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야마 알펜루트가 내게로 왔다

by 산들

7박 8일.

여행의 처음 시작은 알펜루트였다.

여기 가고 싶다. 아니, 가야겠다!



23미터가 쌓였던 역대 최고의 설벽 풍경


눈부시게 뻗어 있는 하얀 설벽 앞에 서 있는 차를 본 순간 든 생각이었다.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그게 아마 3월 무렵이었을 것이다. 우연히 에어서울 홈페이지를 뒤적이다 일본의 소도시 <도야마>를 알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네일동 카페(https://cafe.naver.com/jpnstory)를 모를 때였다. 시간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으로 훌쩍 넘어가고 있었고, 주변은 초록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밤마다 도야마를 향한 여행 앓이를 시작하였다. 컴퓨터 앞에 서면 자연스럽게 도야마를 치고 네일동에 들어가서 주부 여행기를 읽었다. 그때는 아직 4월이 열리기 전이었으므로 작년에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내 눈을 유혹했다. 하얀 설벽과 눈부신 파란 하늘, 그 앞에 버스와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설렜다. 도야마로 향한 내 꿈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4월이 가까워지고, 본격적인 알펜루트 시즌이 시작할 무렵이 되자 검색어에는 알펜루트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올해 알펜루트 개장 시기는 4월 15일부터 6월 22일까지였다. ‘눈의 대계곡 페스티벌’이라 불리는 본격적인 시즌의 시작이다. 신이 허락한 시간은 아니지만 알펜루트를 떠올리는 여행자 입장에서는 가장 멋진 두 달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즌은 시작하지 않았지만 그 전에 초청을 받아 다녀온 여행사 직원의 이야기가 첫 문을 열었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여행기 속에 등장하는 알펜루트의 설벽은 여전히 높았으며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일정을 조정하면 4월 말에 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집에 일이 생기면서 4월 행은 물 건너갔다. 그렇다면 갈 수 있는 시기는 설벽이 닫히기 전인 6월이 유일했다. 물론 따뜻한 날씨 때문에 설벽은 녹겠지만 싱그러운 초여름을 맛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강했다. 결국 6월 5일이 디데이로 잡혔다.

처음에는 3박 4일 정도로 생각했으나 여행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시간이 늘었다. 결국 최대한의 시간을 뺀 것이 7박 8일이었다. 새벽 비행기로 도착해서 저녁에 도착하는 일정이었으니 그야말로 꽉 채운 여행이었다. 일단 일정이 나온 후부터는 네일동에 접속하는 일이 하루 일 중 가장 중요한 과정이었다. 아침, 점심, 저녁이면 시간이 날 때마다 순례하듯 여행기를 읽고 자료를 모으고 일정을 짰다. 그동안 4월의 알펜루트를 만끽하고 온 여행 고수들의 여행기는 야속하게 쌓여 갔다. 그 글을 읽을 때마다 나도 한 걸음씩 더 알펜루트에 다가서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읽은 누군가의 여행기에서 나고야라는 도시가 눈에 밟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택하는 여정은 도야마로 갔다가 도야마에서 나오는 일정이었으나 나고야에서 출발해서 도야마까지 갔다는 내용이었다.



안 가본 도시 이름은 사람을 사로잡는 힘이 있다. 이번에는 나고야가 그랬다. 언젠가 보았던 벚꽃에 둘러싸인 나고야성을 가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결국 나고야 in, 도야마 out으로 일정을 최종 확정한 후 항공권을 구매하였다. 모든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항공권이 해결되었기에 다음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혼자만의 일정이었으므로 호스텔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물론 지금까지 호스텔을 이용한 경험은 없었다. 있다면 대학시절 유럽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여행기에서 읽은 느낌으로는 그다지 나쁠 것 같지 않았고, 또 다른 여행가를 만나는 경험도 좋아 보였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침에 도착한 나고야는 평화로웠다. 우연히 들른 공항의 투어 인포메이션에서 만난 주 선생은 호쿠리쿠 지역의 유래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용의 이미지를 끌어와서 호쿠리쿠라는 지역 특유의 컨셉을 잡고, 이를 상품화 전략으로 삼았다는 내용이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몇몇 여행지에 대해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설명을 듣다 보니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권해준 리플릿 중 하나가 도꼬나메를 다루고 있었다. 나고야 공항역에서 한 정거장만 가면 나온다는 도자기 마을.




