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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눈꽃 Sep 16. 2021

내가 끈기가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기분이 들면 일단 해본다. 무슨 일을 시작하는데 있어 누구보다 빠르게 실행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하나를 시작하면 끝까지 하는 법이 별로 없다. 흥미와 열정은 그 행위를 하는 것에만 발휘되는 것 같다. 처음에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이걸 해서 제대로 해서 이루어낼 성과와 이상적인 꿈을 많이 상상한다. 하지만 또 다른 관심사, 또 다른 주제를 발견하면 미끼본 물고기처럼 그 찌를 향해 돌진한다.


난 물고기였다.
물지 못한 낚시 바늘을 보면서 매번 좇아갔고,
그렇게 낚시바늘을 물고 나면 달아나려 애쓰는.


재미있고 새로운 걸 배워가는 과정이 재미있지만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거나, 할수록 더 열정이 생기지 않을 때는 흥미가 사라졌다. 그 흥미로움은 귀신같이 하고자 하는 의지마저 함께 들고 사라졌다.

끈기가 없는 게 나에겐 큰 스트레스중 하나였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시작할 무렵부터 그것이 내 단점이라고 생각할 만큼 싫증을 잘 내고 끈기가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20대가 되면서 자기계발서를 참 많이 읽었다. 그리고 거기에 나온 수많은 방법들을 나에게 적용해보았다. 그 책을 읽을 때만큼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런 성과를 낸 사람들이 부러워서 따라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에게 적용해나갈수록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글의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수많은 도전으로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도대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기 힘들었다.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싶어했고, 두루두루 꽤 하는 편이었지만, 특출나게 잘하는 게 없다고 여겼다. 


그러다 유튜브에서 TED 강연 영상에서 에밀리 와프닉의 다능인에 대해 이야기 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다.(아직도 유튜브에 검색하면 나오니, 궁금하면 찾아서 보시길) 그 영상을 통해 내가 이러는 이유가 '다능인(multipotentialites)'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능인(multipotentialites) 이란?
여러 분야에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기 좋아하며,
 새로운 시도를 즐기는 경향이 있는 사람


물론, '다능인'이라는 개념을 알고 난 이후에도 변한 것은 없었다. 하지만 최소한 이런 나의 성향을 더 이상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나다운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자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나를 인정하고 두려움을 믿어주려고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흥미로운 일을 시작할 때, 처음부터 그만 둘 생각이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모든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지, 뭐.' 이런 생각은 더 많은 도전을 쉬이 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물론, 살짝 발만 담그는 수준인만큼 처음부터 많은 것들을 투자하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시도했다. 처음부터 큰 비용을 들여 배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주로 무료 특강이나 무료 수강권, 혹은 유튜브에 수많은 양질의 무료강의들을 참고했다. 그리고 직접 배워야 하거나, 그냥 한번만 해보고 싶은 때는 원데이클래스를 찾았다. 


그렇게 시도했던 수많은 시작과는 반대로 눈에 띄는 성과나 결과로 이어지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하고 나서 들었던 기분이나 생각은 잘 구분해두었다. 어떤 건 재미있고, 어떤 건 재미없었는지. 어떤 활동이나 행동이 내 취향에 잘 맞는지를 체크했다. 지금 생각하면 하나도 없진 않았던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쌓아서 만들어낸 나의 데이터들이 쌓여 내가 어떤 분야에 주로 관심이나 흥미, 재미를 두는 지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내가 끈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내 탓을 하며 나를 바꾸려 했던 지난날의 내가 안쓰럽다. 내 성향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렸다면 좀 더 내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었을 텐데.

누군가 나처럼 '왜 나는 이렇게 끈기가 없는 거야?', '왜 나는 이렇게 하나를 끝까지 해내지를 못해?' 이렇게 자책하고 있다면 물어보고 싶다.

'혹시 당신이 다능이라서 그런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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