지만 차가운 물속에 빠진다는 게 두려워지는 것이다. 다이빙대에서부터 물 깊이가 11m라니 그럴 만도 하다. 심지어 한번 다이빙을 하고 다시 와도 그 자리에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주저하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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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을 시도하는 사람은 구경하는 사람들의 환호에 힘입어 용기를 내본다. 어떤 이는 줄 막대기를 잡고 나서 출발하자마자 그대로 빠지기도 하고, 어떤 이는 멋진 포즈로 다이빙을 하기도 한다. 멋진 시도 끝에 박수를 받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몸이 따라주지 않는 절망감을 맛볼 뿐이다. 그 덕분인지 옆에서 물끄러미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유쾌하고 행복해진다. 이런 독특한 경험이야말로 정해진 시간 안에 움직이는 패키지여행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자유여행만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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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크릿라군에서 한국맛 그대로의 라면을

그리 크지는 않지만 수영을 하거나 배를 타거나 아니면 다이빙을 할 수도 있다. 한참 물놀이를 즐기다 보면 출출해진다. 이때 생각나는 간식, 바로 라면이다. 이곳에서는 한국과 똑같은 맛의 라면을 판다. 그것도 한국에서조차 먹어보지 못한 뚝배기 라면이다. 가격은 25,000킵(3,500원). 거기다 김치까지 준다. 맛은 어떠냐고, 말해 무엇하랴. 오죽하면 라면 나오는 프로 시청률까지 올라간다고 하지 않던가. 금세 라면 한 그릇이 뚝딱 비워진다. 잠시 쉬고 나면 슬슬 몸이 추워진다. 마침 모닥불을 피운 곳이 있어 몸을 녹이니 마음이 편해진다. 아쉽지만 다시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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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버기카라는 게 언뜻 보기에 모양은 좋은 데 젖은 옷을 입고 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날리기에는 제법 춥다.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다시 달려야 하는 상황에 해까지 저물기 시작하면 난감하기 짝이 없다. 건기라서 먼지가 뿌옇지 우기라면 도로는 온통 흙탕물 로 바뀔 것이다. 거기다가 비까지 쏟아진다면 그건 아마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도로 사정에서 가로등도 없는 도로를 운전할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 만약 오후에 버기카를 빌린다면 해지는 시간을 꼭 확인할 필요가 있다. 중간 중간에 도로가 움푹 파지다 보니 속도를 높일수록 버기카는 한껏 춤을 춘다. 잠깐 시간을 내서 블루라군 2에 들려보기로 한다. 어쩐지 입구에서부터 느낌이 완연히 다르다. 시크릿라군이 한적한 시골장터를 떠올리게 한다면 블루라군 2는 좀 더 세련된 관광지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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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라군에서 가족 단위 관광객을 거의 볼 수 없었던 데 비해 이곳은 가족 단위 여행객이 제법 눈이 뜨인다.

블루라군 2가 좀 더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환경인 셈이다. 그러고 보니 시크릿라군에서는 단 한 팀도 가족 단위 관광객을 본 기억이 없다. 우리 부부를 제외한 거의 대다수가 20대와 30대였다. 시크릿라군에 비해 가족이 많다는 건 그만큼 물이 따뜻하고 제법 널찍하고 환경도 쾌적하다는 말일 게다. 아내도 블루라군 2의 느낌이 더 편하고 좋다는 말을 연신 한다. 버기카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만나는 석양과 열기구는 당신이 패키지 대신에 자유여행을 선택한 덕분에 덤으로 받는 선물이다. 하지만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허리가 안 좋거나 운전이 서툴다면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시크릿라군까지 가는 코스가 편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한 시간 넘게 고생했다는 여행객을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퀴가 웅덩이에 빠져 다시 한 시간 남짓 고생했다며 다친 발을 쩔뚝이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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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기카를 반납하러 오는 길에 저멀리서 열기구 몇 대가 보인다. 방비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열기구가 뜨는 시각은 일출과 일몰 때이다. 1인당 체험비는 30분에 90달러. 터키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지만 만약 종일투어를 했다면 과연 새벽 기상을 할 만한 체력이 남아 있을련지 그게 의문이다.



