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몸뚱이 왜소하고 못생겼음이여 / 汝之軀矮而陋兮
남이 보기에 곧 넘어질 것 같으리 / 人視之若將仆也
보는 것이 짧은 데다 듣는 것도 어두워 / 視旣短而聽又瑩兮
남의 소리 들으려면 좌우를 돌아보네 / 中人聲而左右顧也
놀란 사슴이 저자엘 들어왔음이여 / 驚麕駭鹿之入于市兮
누가 서로 벗 삼아 종유하려 하리요 / 孰肯從而相友
다행히 서로 만나 잠깐 즐거웠더라도 / 雖幸聚而乍成懽兮
선뜻 배신하여 이내 욕을 하고요 / 倏背焉而旋詬
속마음 다 꺼내서 허여하길 바라건만 / 出肺腑肉以求可兮
아득히 추향 달라 우합할 이 없도다 / 藐異馳而莫之遇
네 얼굴 유순히 하고 네 말 좋게 하여 / 柔爾顔兮甘爾言
진정을 계속해서 쏟아 내건만 / 瀉眞情之繼吐
수레는 북으로 맘은 남으로 가는 듯해라 / 猶北轅而適楚兮
어느 것이 살촉이고 어느 것이 깃인고 / 夫誰鏃而誰羽
근심과 슬픔 풀고 즐길 곳이 어드메뇨 / 舒憂娛悲之何所兮
하늘은 아득히 광활하기만 하여라 / 豁茫茫其天宇
오직 친한 벗이 멀리 떨어져 있음이여 / 惟情親之乖離兮
저문 구름과 봄날의 숲만 아득하구나 / 杳暮雲而春樹
천지 사이에 내 한 몸을 살펴보건대 / 觀吾身於霄壤兮
아홉 마리 소에 털 하나 불기와 같거니 / 吹毛一於牛九
그 누가 나 같은 사람 들먹여나 주리요 / 疇其置齒牙間兮
또한 부당하게 여김도 알기 어렵도다 / 抑難知其所否
어찌 나의 덕이 거짓되는가 / 豈予德之回譎兮
나는 순일한 마음만 품어 왔노라 / 予則懷其純一也
어찌 나의 행실이 부정한가 / 豈予行之奇邪兮
나는 정직하게 여길 뿐이로다 / 予則視其正直也
어찌 나의 말이 거짓되는가 / 豈予言之訐詐兮
나는 진실함만 본받았을 뿐이네 / 予則師其悃愊也
어찌 나의 학문이 거치는가 / 豈予學之鹵莽兮
나는 궁극의 경지에 이르렀다오 / 予則至于其極也
어찌 나의 정사가 흠이 많은가 / 豈予政之多疵兮
나는 법도만 좇아서 할 뿐이로다 / 予則蹈夫繩墨也
오직 나만 전도하고 낭패함이여 / 惟吾之顚頓狼狽兮
선을 주로 삼는 순일함을 몰랐어라 / 莫知主善之克一也
오직 순일함에 합할 줄 모름이여 / 夫惟一之罔知協兮
저 금수의 무리와 무엇이 다르랴 / 禽獸之歸而何擇
의당 어진 이가 함께할 수 없어라 / 宜仁人之不齒兮
정직하지 못한 삶이 바로 적이로세 / 罔之生也是敵
어찌하여 일찍 반관하지 못했는가 / 胡反觀之不蚤兮
하늘이 위에서 환하게 굽어보나니 / 上帝臨之而赫赫也
그 순순히 예법을 실천하면은 / 其循循而蹈禮兮
하늘이 바로 내 눈앞에 있느니라 / 則不違於咫尺也
죄과를 자책하고 용서를 바라노니 / 引罪辜以謝過兮
이미 지나간 일을 누가 책망하리요 / 孰旣往之追責
나를 포양해 준들 무엇이 기꺼우며 / 貸予褒兮何欣
나를 훼방한들 무엇이 두려우랴 / 附予毁兮何怵
온화한 용모로 조신의 반열에 처하면 / 雍容袍笏之班兮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천리에 부합하리라 / 不識不知而順帝之則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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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D-001]어느 …… 깃인고 : 본디 화살촉을 잘 나가게 하기 위해 깃을 달아서 쏘는 것이므로, 여기서는 촉과 깃이 서로 분리되어 화살의 구실을 할 수 없음을 의미한 말이다.
[주D-002]저문 …… 숲 :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위수 북쪽엔 봄날의 숲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언제나 한 동이 술로 서로 만나서, 거듭 함께 글을 자세히 논해 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 한 데서 온 말로, 멀리 있는 다정한 친구를 그리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D-003]선을 …… 순일함 : 《서경(書經)》 함유일덕(咸有一德)에, “덕은 일정한 스승이 없고 선을 주로 함이 스승이며, 선은 일정한 주인이 없고 순일한 덕에 화합하는 것이다.[德無常師 主善爲師 善無常主 協于克一]” 한 데서 온 말이다.
[주D-004]반관(反觀) : 주관(主觀)에 집착하지 않고 사물(事物)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이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