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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시월 May 06. 2021

이상해서 아름다운 이경미월드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메인 카피는 '안은영의 이상하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이 카피를 읽고 연출과 공동각본을 맡은 이경미 감독의 영화 세계가 떠올랐다.



 미쓰홍당무, 비밀은 없다 등 이경미 감독의 작품을 보면 처음에는 이상한 세계에 진입하는 것 같지만, 보다 보면 그 세계가 너무나 아름다워 보인다. 그건 이경미 감독의 인물들이 이상하면서도 아름다워서다.



  그 아름다움은 찻잔을 보며 아름답다고 할 때와는 다르다. 그건 재빠르게 도약하는 고양이의 몸짓,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의 자맥질, 사냥을 준비하는 왜가리의 기다림을 닮았다. 어떠한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지켜나가는 사람의 생명력이 주는 아름다움은 감동적이다.





 고백한다. 나는 이경미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그들이 한 번도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학생 때도 왕따였다가 교사가 되어서도 왕따인 처지에 자신에게 유일하게 잘해주는 사람에게 집착하는 고아.


 아빠를 지키려면 왕따 교사와 힘을 합쳐야 하는 왕따 학생.


 힐러리 같은 영부인을 꿈꾸며 열심히 살았지만 꿈에 진입하려는 순간, 가장 소중한 존재인 딸이 사라진 엄마.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거나 되찾기 위해서 세상과 싸운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용감한 사람인 것만은 아니다. 미움받을까 봐 무서워하고 소중한 것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기도 한다. 원하는 것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너무 강해서 두려움을 이겨내고 직진한다.




 나는 그들이 세상과 불화하는 존재라는 점이 좋다. 그들은 쉽게 가지 않아서 이상해 보인다. 사람들은 그들이 왜 쉽게 가지 못 하는지 몰라준다. 몰라 준다기보다는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파트너를 찾기 전까지 자신이 쉽게 가지 못 하는 사람이라서 괴롭다는 마음을 혼자 간직한다.


 


 나도 내가 세상과 불화한다고 느낀다. 까다롭고, 꼼꼼하고, 참을성이 없는 사람이니까.


  가장 곤란한 건, 뭔가를 완전히 이해하기를 원한다는 점이다.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 완전히 이해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듣다가 궁금한 게 계속 생긴다.


 그건 왜 그렇게 되는 거죠?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건가요?


 내게는 수백만 개의 물음표가 있는데 그걸 물어보지 않고 참는 건 매우 피곤한 일이다. 이경미 감독의 인물들은 물음표를 참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상하다.



 그런데 그들이 남자였다면 어땠을까? 거침없이 질문하는 남자도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을까?


 한국에서 여자들은 질문을 삼키는 게 습관이 된다.


 명절에는 왜 모여야 돼요?

 제사는 왜 지내야 돼요?

 제사에서 절은 왜 남자만 해요?

 밥상은 왜 남자들부터 받아요?

 왜 남자상 여자상이 따로 있어요?

 왜 여자아이는 옷을 차려입으면 시집가도 되겠네 하는 말을 들어요? 칭찬이라고요? 그게 왜 칭찬이에요?



 이상한 사람이라고 배제되지 않으려고 질문을 참는다.

 질문을 참는다는 건 욕망을 억누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욕망을 드러내는 사람은 질문한다.

 그러니 이경미 감독이 그려내는 인물들은 품격을 지키지 않는다.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가면을 벗은 생생한 얼굴들이 이경미월드에는 있다.





<보건교사 안은영> 정세랑 작가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원작자와 이경미 감독이 공동으로 각본을 작업했다. 이경미 감독이 처음으로 오리지널 캐릭터가 아닌 작품을 연출했는데도 그의 스타일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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