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밤이 금방 지나갔으면 좋겠다

잠이나 자자

by 지구평평

해야할 일들에 치여 전쟁 같은 낮을 보내고 나면, 항상 그렇듯 밤이 찾아온다. 대부분은 오늘도 수고했다는 약간의 성취감과 그보다는 훨씬 큰 피곤함에 지쳐 잠들곤 한다. 하지만 가끔은 모든 책임이 사라진 밤의 정적에 오히려 잠들지 못하곤 한다. 오늘이 그렇다.


별거 아닌 일이, 별거 인것 처럼 느껴진다. 괜히 인터넷을 뒤지며, 아무 의미 없는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찾는 이유이다. 누군가는 큰일이라 그런다. 그곳에서 얼른 도망치라고 호들갑을 떤다. 또 다른 누군가는, 별일 아니라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 한다.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안, 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 거리다보면, 어느새 아무것도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 운동하지?' '왜 공부하지?' '왜 대학원에 가지?' '왜 연구하지?'....


그런 생각이 들때면 '헉' 한다. 얼른 잠이나 자자 생각한다. 보통의 일들은 생각대로 되지 않듯, 그럴때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좋아하는 유튜버의 위로의 말을 듣기로 한다. 제목과 썸내일을 보고 나한테 어울리는 지금 당장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상을 고른다. 5분짜리 영상인데, 낮에 이미 집중력을 전부 써버린 탓인지, 듣다 보니 내 얘기 같지 않아서 인지, 1분도 채 못듣고 영상을 껐다. 이번에는 노래를 듣기로 한다. 위로 해주는 노래를 듣자니, 너무 노골적이라 별로고, 은근히 나를 격려해주는 노래를 선곡하자니 쉽지 않다. 그렇게 노래 듣는 것도 그만뒀다.


오늘처럼 밤의 내성이 강한 날. 잠도 오지 않고, 좋아하는 유튜버의 영상도 질리고, 음악 선곡도 어려운 날. 잠은 조금 포기하고 책상에 앉아 이렇게 글을 쓰기로 했다. 대충 좋아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분위기 있는 노래도 틀어놓으면 글은 더 잘 써진다.


나는 안다. 내일 일어나면 또 괜찮아질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삶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정신없이 흘러갈것을. 그럼에도 오늘 밤은 참 그렇다. 슬프지도, 우울하지도, 외롭지도 않다. 그냥 참 그렇다. 딱히 위로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대단한 격려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괜찮을 거다. 단지 이 밤이 조금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내가 모르는 세계도 존재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