- 생전 처음, 누워서 하는 물동굴 탐험

다음날은 종일투어를 하기로 했다. 방비엥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이 원하는 곳을 선택하거나 뺄 수 있도록 다양한 설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택한 코스는 1인당 23만킵(32,000원)으로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이루어지는 종일투어였다. 처음 도착한 곳은 튜브를 타고 진행하는 동굴 투어였다. 출발에 앞서 가이드는 랜턴을 하나씩 나누어주었다. 이어서 개인 튜브를 지급받고 줄을 지어 서 있다가 한 명씩 누워서 밧줄을 따라 동굴로 들어가는 체험이었다. 제법 차가운 물에 당장 옆을 보기도 힘든 상황. 오직 보이는 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자칫 줄을 세게 잡거나 자칫 중간에 엉키기라도 한다면 튜브에서 미끄러져 넘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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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ter cave라 불리는 동굴은 아마도 오랜 시간이 만들어낸 석회암 동굴인듯했다. 만져보면 손끝으로 축축한 느낌이 그대로 느껴졌다. 낮은 곳은 얼굴을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였다. 동굴을 들어가자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두움이 다가왔다. 랜턴이 없었더라면 그 두려움이 더 커졌을 것이다. 아마도 혼자서라면 절대 안 들어갔을 테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 간다는 생각이 두려움을 상쇄시켜주었다. 사실 입구를 제외하면 튜브에서 빠진다 해도 기껏해야 무릎 정도의 깊이였기 때문에 별문제는 없었겠지만 말이다.

누워서 하는 동굴투어는 대략 20여 분 남짓 걸렸다. 들어간 그대로 다시 줄을 잡고 다시 나와야 하는 단조로운 체험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체험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결코 쉽게 하기는 힘든 체험이었다. 만약 여름철이면 그야말로 제대로 된 피서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물동굴을 빠져 나와 잠시 들르는 곳이 코끼리 동굴이다. 자세히 보니 동굴 벽면 한쪽이 코끼리 형상을 하고 있다. 딱 10분, 그것도 길다면 길다. 그게 코끼리 동굴을 보는 데는 충분히 족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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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자리에서 심장이 멎어버리는, 돌아서면 다시 또 생각나는 집라인

다음 우리가 향한 목적지는 집라인 타는 곳이었다. 우리가 낸 23만킵에는 점심식사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한적한 강변에서 느긋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다리가 있는 남송강변이었다. 식사를 하는 우리 곁을 카약을 탄 사람들과 튜브를 탄 사람들이 그림처럼 스쳐 지나갔다. 한껏 즐거운 표정과 세상의 느긋함을 다 가진 표정으로.


집라인을 타는 절차는 조금 복잡하다. 일단 안전장비를 갖추고 다음으로 집라인 타는 요령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현지인의 강습이 이루어진다. 가장 중요하다는 브레이크 이용법과 자칫하면 중간에 멈출 수도 있다는 말까지. 그때는 몰랐다. 나도 그 대상이 될 거라는 걸, 다리를 건너 집라인의 최초 시작점까지 걸어가면 대기 장소가 나온다. 이어 트럭을 타고 첫 번째 목적지로 향한다. 그러면 드디어 나무 위에 설치해 놓은 집라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11가지 다양한 코스에 총 길이만 해도 2km에 달한다. 트럭을 타고 보기에도 아찔한 70도 정도 경사도를 올라가는 도중 첫 번째 집라인을 타는 사람의 비명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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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서지지는 않겠지만 집라인을 타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 것만도 후덜덜하다. 어떤 이는 자신의 선택에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하지만 뒤에 사람들이 기다리기 때문에 무작정 머뭇거릴 수는 없다. 그러니 어떻게든 출발할 수밖에 없다. 한두 차례 타다 보면 어느 정도 적응하는 순간이 온다. 그때 등장하는 게 바로 징검다리이다. 구간이 길지는 않지만 집라인과는 비교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든다. 물론 안전장치가 있지만 눈앞에서 허접하기 짝이 없는 나무쪼가리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사실이 유쾌할 리 없다. 그런 일이야 없어야겠지만 실수로라도 발을 삐끗이라도 한다면 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구조의 손길을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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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 구간 한 구간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구간이 다가온다. 집라인 마지막으로 향하며 순서를 대기하다가 바라본 주위 풍경은 한가로웠다. 세상 느긋하고 여유 있는 세계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최종 도달지에 도달하면 집라인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30m 수직 하강이 기다린다. 처음에는 설마 했는데 진짜로 눈앞에서 수직으로 떨어지는 사람을 보니 막상 두려워진다. 두려움이 크다면 계단으로 내려가는 방법이 있으니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눈앞에서 보이는 허공만이 있을 뿐, 나와 땅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다. 안전장치인 밧줄이 있으니 다행이지만 그 높이에서 자신 있게 뛰어내리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그냥 발을 떼면 딱 1초 정도면 어느새 땅에 있는 자신을 발견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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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을 거스르는 느긋함을 온몸으로 느끼고자 한다면 카야킹

