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자는 몇 년 전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근무하며, 야근을 밥먹듯이 해본 적이 있었다. 이미 퇴근 시간이 지난 시간에 회사를 나설 때마다 근처에 있던 모 IT 회사는 늘 누군가가 일하고 있는 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근처에서 일하는 많은 이들이 그곳을 '구로의 등대'라고 불렀었다. 젊은 노동자들의 노동의 불빛이 언제까지고 꺼지지 않는 건물.
지난 2016년, 유명 게임회사 ‘넷마블’에서는 1주 100시간에 가까운 초장시간 노동을 지속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리고 2018년에는, 유명 인터넷 강의 업체 에스티유니타스에서서 과도한 업무, 잦은 야간노동과 직장 내 괴롭힘 등을 호소한 노동자가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런데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회에서 중견 게임회사 ‘펄어비스’의 재직자와 퇴직자로부터 받은 제보에 따르면 일자리 창출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은 펄어비스가 권고사직이라는 이름으로 부당해고를 자행하고, 포괄임금제를 피해 재량근로제를 도입함으로써 노동자들을 공짜노동과 장시간 노동에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IT 업계의 청년 노동자들이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몇 년이 흐른 지금에까지도 IT 업계에서는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겨우 승인받은 야근도 52시간을 초과하면 더 이상 기록할 수 없어요.
회사에서는 52시간을 넘지 않게 주의하라는데 주어지는 업무량은 야근을 하지 않고는 해낼 수 없을 만큼 많기 때문에 결국 기록 없이 일하게 됩니다.
이걸 따라가지 못하면 권고사직을 당하는 거예요.
주 52시간제를 피하기 위해서 재량근로제를 도입합니다.
윗선에선 대상자들에게 '주말에도 나와라'라고 합니다.
저도 주 60시간을 넘겨 일했어요.
재량근로제를 거부하는 게 가능하지만, ‘그럼 재미없을 줄 알아라.’
라는 식으로 말을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일개 직원이 거부하기는 힘듭니다.
강도가 손에 칼을 들고 가방을 빼앗으려 할 때, 가방을 지킬 수 있을까요?
게임업계 노동자들에게 권고사직은 그런 거예요.
업계를 떠나려는 게 아닌 이상 강하게 반발하기가 힘들어요.
이직할 때 불이익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거든요.
해당 노동자들의 증언 내용은 이러했다. 이에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회는 'IT노동자 갈아넣는 블랙기업 펄어비스 디버그하겠습니다'라는 이름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류호정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은 위와 같이 말하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와 함께 정의당의 이름으로 고용노동부와 펄어비스에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아직도 고통에 신음하고 있을 IT 노동자들에게 요청합니다.
정의당 IT 노동상담센터 ‘디버그’를 기억해 주십시오.
추가 제보를 받겠습니다.
버그를 지나치는 개발자는 없다고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용기를 기다립니다.
*기자회견 관련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