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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은시고-2) 민지사(閔志辭)

by 이문상

민지사(閔志辭)


가엾어라 내 뜻의 흐리멍텅함이여 / 閔予志之溫蠖兮

상도가 있던 그 처음과 다르도다 / 非厥初之有常

슬퍼라 사물로써 회포를 일으킴이여 / 慨因物以興懷兮

오직 시비가 정당함을 잃는도다 / 惟是非之失當

구름 안개 잔뜩 끼어 대낮이 캄캄하니 / 滃雲霧以晝晦兮

장차 와상에서 편안히 휴식하리라 / 將宴息以在床

달은 휘영청 밝고 하늘은 맑은데 / 月皎皎而天淨兮

장차 허둥지둥 옷을 입으려 하네 / 將顚倒其衣裳

새벽과 밤은 엄격히 한계가 있거니와 / 夫晨夜之截然有限兮

남새밭 버들 울타리도 광부가 보고 놀란다오 / 折柳樊圃而瞿瞿之狂

어찌하여 늙어서 깊은 골짝에 들어왔는고 / 胡老大而入于幽谷兮

진량을 작별한 게 몹시 부끄러워라 / 赧一揖於陳良

이아 충어의 주석에 세월 소모함이야 / 爾雅蟲魚之消耗兮

손해될 건 없으니 무어 해로우랴만 / 匪有損其何傷

어찌하여 저 아름다운 시서까지 / 胡詩書之膏腴兮

또한 초췌하여 빛이 없게 하는고 / 亦憔悴而無光

공맹과 삼상처럼 떨어짐은 슬프지만 / 悲參商兮孔孟

당우와 서로 방불하기를 생각하노라 / 想髣髴兮虞唐

도를 이을 듯하나 끝내 이을 수 없기에 / 若可續兮卒莫可續

쇠퇴하여 그치려다 다시 일으키려 하네 / 頹乎將戢而復揚

끝내 말소리는 듣지 못했거니와 / 竟不聞兮謦欬

아득히 갱장에서도 보지를 못하네 / 杳不見兮羹墻

이에 서서히 행한 것을 살펴보니 / 爰舒徐以視履兮

화복을 헤아림에 주도하지 못했도다 / 罔其旋於考祥

호색과 악취가 섞인 걸 가려내지 못하니 / 好色惡臭紛乎其不決兮

귀신의 지역에 방황함이 마땅하여라 / 宜鬼域之彷徨

인천의 큰 도가 드러나서 숨은 게 없거늘 / 惟人天之大道顯而不隱兮

어찌하여 아득히 먼 곳에서 찾는고 / 胡求之於渺茫

세월이 변천하여 서로서로 갈음하니 / 歲月荏苒以相代兮

점차로 노쇠하여 쓰러질 지경이로다 / 衰老侵尋而欲僵

초목과 함께 썩어 가길 달게 여겨라 / 甘草木之同腐兮

갑자기 놀라 탄식하며 속상해하네 / 忽驚嘆而內傷

봄 새는 좋은 노래를 지저귀고 / 貽好音兮春禽

가을 매미는 슬픈 소리를 보내도다 / 送悲聲兮寒螿

진실로 잠깐 사이에 귀를 들렘이여 / 諒須臾之鬧耳兮

망양의 탄식에 일소를 부치노라 / 付一哂於亡羊

슬프다 내 글이 전하기에 부족함이여 / 哀吾辭之匪足傳兮

애오라지 술이나 따라 마시고 / 聊澆之以羽觴

형해를 잊고 하늘 끝까지 방랑하여 / 忘形骸以放浪兮

천지의 혼돈 시대로 거슬러 오르련다 / 泝馮翼之玄黃

하늘이 어찌 말했으랴 사물의 형상을 / 天何言兮物之形

문이 여기에 있어 성도가 밝아졌다오 / 文在玆兮聖道以明

내 글 거칠어 천제께 올릴 수 없으니 / 我辭蕪兮翳天庭

맹세코 산삭하여 좋은 것만 두리라 / 誓刪繁兮立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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