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간 군인으로 살아온 그가 '진짜 안보'를 위해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
36년 간 바다에서 나라를 지켜온 해군 출신의 이병록 예비역 제독이 정의당에 입당해 국민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입당식에서 "일부 정치권에서는 안보를 당리당략으로 이용하여 오히려 안보불안을 조성하고 있다"라고 했던 그의 말처럼 일부 정치권에서 '안보'라는 이름을 평화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남용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진짜 안보'란 전쟁 위협이 없는 한반도 평화를 적극적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 힘주어 말하는 이병록 위원장을 통해 '진정한 군인'이란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당당한 수권정당으로써 정의당만이 이룰 수 있는 진정한 국방 태세를 갖춰나갈 수 있도록 혼신을 다하겠다"는 그의 활동을 기대하며, 군인의 포스와 호방함이 공존하는 이병록 위원장과의 만남을 공유하고자 한다.
이번에 정의당의 국민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이병록'이다. 해군을 비유로 들면 함장 다음으로 경험이 많은 부함장은 항상 함장의 반대편에 선다. 함장이 못 보는 것을 봐줘야 하고, 전투를 할 때에는 한 명이 이상이 있으면, 대리를 하기 위해서다. 그런 면에서 같은 배를 탔지만 정의당원들이 못 보는 면을 보는 부함장 같은 위원장이 되고자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주일 만에 해군사관학교에 입교했다. 훈련의 강도가 굉장히 센데, 그 훈련을 받으면서 동기들끼리 구호를 만들었다. 그 구호가 ‘통일의 바다를 조국의 품에’였다. 그리고 사관학교를 졸업할 때, 졸업앨범의 마지막 문장으로 '약혼자는 조국통일, 배우자는 민족중흥'이라 적었다. 보수적 민족중흥의 의미가 아니라, 열린 민족주의, 사회적 책임과 같은 의미의 민족중흥을 의미한다. 내 인생의 구호들이다.
또, 살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니 한 손에는 술을 들었고, 한 손에는 책을 들었더라. 두 개가 상반되긴 하지만 책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고, 하하. 삶의 가치관은 ‘언행일치’, ‘지행일치’다. 故 김근태 전 의원이 정치를 그만둔다는 내용을 쓴 책을 본 적이 있다. ‘서로 욕을 하다가 연설하고 돌아오면 웃으면서 악수를 하는 이중적인 행동을 못 하겠다’는 그 말이 와 닿았다.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했다. ‘사람은 변해야 하는데 변할 때 그냥 변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머리에서 논리가 확실히 섰을 때 변해야 한다’, ‘이익을 좇아서 변하는 게 아니고 스스로의 논리가 먼저 변해야 한다’고. 모두가 그래야 하겠지만, 특히 정치인은 자신이 뱉은 말을 지켜야 하며, 아는 것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역하면서 사회로 나오게 되었을 때, ‘평생 군에 살며 국민의 세금으로 살았고 전역 후에도 연금으로 사는데 그렇다면 내가 어떠한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가’ 생각했다. 그때, 지금까지 관군의 삶을 살았다면 이제는 의병이 되어 나라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관군에서 의병으로'를 구호로 정했다. 지금까지 관군에서만 살아보았기 때문에 '내가 가보지 못한 길은 어떤 길일까?' 고민했을 때, 시민단체 속에 들어가서 활동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부산, 서울에서 많은 시민단체에 참여하고 만들기도 해 봤다.
우리가 얘기를 하다 보면 '정치 얘기를 하지 말자'라고 하곤 하는데, 삶 자체가 정치다. 정치는 삶을 움직이는 큰 지렛대다. 우리 남북관계도 정부가 바뀌니까 전쟁에서 평화로 분위기가 바뀌지 않았는가? 이를 보며 정치가 일거에 사회를 바꿀 수 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됐고, 정치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다.
그런데 유럽의 정치가 바뀌는 것을 보니 스페인의 금융위기 이후 포데모스라는 당이 생겨 시민들을 직접 대변하고 있고, 이탈리아 오성당, 아이슬란드의 해적당, 지역만을 위한 지역당도 있는 독일 등의 케이스를 보며 우리나라도 이런 소수 정당이 많이 생겨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거대 양당 체계는 국민을 '맞냐/틀리냐', 'o/x'의 이분법으로 소통이 아닌 분열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국민들이 주관식, 논술식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4지선다, 5지선다형이라도 놓고 고를 수 있도록 다양한 정당들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당을 만들 생각까지 했다. 노력도 해 봤는데 우리나라 선거법, 정당법이 규제가 굉장히 까다롭다. 그래서 그 힘을 차라리 다른 정당에 가서 쏟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의당에서 내가 가진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정의당을 선택했다.
