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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상 Apr 30. 2024

목은시고-8) 관어대 소부(觀魚臺小賦) 병서(幷序)

관어대 소부(觀魚臺小賦) 병서(幷序)


영해의 동쪽 언덕 / 丹陽東岸

일본의 서쪽 물가엔 / 日本西涯

큰 파도만 아득할 뿐 / 洪濤淼淼

그 나머지는 알 수가 없네 / 莫知其他

물결이 움직이면 산이 무너지는 듯하고 / 其動也如山之頹

물결이 잠잠하면 닦아 놓은 거울 같도다 / 其靜也如鏡之磨

바람 귀신이 풀무로 삼는 곳이요 / 風伯之所橐鑰

바다 귀신이 집으로 삼은 곳이라 / 海若之所室家

고래들이 떼 지어 놀면 기세가 창공을 뒤흔들고 / 長鯨群戱而勢搖大空

사나운 새 외로이 날면 그림자 저녁놀에 잇닿네 / 鷙鳥孤飛而影接落霞

관어대가 굽어보고 있으니 / 有臺俯焉

눈에는 땅이 보이지 않도다 / 目中無地

위에는 한 하늘만 있고 / 上有一天

아래는 한 물만 있어 / 下有一水

아득히 먼 그 사이가 / 茫茫其間

천리만리나 되누나 / 千里萬里

오직 관어대 밑에는 / 惟臺之下

파도가 일지 않아서 / 波伏不起

고기들을 내려다보면 / 俯見群魚

서로 같고 다른 놈 있어 / 有同有異

느릿한 놈 활발한 놈이 / 圉圉洋洋

제각기 만족해하누나 / 各得其志

임공의 미끼는 과장된 것이라 / 任公之餌夸矣

내가 감히 흉내낼 바 아니요 / 非吾之所敢擬

태공의 낚싯바늘은 곧았으니 / 太公之釣直矣

내가 감히 기대할 바 아니로다 / 非吾之所敢冀

아 우리 인간은 / 嗟夫我人

만물의 영장이니 / 萬物之靈

내 형체를 잊고 그 즐거움을 즐기며 / 忘吾形以樂其樂

즐거움을 즐기다 죽어서 내 편안하리 / 樂其樂以歿吾寧

물아가 한마음이요 / 物我一心

고금이 한 이치인데 / 古今一理

그 누가 구복 채우기에 급급하여 / 孰口服之營營

군자의 버림받기를 달게 여기랴 / 而甘君子之所棄

슬프도다 문왕은 이미 돌아갔으니 / 慨文王之旣歿

오인을 생각해도 바라기 어렵거니와 / 想於牣而難跂

부자로 하여금 떼를 타게 한다면 / 使夫子而乘桴

또한 반드시 여기에 낙이 있었으리라 / 亦必有樂于此

오직 고기가 뛴다는 짧은 글귀는 / 惟魚躍之斷章

바로 중용의 가장 큰 뜻이니 / 迺中庸之大旨

종신토록 그 뜻을 깊이 탐구하면 / 庶沈潛以終身

다행히 자사자를 본받을 수 있으리 / 幸摳衣於子思子


내가 17세 때 동당시(東堂試)에 응하여 화씨벽부(和氏璧賦)를 지었고, 21세에는 연도(燕都)의 국학(國學)에 들어가서 월과(月課)를 지었는데, 오백상(吳伯尙) 선생이 나의 부(賦)를 칭찬하여 매양 “가르칠 만하다.” 하였다. 그 후 본국에 돌아와서는 계사년의 동당시에 응하여 황하부(黃河賦)를 짓고, 향시(鄕試)에서는 완규부(琬圭賦)를 지었으며, 회시(會試)에서는 구장부(九章賦)를 지었는데, 지금 모두 기록하지 않는다. 이는 고문(古文)도 아니요 나의 뜻도 아닌데, 나의 뜻이 아니면서도 이것으로 출신(出身)을 한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니면 부모를 영화롭게 봉양할 계제가 없기 때문이었으니, 아,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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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D-001]중원(中原)에 …… 바이다 : 당시 이색(李穡)의 아버지인 이곡(李穀)이 중국에 있었기 때문에 한 말이다.


[주D-002]임공(任公)의 미끼 : 임(任)나라 공자(公子)가 50마리의 소를 미끼로 꿰어서 회계산(會稽山)에 걸터앉아 동해(東海)에 낚싯줄을 드리워 대단히 큰 고기를 낚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莊子 外物》


[주D-003]태공(太公)의 낚싯바늘은 곧았으니 : 강태공(姜太公)이 미천했을 때 위수(渭水) 가에서 낚시질을 할 적에 곧은 낚싯바늘을 사용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인데, 그 까닭은 고기를 잡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D-004]오인(於牣) : ‘아, 가득하다.’는 뜻인데, 문왕(文王)이 백성들과 함께 즐기는 인정(仁政)을 펴자, 백성들이 문왕의 집을 영대(靈臺), 못을 영소(靈沼)라 하고 그 못에서 뛰노는 고기를 보고 “아, 가득히 고기가 뛰노는구나.[於牣魚躍]”라고 찬미하여 노래한 데서 온 말이다. 《詩經 大雅 靈臺》


[주D-005]부자(夫子)로 …… 한다면 : 공자(孔子)가 일찍이 탄식하기를, “도가 행해지지 않으니, 나는 떼를 타고 바다에 뜨리라.[道不行 乘桴浮于海]”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公冶長》


[주D-006]고기가 …… 뜻이니 : 자사(子思)가 지은 《중용장구(中庸章句)》 제12장에, “《시경》에 이르기를, ‘솔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鳶飛戾天 魚躍于淵]’ 하였으니, 도(道)의 유행(流行)이 상하(上下)에 드러남을 말한 것이다.” 한 데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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