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활동가 보다는 청소년 '활동가'에 방점을 찍어야
'고등학생', '청소년'이란 단어를 들으면 싱그러움, 순수함 등과 같은 풋풋한 느낌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의당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청소년 공식기구인 청소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 철원의 고등학생 노서진 위원장을 만났을 때, 인상 깊었던 것은 그에게서 강인한 활동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청소년' 활동가라는 점보다 청소년 '활동가'라는 부분에 더욱 방점을 찍어주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청소년 '활동가'같았다. 조금 더 청소년친화적인 정의당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활동을 기대하며 노서진 청소년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보았다.
철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의당 청소년특별위원회 위원장 노서진.
정의당 예비당원 협의체인 ‘허들’에서 위원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허들은 청소년 참정권과 당권 쟁취, 정당활동자유를 목표로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예비당원 협의체다. 이 협의체가 생긴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우리가 계속해서 요구했던 것이 당권 쟁취와, 당의 청소년 공식기구 설치였다. 이번 5기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청소년특별위원회라는 공식기구 설치가 되었고, 위원장으로 추천을 받아서 선임이 되어 위원장이 되었다.
궁극적으로는 나와 같은 ‘청소년’들을 위한 하나의 부문 위원회로 청소년특위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일 큰 목표다. 당 내적으로는 청소년들이 활동하기 편한 당내 수평적 문화를 안착시키고, 청소년 친화적인 당내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할 예정이다. 당 외적으로는 이제 총선 국면을 맞으면서, 청소년들에게 매력적인 정당이 될 수 있도록, 청소년들을 정의당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일단 청소년 이슈에 정의당이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정당이 아니라, 청소년들이 직접 말을 하는 정당이 될 수 있도록.
가장 심각한 것은 재학 청소년들에 대한 인권 침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인권침해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 교사와 학생의 지위 안에서 발생하는 위계적인 폭력에 대해 ‘오랫동안 그래 왔기 때문에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야기 되곤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학생인권조례가 더 많은 지자체에서 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서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청소년도 동등한 인격체’라는 인식이 더 널리 퍼져야 한다.
아까도 말 했듯 청소년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직접 당해왔던, 지금까지 겪어 왔던 차별들을 당사자의 입으로 이야기하고, 이것들을 제도적, 법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정의당’이라는 정당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당사자들의 불편함이나 인권침해 사례들을 듣고, 이것을 공감이나 문제제기에서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변화로 끌 수 있는 힘이 바로 정당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원내진보정당이지 않은가. 원내진보정당이 가지는 힘이 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당은 청소년 예비당원제도를 두고 있었고, 원내 5당 중 최초로 청소년 공식기구를 설치하기도 했다. 그래서 정의당이라면 청소년 이슈와 인권에 있어 조금 더 원내 진보정당으로서 목소리를 잘 낼 수 있지 않을까.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청소년혐오적 태도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대놓고 무시하는 것이다. ‘어리니까 안돼’, ‘어려서 뭘 모를 거야’라는 직접적 혐오. 다음으로는, 청소년들을 ‘기특한 청소년’으로 바라보고, 보호해야 할 대상, 미성숙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태도다. 예를 들어 정당 활동이나 모임에 나갔을 때 ‘나이도 어린데 이런 데에 나오는 것이 기특하다. 멋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기특하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 동등한 정치적 주체로서, 당원으로서 당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진로를 고민하기 위해 모인 것인데, 그런 말 한 마디로 인해 평가 절하되는 느낌을 받았다. 청소년들이 어떠한 칭찬을 받기 위해 모임을 나온 것이 아니니까. 청소년들에 대한 직접적 혐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정치 활동을 하는 것을 기특하게 바라보는 인식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당내의 인식개선을 위해 청소년특위에서 이번에 활동가기본교육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활동가기본교육에 나이주의 관련 내용, 청소년인권 관련 내용을 추가함으로써 정당의 주요 활동가들에게 청소년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키고 청소년들도 동등한 정치주체임을 알리는 교육을 통해 당의 전반적 문화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청소년 활동가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기보다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청소년활동가들이 주목받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도 4.19 혁명, 그 전에는 3.1운동 등, 청소년들은 항상 역사의 현장에서 함께해왔다. 