다음 출발지는 기대했던 카야킹. 집라인과 마찬가지로 이동에 앞서 가이드가 간단하게나마 카약(kayak) 이동 시 주의할 점과 노를 사용하는 법을 알려준다. 다행히 건기라서 물이 깊을 때가 아니기 때문에 그다지 위험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그나마 위안이다. 더군다나 카약이라면 베트남 하롱베이에 갔을 때, 이미 한 시간 남짓 타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 안심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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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들은 카약의 앞부분에 여성, 뒷부분에 남성을 태운다. 여성 2명만 온 경우에는 반드시 가이드가 함께 탔다. 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아서였다. 카야킹은 남송강을 흐르는 물살의 흐름을 따라 카약을 타고 이동하는 투어이다. 만약 카약이 바위에 부딪히거나 걸리면 누군가 카약을 옮기거나 바로 잡아야하는데 이걸 할 사람이 필요하다. 건기는 건기대로 물이 얕으니 사람의 몸무게 때문에 카약에 자갈이나 바위 위에 걸터앉아버린다. 그 순간 노를 아무리 저어도 카약은 움직이지 않는다.


물론 건기라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우리를 비롯한 몇몇 팀이 물살이 갑자기 세게 바뀌는 곳에서 카약이 뒤집혀졌고, 나는 물속에 숨어 있던 바위에 장딴지가 심하게 쓸리는 상처를 입었으니 말이다. 만약 우기라면 물살이 그만큼 거셀 테고 바위에 부딪힐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물살이 셀 경우, 카약이 뒤집어질 확률 또한 당연히 높다. 최악의 경우에는 누군가 내려서 카약을 밀거나 똑바로 세워야만 한다. 현지 가이드들이 여성만 타게 하지 않거나 가이드를 붙이는 건 나름대로 많은 관광객을 상대하면서 터득한 노하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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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카야킹은 대략 2시간 정도 걸리는 제법 긴 거리이다. 처음에는 앞사람과 박자를 맞춰 신나게 노를 젓는다. 한참 신나게 노를 젓다 보면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운동을 안 한 사람이라면 점차 강해지는 노동의 강도를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카약이 조금 익숙해질 때쯤이면 주변 풍경을 조금씩이나마 감상할 여유가 생긴다. 누구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흐르는 물살에 따라 카약은 느리지만 조금씩이나마 저절로 나간다. 앞 사람이 누워서 경치를 구경한다면 뒷사람도 노 젓기를 잠시 멈추고 주변 풍경에 넋을 잃고 쳐다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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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비엥은 중국의 대표적인 명승지인 ‘계림’의 축소판이라는 ‘소계림’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수려한 경치를 가지고 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주변 경관은 보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을 지니고 있다. 느린 배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마치 그림 속으로 천천히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거기에 덧붙여 온통 초록으로 뒤덮인 라오스의 풍경은 보기만 해도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이 된다. 여기서는 바쁠 것도 급할 것도 없다. 시간이 잠시 느긋하게 흐르는 풍경을 가슴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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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자리에 누웠던 아내가 당신도 누워보라고 한다. 나는 노를 가만 내려놓았다. 흐릿하게 스치던 산이 그제야 제대로 들어온다. 느리게 흘러가는 물살에 몸을 맡기자 그동안 각박하고 힘들게 살았던 내 삶의 어느 한부분이 통째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치열하게 살았던 날들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울컥해져서 눈물이 날 뻔했다. 먹먹한 마음 한구석으로 남송강의 여린 물살이 그동안 고생했다고, 그러니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고 나를 어루만지며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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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강을 내려가다 보면 우리보다 더 느긋하게 튜빙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야말로 튜브 하나에 의지한 채 책을 보거나 세상 느긋함을 만끽하는 사람들이다. 구간이 길지는 않지만 별도로 5km를 이동하는 송강튜빙 상품(6만킵)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송강의 유속이 느리기 때문이다. 만약 유속이 빠르다면 사람들은 튜빙을 즐기는 게 아니라 공포를 체험해야 할 것이다. 튜빙과의 조우야말로 라오스가 시간이 느리게 가는 동네라는 사실을 더 절감하게 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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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빙을 하고 있던 몇몇은 카약이 지나가자 손을 내밀기도 한다. 자신도 태워달라는 장난이다. 연습을 안 했을 텐데도 안타까운 표정 연기까지 일품이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친구들과 물장구를 치기도 한다. 그들은 그들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그 순간을 즐겨보기로 한다. 그들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느긋함을 말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들도 아마 나와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자신의 고향이나 도심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의 고요함과 평안함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일이니. 자신도 여행을 떠나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표정으로 물살의 흐름을 느끼면서 한두 시간 동안 자연과 물아일치가 될지 어찌 알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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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친김에 블루라군까지

