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알쓰에게 내려진 흑맥주
여름처럼 더운 5월의 어느 날. 안 되겠다. “오늘은 마셔야겠다!” 하고 편의점에 들어갔다. 몇 년 전만 해도 편의점에서 무알콜 맥주를 파는 일 자체가 드물었다. 요새는 운 좋으면 다양한 종류를 갖춘 편의점 매대를 만날 수 있다.
그 편의점은 처음 가본 곳이었는데, 맥주 종류가 정말 많았다. 현란하고 맛나 보이는 맥주들은 무려 할인행사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찾는 건 아니었다. 겨우 무알콜 맥주 하나를 발견하고 너무 기뻤다. 칭따오 논알코올 레몬.
칭따오 논알코올은 ‘너무 진짜 맥주맛 같아서’ 알코올이 좀 높은 편일 거라고들 하는 제품이다. 음식점에서 파는 곳도 있어서, 술자리에서 내 구원템이 되어준다. 내가 느끼기에도 칭따오 논알코올은 도수가 좀 있는 편 같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무알콜 맥주에 알콜이 있다고?”
“무알콜과 논알콜은 뭐야? 한자와 영어 차이야?”
생각해 보니 나도 어렴풋하게, 무알콜 맥주에도 알코올이 소량 포함되어 있다는 것만 어디서 들었을 뿐이었다. 무알콜 맥주의 정의부터 법령, 기원까지 잘 정리된 기사가 있었다.
‘무알코올 맥주'로 통칭 되지만 2종류로 나뉩니다. 2017년 표기법이 바뀐 뒤 2020년부터 의무화했습니다.
①무알코올 맥주
알코올 함량 0%를 뜻합니다. 알코올이 전혀 없는 제품으로 '무알코올' 이나 '알코올 프리' 라고 표기합니다.
②비알코올 맥주
알코올 1% 미만을 뜻합니다. 알코올이 전혀 없지는 않기에 '비알코올' 혹은 '논(non)알코올릭'으로 표기합니다.
알코올이 하나도 없느냐, 조금이라도 있느냐에 따라 숫자 표기도 다릅니다. 제로는 제로인데 같은 제로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이 없음을 나타내는 수치도 소수점 두 자리(0.00)로 표기합니다. 비알코올 맥주의 수치는 소수점 한 자리(0.0)로 표기합니다.
인용 출처: <요즘 뜨고 있는 ‘무알코올 맥주’ 어디까지 아시나요? kbs 이진성 기자, 그래픽 권세라 디자이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569030
알코올이 전혀 없는 맥주를 마시려면 “0.00”과 “무알코올”, 알콜 프리” 표기를 제품에서 확인해야겠다.(아직 대중적으로는 무알코올과 비알코올 맥주 용어가 혼용되고 있는 듯하다).
기사에서 미국 금주법이 무알콜 맥주의 기원이라고 하는 게 재밌다. 1920년부터 미국 정부가 알코올 0.5% 이상인 술 제조와 판매를 금지했다고 한다. 그래서 양조업자들이 알콜 0.5% 미만인 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거다.
금주법 덕에, 알쓰인 내가 맥주맛을 즐길 수 있게 된 건가…?
한때는 나도 더운 날, 맥주를 즐기는 사람이었다. 제일 좋아하는 맥주는-IPA가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기네스였다. 비싸서 가끔 마셔서 그런지 더 맛났다.
살다 보니 알쓰가 되었다. 마셔서 취한다기보다는, 다음날 여파가 너무 커졌다. 휴일에 수액을 맞으며 생각했다. “또 술 먹으면,, 넌….!” 어쨌든 지금도 정말 가끔 마시기는 하는데, 대부분 무알콜 맥주를 마신다.
무알콜 맥주는 탄산음료로 표기되어 있지만, 술의 형태를 하고 있어서 미성년자에게 판매하면 안 된다고 한다.
알코올 함량과 맛이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것도 기사에 나와 있었다.
①무알코올 맥주
기존 맥주와는 달리 발효를 하지 않고 맥아 엑기스에 홉과 향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국내 제품으로는 ' 하이트제로'와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가 있습니다. 탄산수에 맥주 맛을 첨가한 것으로 제조 공정은 맥주보다 탄산음료에 가깝습니다.
②비알코올 맥주
발효와 숙성을 통해 맥주를 만들고 맥주에 포함된 알코올을 제거합니다. 알코올이 생기지 않는 특별한 효모로 발효하기도 합니다. 발효 후 생긴 알코올은 증류해 알코올을 없애는 증류법과 알코올과 수분을 분해하는 역침투법 등으로 없앱니다.
인용 출처: <요즘 뜨고 있는 ‘무알코올 맥주’ 어디까지 아시나요? kbs 이진성 기자, 그래픽 권세라 디자이너>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5569030]
내가 마시고 맛나다고 느꼈던 제품들은 비알코올 맥주인 것 같다(칭따오 논알코올은 알코올이 있는 게 맞았다).
편의점에서 칭따오 논알코올 레몬을 발견하고 기뻤지만, 난 좀 더 드라이한 맛을 좋아해서 망설였다.
그때, 알코올 충만한 맥주들 사이에서 푸른색 “0.0”이 빛을 발했다. 무알콜은 아니고 논알콜릭 제품이지만 그게 어딘가. 기네스를 마실 수 있다고….!!!
기네스 논알코올은 백원도 세일하고 있지 않았다. ‘하. 커피 한잔 값인데… 김밥 한 줄 값인데…’ 하면서 사서 소중히 들고 집에 갔다.
놀랍게도 맛이 꽤 괜찮았다. ‘기네스’ 하면 기대되는 향과 맛이 느껴진다. 뭐, 맛난 순서는….
기네스 생맥주 > 기네스(알코올) > 기네스(논알코올)
이렇지만 풍미가 느껴진다는 게 어디야. 감사하게 마셨다(내 돈 주고 먹으면서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는… 알쓰의 삶. 그러고 보니 디카페인 커피도 그렇고 소잘우유도 그렇고… 감사합니다. 눈물)
이 글을 쓰고 '작가의 서랍'에 숙성을 시켜버렸더니 6월이 되었다.
그동안 칭따오 논알콜릭 레몬, 버드와이저 0.0을 마셔봤다. 지금은 하이네켄 0.0.을 마시고 있다. 알쓰가 이렇게 마셔도 되는 것일까.
어릴 때 읽은 학습만화에서 그랬다. 고대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지을 때, 일꾼들에게 맥주를 지급했다고. 땀 흘리고 일하고 나면 맥주가 땡기는 게 인간의 본능인가?
아무튼. 칭따오 논알콜릭 레몬은 레몬주스를 너무 많이 첨가한 맛이었다. 내 취향은 칭다오 논알콜릭.
버드와이저 0.0, 하이네켄 0.0 둘 다 버드와이저와 하이네켄 고유의 향이 난다.
무알코올 맥주를 마셔야 하는데, 비알코올 맥주가 맛있어서 문제다.
'0.0'과 '0.00'이 자꾸 헷갈리는 건, 무의식이 '0.0'을 찾아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