다만 이들이 주목받지 못했고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 받거나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혹은 배후세력이 있거나 선동당해서 있는 거라는 청소년혐오적인 인식도 있었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청소년들이 비유권자이기 때문에 주목받지 못했던 상황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더 많은 청소년들이 본인의 관심분야나 활동에 있어서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들이 ‘청소년’이라는 정체성으로만 부각 받아서는 안 될 것이고, 동등한 ‘활동가’로서 부각 받아야 한다. ‘청소년’ 활동가에 방점이 찍히기 보다는, 청소년 ‘활동가’에 주목을 하여 언론 등에서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청소년이라는 부분에 주목을 하다보면 아까 얘기했듯 ‘기특한 청소년’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선거연령 인하는 요구 전에 있었어야 하는 당연한 기본권이다. 청소년 참정권을 요구하는 운동들은 유예된 권리를 되찾아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거연령 인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서 배제됐던 청소년들을 다시 정치의 영역으로 불러와 피선거권, 정당가입연령제한 폐지 등 더 넓은 차원의 이야기로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정의당은 진보정당으로서 분명한 진보적 색채를 가지고 더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고등학생이 논문을 쓰고, 교수와 함께 연구를 하고... 그런 것들이 많은 청소년들에게는 다른 세상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불평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비슷하거나, 같은 상황에 있을 때 차별이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사회에서는 출발선부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같은 입시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나와는 관련 없는 이야기로 생각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같은 것을 준비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접근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느껴지는 것이다. 거기에서 오는 박탈감, 허무함도 있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대입제도 개편 같은 얘기를 하기 보다는 근본적 사회 문제에 대해 얘기하게 된다.
단순히 ‘정시 비율을 높이냐, 수시 비율을 높이냐’의 얘기가 아니라, ‘왜 우리가 대입제도 아래서 고통 받아야 하는 것인지?’, ‘불합리한 제도 아래서 경쟁하면서 대학을 가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인식이 더 퍼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열된 입시 경쟁이나 대학을 꼭 가야만 한다는 인식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있는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대입제도를 바꾸는 것보다도 근본적인 교육제도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몰랐던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지역 간 입시 정보의 격차 등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격차들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고위 공직자의 자녀들은 훨씬 더 많은 정보들을 가지고 있었구나’ 하고 직접적으로 알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청소년들과 모르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알게 된 청소년들이 다 같이 사회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움직임이 필요하겠고, 학생들도 문제의식에 공감한다. 하지만 우리가 정작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대입제도’에, 비유권자인 우리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가 없다는 것과 연결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정의당이 더 많이 듣고, 이들을 직접 연단에 세워야한다. 문제의식과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조금 더 구체적인 전략을 정의당이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때, 문제의식과 고민들이 더 큰 힘을 가지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신조어나 연예인 보다는 기본적인 예의가 제일 중요할 것 같다. 초면부터 반말하지 않는 것, 학교와 나이를 먼저 물어보지 않는 것 등. 그런 기본적인 예의만 갖춘다면 10대와 대화하는데 어려움은 충분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세대들이 10대들과 대화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는 그간 대화를 하지 않아왔고, 대화할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예의만 갖춘다면 청소년들과 대화하지 못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번에 정의당에 새로운 청소년 공식기구가 설치된 것이니 앞으로 청소년특위가 활동함에 있어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면 고맙겠다. 정의당내에 많은 청소년 당원들이 있다. 많은 당원들 중, “우리 지역에 청소년 당원들이 없어서 같이 활동하기가 어렵다”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사실 청소년들이 활동에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그 모임이 평등한 공동체라는 느낌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모임에 나가서 들었던 청소년혐오적인 발언들이나 성차별적인 발언들 때문인 경우도 있다. 청소년들이 조금 더 활동하기 편한 공간으로 정의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을 시혜적 태도, 무시하는 태도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정치 주체로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나 역시도 앞으로 정의당 공식기구 청소년특위의 위원장으로서 당 내적으로는 당내 수평적 문화 확장에 노력하고, 당 외적으로는 정의당의 목소리로 청소년 인권을 이야기할 것이다. 정의당과 청소년이 늘 함께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