여행 코스의 마지막 목적지는 불루라군 1이다. 어제 버기카로는 미처 다녀오지 못한 곳이다. 툭툭이를 타고 먼지길을 10여 분 남짓 달리면 현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불루라군이 나온다. 아마 마을에서 가장 가까우니 제일 먼저 개발되었을 테고, 그래서인지 규모 또한 상당하다. 입구에 들어선 레스토랑이며 안에 위치한 상점 규모 또한 그동안 다녀온 블라라군 중 가장 컸다. 하지만 작은 컵라면 하나가 3만 킵에 달했다. 시크릿라군의 뚝배기 라면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비싼 가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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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블루라군도 그렇지만 이곳의 다이빙대에서도 청춘들은 젊음을 자랑하듯 다이빙을 즐긴다. 이곳에도 낮은 다이빙대와 높은 다이빙대를 동시에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다이빙대로 올라 물로 뛰어 들고 무에 그리 좋은지 웃어댄다. 그걸 보고 있는 것만으도 마음이 유쾌해진다. 다만 너무 관광지 느낌이 들어서 그게 안타까울 뿐. 다시 툭툭이를 타고 출발지로 돌아오는 길 내내 먼저 폴폴 날리는 길에서 마주했던 사람들이 생각난다. 길가를 한가롭게 걸어가던 소떼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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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액티비티로 벅찼다면 저녁은 이 지역의 명물인 신닷집이나 볼살집으로 향해도 좋다. 지역의 명물인 신닷 식당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삼겹살과 샤부샤부를 동시에 맛볼 수 있어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이다. 소스맛도 일품이다. 식사 후 다음 코스는 자연스럽게 야시장 구경이다. 방비엥의 야시장은 두 곳이다. 낮에는 덩그렇게 비어 있던 공터가 밤이 되면 화려한 볼거리를 간직한 야시장으로 변한다. 구경하다 출출하다면 코코넛빵을 먹어보기를 권한다. 5,000킵(800원) 정도면 다섯 개짜리 한 세트인 코코넛 빵을 맛볼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냉장고 바지나 대나무로 만든 스피커폰 등 토속 기념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한해 세 번이나 농사를 짓는다는

그곳 사람들처럼

큰 욕심 없이 그만큼의 세상을

한번 생각해 본다

하루만큼의 일과 한 끼의 식사와

나눌 사람이 있는 세상이

그리 많진 않을 텐데

그걸 못하고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일에 내몰리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하루도 있다

세상은 바라는 만큼은

일어지지 않아서

기대하는 것도 바라는 것도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하루 일과가 끝나면

천변이나 강둑에 앉아

해가 느긋하게 노른자처럼 풀어지거나

숨바꼭질하는 모습을 보고도 싶은 것이다

- 라오스 방비엥에서



사람들도 북적이던 야시장도 10시면 문을 닫고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적막에 사로잡힌다. 사람이 사라진 거리는 스산한 느낌까지 든다. 일부 젊은이들만이 요란한 바의 음악에 맞춰 젊음을 발산하면서 여행지의 밤이 가는 걸 아쉬워한다. 오늘도 방비엥에서는 누군가는 그걸 귓등으로 들으며 다음 여행을 생각할 것이고, 떠나온 이들은 그리워하며 밤잠을 설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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