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을 위한 장군 이병록의 군대·국방 이야기
36년 간 바다에서 나라를 지켜온 해군 출신 예비역 제독으로, 정의당에 입당해 국민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이병록. '진짜 안보'란 전쟁 위협이 없는 한반도 평화를 적극적으로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 힘주어 말하는 그의 활동을 기대하며, 이병록 정의당 국민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소개하는 그 두 번째 이야기.
개인의 운명도 부모님이 아닌 본인이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국가의 정책, 특히 안보정책은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 남이 결정해주면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우리 군대가 스스로 군사전략, 작전 기획, 작전 집행을 하는 것을 주도하지 않는다. 미국이 주도하고 우리는 부가된다. 우리가 주가 되고 필요한 부분, 부족한 부분에 있어 미국이 동맹으로서 도와주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용돈이 필요하면 부모님한테 손을 벌려 도움을 얻을 수 있지만, 전적으로 부모님이 자식을 평생 부양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는, 현실적으로 징병제라는 제도 자체가 징병제의 특성상 병사들이 피동적, 수동적으로 움직이게 된다는 점이다. 소위 말해 ‘국방부 시계는 간다’와 같은 얘기를 하며 군생활을 보내는 것이 현실 아닌가? 국가 예산이 허용되는 한에서 애국 페이가 아닌,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정 수준의 월급을 지급하고, 전반적 복지시설에 대한 확충과 함께 교육과 기술지원을 제공하는 등 '국민의 군대'로 개선해야 한다.
최초의 방위비 분담금은 90년대 초에 시작됐는데 그 금액이 계속 높아지다가 노무현 대통령 때는 협상을 해서 낮추지 않았나? 이명박 대통령 때는 그것을 5년 주기로 해서 물가 인상분 반영해 결론적으로는 올려주는 것으로 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그 액수를 제시하는 데에는 명확한 근거가 없지 않은가? 그럼 정부에서 힘들게 협상을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협상을 하려면 결국 우리 국민들의 반대 여론이 커야 정부의 협상 여지도 넓어진다. 그러면 국민들이 반대의 여론을 보여줘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진보와 보수가 합쳐서 방위비 협상에 대해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특히 우려되는 것은, 성조기를 들고 시위를 하면, 미국의 입장에서는 ‘우리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많다’고 생각해 오히려 미국에 힘을 실어주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실 상당히 쟁점이 되는 사안인데, 김원봉 선생이 일본이 두려워할 정도로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한 공은 있지 않은가. 그런데 본의 아닌 사정으로 월북을 한 것, 거기에서 북한 정권을 수립하고, 남북 간의 전쟁을 했다는 것 때문에 과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공을 보자는 측면도, 과만 보자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전향적으로 생각을 해보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북한 정부의 주체사상을 확립했던 황장엽 씨도 우리가 받아주었고, 북한 정부에서 외교활동을 하고 우리와 반대되는 체제 경쟁을 했던 태영호 공사도 우리가 받아주지 않았나. 그것은 우리가 체제경쟁에서 이겼다는 의미다. 자유민주주의가 사회주의 체제를 이겼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김원봉 선생까지 받아들이면, '자유민주주의가 체제 경쟁에서 이겼구나, 역시 자유민주주의는 아량과 포용력이 있다'는 신호를 던질 수도 있고 그런 신호를 던지면 북한에서는 더 당황하지 않을까? 승자라면, 승자로서의 아량과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과거 국력이 열세이거나 비슷할 때는 어민 한 명, 군인 한 명 넘어오는 것으로도 체제가 우세하다는 정치적 홍보 목적으로 이용을 했던 때도 있지만, 지금은 그들을 정치적 개념이나 체제 홍보가 아닌, 인도적 차원에서 경제적 난민으로 대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라고 하는 것은 국방부터 해서 복지, 사회 등 아주 분야가 넓지 않은가. 전역하며 보니 ‘사실 내가 헌신했던 분야는 아주 조그만 것이었구나’ 느꼈다. 그래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생각으로 평화 분야에서 활동을 했다. 독일과 예맨 등 국제사회의 통일과 분열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것도 많았다. 북한에만 대응을 하면 우리가 주변국의 위협을 놓치게 될 수 있다. ‘주유소 습격사건’이라는 영화를 보면 '난 한 놈만 팬다'는 대사가 나온다. 그런데 안보는 한 분야에만 노력을 쏟으면 안 된다. 주변국들이 계속적으로 주권을 침해하고 있지 않은가. 이럴 때일수록 넓은 시야의 안보가 필요하다. 골고루 균형을 갖춘 정책, 전쟁을 하지 않고도 평화체제를 최대한 수립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김대중 정부 때 군 출신으로, 평화통일에 앞장섰던 임동원 전 국정원장을 표상하며 활동하고 싶다.
박찬주 장군은 군에서 같이 근무를 했었다. 유머감각도 있고 업무 추진 능력도 있었다. 갑질 논란을 언론 보도를 보고 나도 상당히 놀랐다. 본인도 상당히 괴로울 것이다. 그에 대한 비판은 접어두고, 대신 나의 군 생활 시절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하겠다.