마을을 도는 코스를 알리는 이정표



공항에 도착하니 아침 8시 남짓. 사실 나고야에서 따로 일정을 잡아 놓은 것은 없었다. 생활은 조금씩 단조로워지고 있었고 무언가 활력이 필요했다. 알펜루트는 그런 내게 탈출구와 같은 곳이었다. 사실 나에게 나고야란 오직 도야마를 가기 위해 거치는 경유지 정도였을 뿐이다. 물론 도자기 마을에 대해 읽은 적은 있었다. 하도 많은 자료를 보았으므로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그런 동네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일단 이른 시간이었으므로 나쁘지 않아 보였다.




도꼬나메(常滑)시는 아이치현(愛知)에 속해 있다. 도꼬나메의 첫인상은 작은 시골 마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렇게 한적해도 좋을까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었다. 사실 도꼬나메역에 도착해서 내가 한 일이라고는 정해진 화살표와 안내 표지판을 따라서 마을을 도는 정도가 여정의 전부였다. 그 중, 고양이를 형상화하여 벽면에 장식한 구조물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각기 다른 모양의 고양이들에게 순산 기원, 만약 그런 고양이 도자기 구조물이 없었더라면 마을로 가는 길은 삭막했을 것이다. 각기 다른 형태의 고양이 도자기들을 보다 보니 일본인들의 고양이 사랑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사실 일본인에게 고양이는 애완동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일본인들에게 고양이는 행운을 불러오는 대상이자 집안을 지켜주는 상징물이다. 길조를 비는 의미의 고양이를 ‘마네끼네꼬’라고 한다. 오른손을 들고 있는 마네끼네꼬는 금전을 불러들이고 왼손을 들고 있는 마네끼네꼬는 손님을 초래한다고 전한다. 지금까지 고양이가 일본인에게 동반자이자 신앙의 차원으로까지 숭앙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꼬나메시는 지형상 큰 강이 없어서 농사 대신에 요업이 발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도자기를 만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흙이다. 우리나라의 도자기 문화가 발달한 곳도 예외 없이 흙이 좋은 곳이었다. 예부터 도자기를 굽던 마을이 지금은 도자기 마을로 불리게 된 셈이다. 도꼬나메 도자기 마을 구경은 주로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과 도자기 체험으로 이어진다. 그런 공방이 마을 곳곳에 있고, 사람들은 거기에서 도자기를 구경하거나 사기도 한다. 물론 체험을 하는 곳도 공방에서이다.




도꼬나메 마을을 걷다 보면 쉽게 만나는 게 도자기 공방이지만 골목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도자기의 행렬이다. 굳이 이곳이 도자기 마을이라고 말해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곳을 대표하는 것이 도자기임을 알 수 있도록 해놓았다.



특이한 점은 도자기 마을의 주요 코스를 정해 놓고 관람객들이 편리하게 마을을 돌아볼 수 있게 배려해놓았다는 점이다. 도자기 마을은 골목이 많기 때문에 초행자라면 쉽게 길을 잃을 수 있다. 하지만 도꼬나메에서는 순례 코스를 만들고 각 명소마다 이정표를 만들어 놓아서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이 별 부담없이 마을을 둘러 볼 수 있게 한다.





도코나메에서는 벽조차 하나의 예술품으로 바뀐다. 그들에게 벽은 마을의 역사를 담는 또 다른 캔버스인 셈이다. 사람들은 골목을 거슬러 올라가 벽을 지나치며 도꼬나메 사람들의 맨얼굴과 만난다.




도꼬나메 지역은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경기도 여주와 ‘한-일 문화교류’의 인연을 맺은 지도 어언 2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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