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에서, 차별금지법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이유
'김조광수'라는 이름 뒤에는 커밍아웃한 영화감독, 퀴어영화감독 및 제작자,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따라붙곤 한다.
그간 그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손가락질에 굴하지 않고 시종일관 다양한 행보를 통해 사회적 활동을 펼쳐온 그를 보며 참 두려움이 없는 용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시종일관 밝은 모습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는 그의 유쾌함에 빠져들며 더더욱 그 생각을 확신했는데, "나라고 왜 두려움이 없겠나. 나도 365일 두렵지만 두려움을 이겨내면서 싸우고 있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 머리를 한 방 맞은 것 같았다.
'좌절하고만 있으면 차별은 해소되지 않는다'는 그의 말대로, 두려움을 이겨내며 정의당과 함께 차별금지법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다시 새로운 행보를 시작한 김조광수 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의당에서 차별금지법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새내기. 정의당 당원이 된 지 한 달도 안 된 특별위원장 김조광수다.
차별금지법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 차별금지법을 꼭 제정하고 싶다는 염원과 바람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영화를 만드는 게 직업인 사람이라 정치영역에서 많은 일들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바람은 있지만 그것을 만드는 곳은 국회다. 그런데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만드는 일을 주도적으로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심상정 대표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에서 이런 일들을 해줬으면 좋겠다. 정의당이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 열심히 해 보겠다’고. 나는 영화하는 사람이지만 차별금지법이 대한민국을 바꾸는 굉장히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 법률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꼭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번에는 법 제정을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해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아직까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얼마만큼 일을 할지 정해놓은 건 아닌데,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는 좀 더 많은 일들을 할 생각이다.
일단 아주 구체적인 것은 아닌데, 아직 특위 위원장만 있고 특위위원들은 없어서 특위위원들을 만드는 일부터 조금 해야 될 것 같다. 또 당 내에서 특위가 생긴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당 사무처에 계시는 직원들에게도 그렇고 당원들도 그렇고, 많은 분들이 이 특위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른다. 이름을 들으면 어떤 특위인지 짐작은 가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는 모를 것이다. 그래서 이 특위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알려드리고, 특위에서 만들어 낼 차별금지법이 무엇인지 알리고 소통하는 일들을 해볼 생각이다. 그것을 위해서 이번에 특위 위원장이 되신 분들과 함께, 가능하다면 전국에 있는 당원들을 만나러 다니는 일들을 해보고 싶다.
어떤 분과 어떤 지역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지 등 조금 더 기획을 해서 가능하면 총선이 있기 전에 전국 순회공연 혹은 콘서트, 토크 등이 결합된 행사들을 쭉 진행하며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다. 저는 영화하는 사람이니까 제 장기를 조금 살리려 한다. 이를테면 영상을 통해서 차별금지법을 설명하고 알리고, 정의당이 차별금지법을 왜 1호 법안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알린다던가. 차별금지법의 내용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연 정의당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를 알릴 필요가 있다. 아직 일한 지 얼마 안 돼서, 당원이 된 지도 얼마 안 됐기에 당에서 일하는 분들과 조금 더 소통하며 계획을 구체화할 생각이다.
차별금지법에는 차별금지 사유가 여러 개 있는데, 거의 모든 차별금지 사유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장애인이나 성소수자, 이주민 등 약간 특별한 사람들만 보호하는 그런 법률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다양한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고, 사유는 굉장히 많은 것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모두에게 꼭 필요한 법률이라 생각한다.
‘난 특별히 차별받고 있지 않은데?’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성별, 지역의 차이, 학력의 차이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가. 그 차별 때문에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차별금지법에 조금만 더 자세히 관심을 가지시고 들여다보시면 ‘차별금지법이야말로 나를 위한 것이구나’, ‘특정한 사람만 위한 법률이 아니라 국민 모두를 위한 법이고 바로 나를 위한 법이구나’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심상정 대표께서 정의당이 21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말씀하신 만큼 제가 특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그 말이 진심임을, 그 말이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많은 분들과 함께 실현해보고 싶다. 열심히 힘닿는 만큼 해볼 생각이다.
일단 차별금지법이라는 ‘법’을 만들기 위해선,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1차적으로는 지금 국회 구성을 봤을 때, 차별금지법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있는 원내정당은 정의당이 유일했다. 그리고 정의당의 대표님과 의원들, 당원들의 힘을 믿었다. 정의당의 목표가 21대 국회에서 많은 의석을 확보해서 교섭단체를 만드는 것인 것 같다. 제가 좀 열심히 도와서 정의당이 교섭단체를 이뤄내고, 교섭단체를 이뤄낸 정의당이 1호 법안으로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해서 추진한다면, 21대 국회 안에 차별금지법 제정이 가능할 것이라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 그 로드맵을 바탕으로 열심히 했을 때 실제로 ‘가능하다’는 어떤 의지 혹은 확신 같은 것들이 생긴 것 같다. 정의당에 계신 한 분 한 분을 만나보고 있는 중인데, 만나면 만날수록 마인드 컨트롤을 넘어서 확신을 할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선택을 잘했구나’ 생각하고 있다.
심각한 차별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 장애에 대한 차별과 같은 눈에 보이는, 물리적이고 직접적인 차별이라고 생각한다. 성소수자 차별도, 사회가 변하면서 ‘이제 성소수자 차별은 그래도 대놓고는 안 하지 않아?’ 생각할 수 있지만 퀴어 퍼레이드만 가 봐도 혐오발언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별’이라는 것은, 관심을 안 두면 눈에 안 보이는 것 같지만 조금만 관심을 두면 사회 곳곳에 만연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심각한 정도는 다르더라도 우리 사회 안에 있는 다양한 차별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차별받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조금만 관심을 갖고 보면 ‘내 문제’에 해당하는, 심각한 차별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얘기를 했다. 학력, 지역, 성 차별 등 다양한 차별들. 이것은 사실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그런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기본적인 동의'를 법률로 제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 동의 이후에 생기는 여러 변화들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작, 새 단계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다. 물론 차별금지법이 생긴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이를테면, 많은 분들이 다양한 차별금지법안을 보여주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차별 행위를 한다고 해도 처벌할 수 있는 처벌 조항까지는 차별금지법 안에 있지 않다. 처벌조항까지 가진 차별금지법을 만들기까지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처벌도 못 하는 차별금지법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반문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실 ‘처벌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를 떠나서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전제가 국민들 사이에서 합의가 된다는 것이 저는 큰 차이라고 본다. 그래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시작을 통해 또 사람들과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겪는다면 우리 사회가 차별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그렇다면 다수의 국민이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차별금지법은 포괄적 차별금지에 대한 것으로, 다양한 차별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차별과 관련한 법 중, 이전에 만든 차별금지법으로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있지 않은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금 여러 군데에서 시행이 되지 않고 있는 것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생겼다고 해서 모든 장애인 차별이 철폐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차별 행위에 대해 시정을 해야 한다는 것들을 장애인 차별금지법을 근거로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요구가 정당한 것이라는 기본 근거가 되기 때문에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있느냐, 없느냐는 큰 차이다. 아직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에 장애인 차별과 관련해 많은 논의, 개선이 이뤄져왔기도 하고. 차별금지법 또한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스스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별에 좌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태라는 것도 잘 안다. 하지만 좌절만 하고 있으면 차별은 해소되지 않기 때문에, 차별 해소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자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 혼자서는 해결이 어려우니 주변 사람들, 나아가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인터뷰 영상: https://youtu.be/kQBpfLKdzZI
[김조광수 위원장, "좌절만으로 차별은 해소되지 않아" 2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