항상 군대에서는 상부지시사항과 명령이 내려간다. 그런데 나는 그런 용어를 안 쓰고 '같이 생각하고, 함께 행동하자'를 기치로, 용어를 다르게 하여 직접 한 자 한 자 편지를 썼다. ‘이런 건 바꾸고, 이런 건 하자’고. 장군 진급했을 때, 기초군사교육단장을 맡았던 당시엔 병사들이 마지막에 나갈 때 항상 얘기했다. ‘어려운 것이 있으면 군대 내에도 주임원사, 소원 수리함 등 애로사항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있다. 휴가 나가서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도 있다. 그게 다 안 통할 때는 나한테 얘기하라’고. 그랬더니 실제로 어떤 병사가 애로사항을 나에게 보냈다. 그래서 우리 주임원사를 통해 그쪽 주임원사와 면담을 통해 얘기해볼 수 있도록 하라 했는데 전역 후에 그 병사에게 ‘목소리를 들어줘서 고맙다’고 편지가 왔다. 또 어떤 병사는 부대에서 구타가 있어, 병사의 애인에게서 편지가 왔다. 조사를 해봤더니 해당 부대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근무시간 격리 조치만 해놓았다. 그래서 완전 격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건의하고, 해당 병사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답장을 해줬더니 한참 후에 고맙다는 편지가 왔던 적이 있다.
그리고 몇 달 전, 짐을 정리하다 중령 시절 받았던 메모를 발견했다. '보잘것없는 대원들의 일상생활에 많이 관심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끝나는 메모. 블로그에도 올렸는데, 이걸 보며 한 번 더 느꼈다. 약자에 해당하는 이들과는 늘 소통하고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먼저 제도를 바꿔야 할 것이다. 군대로 예를 들어 보겠다. 공관병 제도 같은 경우 군에서 운용을 안 하는 것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또 병사들에게 휴대전화를 사용하도록 허가해주고 있다. 부모님, 친구들한테 얘기를 털어놓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제도를 바꾸어서 약자들을 도와주는 방법이 가장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인권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문화 확립이 필요하다. 그것은 제도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정의당이 국민들과 함께 문화의 수준을 바꾸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문화가 바뀌는 것에 따라 사회의 변화를 계속 눈여겨보고 거기에 맞춰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원나라를 세운 쿠빌라이 칸은 사실 자신의 동생에게 몽골 칸 자리를 빼앗겨 복귀하면 죽을 판이었다. 그래서 원나라를 세워 결국 전쟁에서 이긴다. 동생이 무릎을 꿇었을 때 '누가 옳으냐' 물었더니 '그때는 내가 옳았고, 지금은 당신이 옳다'고 했다.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뀜에 따라 중요한 가치는 변질되지 않더라도, 변화는 그에 맞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소통과 관심이 필요하다. 약자들이 자신의 억울함을 얘기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그래서 약자들의 건의사항이나 애로사항을 잘 들어주려는 노력이 중요할 것 같다.
차이와 차별 문제가 있지 않나? 예를 들어 남녀 간에도 차이가 있다고 해서 차별을 하면 안 되듯이 군대 역시 계급의 차이는 있더라도, 계급 간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아무래도 계급의 차이가 있다 보니 아래의 계급에 속하는 병사들이 애로사항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겪을 것 같다. 그래서 병사들에 대한 애로사항을 잘 들어주고, 아까 말했듯 복지대책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합참에서 근무하면서 느낀 것인데, 군 지휘부가 잘못한 점에 대해 언론과 야당, 여당이 비판을 할 때에는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데 사소한 문제까지 확대하여 비난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군 지휘부가 소신을 지키지 못하고, 언론과 정치권의 눈치를 너무 심하게 본다. 초소에서 일어난 일은 초소장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걸 장관에 까지 책임을 지게 하다 보니 장관이 초소를 걱정하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장관이 초소를 걱정하고 국방정책을 초소에서 초병이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국방부에서는 국방 정책을, 합참에서는 군사 전략을, 초소에서는 초소 경계를 책임질 수 있도록 직분에 맞는 일을 하는 군대가 될 수 있게 정의당에서 ‘대안 있는 비판’을 하겠다.
그리고 경계태세가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올림픽 끝난 후 북한이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열었다. 중요한 행사였기 때문에 북한은 그 행사를 무사히 치르기 위해 우리를 도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리 군에서는 경계태세를 강화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대위 시절이었는데 작전부장님에게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으로 인해 연속된 경계태세로 인해 피곤한 상황이다. 또 경계태세를 내리면 피로가 누적되어서 안 된다’고 건의하여, 경계태세는 상급부대만 하고 하급부대는 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과도하고 불필요한 경계태세의 누적은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교육훈련을 저하시킨다. 긴장과 휴식이 조화가 되는 경계태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정의당은 이 모든 것을 다 바라보고 건전한 비판을 제시하는, 장병 여러분의 편이 되겠다.
정의당에서는 나에게 ‘을을 위한 장군’이라고 하는데, 위원장 임명식에서 내가 말했던 것을 보고 많은 군 동료들은 ‘정의당 부함장’이라고 평가해주고 있다. 별명이 정의당 부함장이 되었다. 정의당 당원들과는 이제 같은 배를 탔고, 목적지도 같지 않은가. 속도와 방향의 문제에서는 약간의 의견 차이가 있겠지만 협조를 잘해서 정의당이 목표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민 여러분을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주인인 사회, 국민 모두가 잘 사는 사회,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의당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겠다. 속도와 방향을 잘 조정하여 성공적인 항해가 되도록 하겠다. 잘 지켜봐 달라.
이병록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국민과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병록'이라는 한 사람의 평생을 일궈낸 가장 커다란 가치관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인', '장군'이라고 하면 어쩐지 딱딱하고 무겁고 보수적인 이미지를 연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마주하는 내내 오히려 따뜻하고 편안하며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자신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늘 가장 아래에 있는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해 왔던 한결같은 우직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6년이라는 긴 관군 생활을 마치고 이제 의병으로서 국민에게 헌신하고, 국가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이병록 위원장'이 이끌어 갈 정의당 국민안보특별위원회의 '진짜 안보' 이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