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울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시월 Dec 19. 2018

여성의 문제

책 호르몬의 거짓말



<호르몬의 거짓말>은 심리학 박사 로빈 스타인 델루카의 저서다.


그녀는 "The good news about PMS"라는 TED 강연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생리, 임신, 출산, 완경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살면서 거칠 수 있는 생식과정들을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잘못 알려진 의학적 지식을 연구결과를 제시해서 바로잡는 방식인데, 제약회사와 의학계가 합작해서 만든 호르몬 신화를 깨부수는 게 이 책의 야심 찬 목표다-책을 읽다 보면 호르몬 신화가 너무 공고해서 깨어질 것 같지가 않다.


호르몬 신화라는 건 간단히 말하면

"여성의 문제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서 생기는 것이니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성이 정당한 분노 표현을 할 때 "너 왜 이렇게 예민해? 그날이야?"라고 응수하며 생물학적 문제로 교묘히 방향을 바꾸는 거다.


저자는 여성이 어떻게 호르몬 변화에 따라 널뛰는 기분을 통제하지 못하는 믿을 수 없는 존재로 낙인찍혔는지를 그 원인과 결과를 밝히며 풀어낸다.


미디어가 앞장서고 제약업계와 의학계가 뒷받침하는 모양새로 수십 년을 이어져온 '호르몬 신화'를 만들어냈다.


이 '호르몬 신화'는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뿐만 아니라 건강에도 해악을 끼친다.


우리나라에는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개념인 PMS는 1980년대 미국에서 제약업계의 수익창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PMS는 여성들이 그 시대에 요구받았던 가정적이고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성들은 PMS를 치료받기 위해 돈을 썼다.

'나쁜 여자'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했던 일부 여성들에게는 PMS가 화를 참지 못한 것에 대한 면죄부처럼 쓰이기도 했다.

당시 PMS에 대한 정의와 진단이 모호했다는 사실은 약을 처방하는 데 있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PMS를 겪는 여성은 존재한다. 그러나 대다수 여성들이 걸리는 게 아니라 약 3~8% 정도의 유병률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 여성의 기분 변화는 생물학적으로 호르몬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서가 아니다.


여성도 남성처럼 기분이 나쁠 때가 있고 웃음이 안 나올 때가 있다!



저자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개인적 압박들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을 질병으로 만드는 패턴을 분석하는데... 알면 열 받지만 모르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내용이다.


생리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게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임신과 출산에 대한 오해와 그 과정을 겪는 여성들에게 필요한 도움은 어떤 것인지,

완경은 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는지...


학교 성교육 시간에 배우지 못했던 유용한 지식들도 가득하다.


충격적인 얘기들이 꽤 있는데 그중에서도 1985년 미국에서 여성들이 국회 로비를 성공해서 '여성 피험자를 포함하지 않고'는 임상실험 자금을 지원해주지 않는 법을 만들 때까지 임상실험 대상이 남성에 국한되었다는 사실이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글솜씨가 좋아서 잘 읽히기는 하는데 의학 연구 데이터가 많이 나오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장이 길어서 그런지 번역이 매끄럽지 않다. 책이 잘 팔려서-출판사와 관계 1도 없습니다-잘못된 인식도 바꾸고 개정판도 나왔으면 좋겠다. 내 기준으로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호르몬 신화는 여성이 비이성적이라는 고정관념을 조장한다. 그 결과 우리는 무시를 당한다. 호루몬 신화는 여성이 겪는 생물학적 변화 과정이 일종의 질병이므로 치료를 요한다는 발상의 원인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과도하고 값비싼, 때로 해롭기까지 한 '치료'를 초래한다. <호르몬의 거짓말> p.31




생리 중 불편한 신체 증상을 경험하는 여성이 일부 존재하며 호르몬이 원인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시에 이런 부정적 신체 증상에 대한 기대도 부정적 경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인정해야 한다. <호르몬의 거짓말> p.349














  





 


 


  



매거진의 이전글 서울리뷰를 시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