우리의 고유 사상이 '인내천(人乃天)', '홍익인간(弘益人間)'이지 않은가. 거기에서 사람은 '차별 없는 평등한 사람'을 가리킨다. 그런데 가진 사람, 기득권은 대변해주는 당이 없어도 크게 문제가 없는 계층임에도, 사실 그런 사람들을 대변해주는 당은 굉장히 크고 힘이 센 것이 현실이다. 소수와 약자야 말로 대변해주는 정당이 힘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정당들은 그마저 소수고, 힘이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런 정당이 좀 커져서 최소 원내교섭단체 정도는 되고, 잘하면 수권 정당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 공산당 같은 경우에도 자본가가 현재는 타도의 대상이 아니라 공산당원으로 입당도 하고 있다. 이처럼 당이라는 것이 결국 정권을 잡고 자신의 이념을 펼치는 것이기에 ‘우리 정의당도 좀 외연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렇다. 험난한 파도를 헤치고 나가야지.(웃음)
내 삶을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때 반장을 했었던 적이 있다. 다수 아이들이 두 명의 아이들을 괴롭히는 걸 보았는데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에 그 두 명이 불쌍해 그 편에 들어가게 되었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밑에 거느려야 할 제군들의 복지도 신경을 쓰며 군 생활을 해 왔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태생적으로 약자와 소수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김종대 의원이 국방의원으로서 해박한 지식과 아주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저는 반딧불이고 김종대 의원은 달빛 아닐까. 그래서 합참이나 국방부 근무하는 사람들은 김종대 의원, 정의당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다. 오히려 군인 출신인 타당 의원들이 당리당략으로 군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경우가 많지 않았나.
'가짜 안보'는 대화로 할 수 있는 것을 일부러 싸울 분위기를 만들고, 어린아이가 엄마한테 뛰어들듯이 미군 뒤에 숨고, 남북 관계 분위기가 냉랭해졌을 때, 침착하게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을 '안보불감증'이라고 폄하하기도 한다. 그러면 남북 관계가 냉랭해질 때마다 국민들이 사재기를 하고, 혼란스러워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 않은가. 결국 지지층 결집의 의미밖에 없는 가짜 안보인 것이다. 싸우게 될 상황도 대화로 풀면서 평화를 지키려 노력하고, 더 적극적으로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진짜 안보다.
국민안보특별위원장을 맡았으니 위원들을 구성해서 국민을 위한 안보정책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이란 글자가 붙었기 때문에. 무기 체계를 도입하더라도 우리가 연구개발을 하게 되면 그것은 우리 기초과학을 발전시키는 것이 된다. 그리고 또 개발한 무기를 우리 방산기업이 만들면 또 그 돈이 국내 기업에서 돌기 때문에 국내 경제 활성화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얼마 전 자유한국당의 어떤 세미나에 갔더니 국산 개발을 하지 말고 바로 해외 무기를 사들여야 한다는 안보전문가의 말을 들은 바가 있다. 또 삼군 균형발전이 아니고, 전쟁에서 육군이 중요하니 육군 위주로 가야 한다고 하더라. 그건 아니지 않은가? 중요한 군은 특성화시키되 육해공군이 균형적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때 조금 의아했다. 또한 국가 보건정책을 의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듯 국방안보정책도 군인들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함께 결정하는 것이 국민 안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활동을 열심히 하겠다.
아무래도 군 복지체계가 제한이 있기 때문에. 계급이 높은 사람이 많이 쓰다 보면 계급이 낮은 사람에게는 적게 돌아간다. 계급의 차이는 있더라도 계급에 차별을 두면 안 된다. 가능한 한 모든 장병들에게 복지혜택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의당에서 준비해놓은 장병 정책을 바탕으로 국방부 정책을 개선하며 청년 장병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실현해보고자 한다.
[이병록 위원장, "관군의 삶에서 이제 의병의 삶으로" 2화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