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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시고-1) 산중사(山中辭)

by 이문상

산중사(山中辭)


산은 그윽하여 하도나 깊고 / 山之幽兮深深

수목은 울창하여 깊숙도 해라 / 鬱蕭森兮潭潭

황곡도 꼭대기를 넘어갈 수 없음이여 / 黃鵠尙不得過其顚兮

우뚝 서서 가파르게 깎아질렀네 / 截然屹立乎嶄巖

깊어서 엿볼 수 없어라 산의 음지쪽 / 邃莫覷兮山之陰

흐릿하게 서리 이슬 흠뻑 젖었네 / 曖霜露兮濡霑

표범과 원숭이는 갈음하여 나와 울고 / 文豹玄猿兮迭出以噑

나는 새는 빙빙 돌며 깃을 드리우도다 / 飛禽回翔兮毛羽之毿毿

요란한 우레는 밑 없는 구멍에서 분출하여 / 殷其雷奔于無底之竇兮

바람까지 곁들여 깊은 숲 흔들어 대누나 / 振蕩林莽翼之以飛廉

돌 모서리는 삐죽 나와 옷을 끌어당기고 / 石出角以鉤衣兮

나뭇가지는 길 가로막고 서로 찔러 대네 / 橫枝截路以相攙

이웃도 없이 적막하게 서 있음이여 / 立寂寞以無隣兮

기초의 온화함은 희미하기만 하도다 / 怳祈招之愔愔

멀어서 찾을 수 없어라 산의 중앙을 / 夐不可討兮山之中

동서가 아득한데 기식만 헐떡거리네 / 東西冥迷兮氣奄奄

폭포가 흘러 절벽에 쏟아져 내려라 / 淙飛泉以瀉于崖兮

폐부를 씻어 주고 맛 또한 좋구려 / 淸肺腑而味甘

차가운 얼음을 손에 움켜쥐어라 / 掬之手中兮氷寒

쇠한 낯을 비추어 바로 거울이로세 / 照衰顔以是監

이리저리 거닐며 물소리를 들으니 / 爰流憩以聽其聲兮

쟁글쟁글 패옥 소리도 함께 울리네 / 鏘玉佩之相參

부싯불 켜서 차를 달이려 하노니 / 將敲火而煎茶兮

육우의 입 침 흘린 게 비루하여라 / 鄙陸羽之口饞

부러워라 반곡이 배회할 만함이여 / 羨盤谷之可沿兮

더구나 그 글은 나의 지남이 됨에랴 / 矧其文爲我之指南

천재에 도통(道統)의 실마리를 이음이여 / 續道緖於千載兮

그 시내를 염계(濂溪)라고 명명했는데 / 乃命其溪曰濂

오직 산중에 짝할 이가 없어서 / 惟山中之無偶兮

위로 염계를 스승으로 삼았노라 / 尙摳衣於丈函

한마디 말 듣고 도를 깨달아서 / 聞一言以悟道兮

탐하는 이욕을 깨끗이 씻었어라 / 洗利欲之貪婪

마음의 근원을 열어 밝게 하는 데는 / 開心源之瑩淨兮

오직 태극을 깊이 궁구할 뿐이로다 / 惟太極之泳涵

만일 잠깐 사이에 우합함이 있으면 / 若有遇於介然之頃兮

진실로 천지인 삼재를 이루리라 / 諒天地其可三

어찌하여 당우의 빈 터는 잡초와 연기뿐인데 / 胡唐虞之遺墟蔓草寒煙兮

우리의 도가 남쪽까지 입혀졌으며 / 吾道被于南炎

어찌하여 물을 깊이 가두고 쏟아 내지 않는데 / 胡泓渟之而不霈兮

북방의 눈은 재를 넘어 서로 달라붙는고 / 朔雪越嶺之交粘

진정 남긴 도로 천하를 다스릴 만함이여 / 信餘緖可以理天下兮

노재가 홀로 그 수레를 달리었도다 / 魯齋獨騁其征驂

그러나 파급됨이 매우 주도하였음이여 / 然波及者靡不周兮

상삼처럼 만나지 못함을 어찌 한하랴 / 夫何恨於商參

오직 후생이 두려움직하여라 / 惟後生之可畏兮

청색이 바로 쪽에서 나온 거라오 / 靑乃出乎其藍

다행히 그 도가 일월처럼 게시되어서 / 幸其道之揭日月兮

내 그 광명 의지해 만족히 여기었네 / 吾依光兮心焉甘

장차 형세 잊고 속으로 도 즐기며 / 將忘勢而內樂兮

남쪽 난간 기대어 날로 읊조리노니 / 日嘯倚於南櫩

벗이 애써 서로 불러 마지않아서 / 苦相招而不止

갑자기 눈살을 펴고 우러러보노라 / 忽軒眉而載瞻

아 처음 먹은 마음 이루지 못했으니 / 欸初心之弗竟兮

세월 다하도록 이곳에 머무르리라 / 終歲月以聊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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