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구, 너는 지금 안녕한가?
(개인적인 일이라, 아주 약간의 각색이 있다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대학이 들어가고 얼마 안돼서 일이다. 우리나라는 입시가 끝난 갓 스물에게 한가지 타이틀을 붙여준다. 대충 '~대생' 이라는 어미로 끝나는 말이다. 나는 참고로 '성균관대생'이었다. 나름 명문대라 생각해서 갓 대학생이 된 나는 약간의 우쭐감에 취해있었다. '우월감'이라고 말하기에도 하찮은 그런거였다. 그맘 때즘 나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말그대로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관심사가 몇몇 겹쳐서 꽤나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내입장에서 몇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우울증을 겪고 있다는 점, 중졸이라는 점, 가난하다는 점, 이전에 알바를 하다가 폭언에 시달린 점 등등이다. 그는 말 그대로 인생을 포기한 상태였다. 일도 안하고, 공부도 안하고, 그냥 하루하루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그런 그의 사정을 알고 나는 나름의 조언을 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라는 둥, 쉬운 알바라도 해보라는 둥 말이다. 이런 나의 조언이 통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어느날 음식점 알바를 시작했다고 나에게 알려왔다. 이 소식에 나도 인간적인 기쁨을 느껴, 작은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그렇게 몇주가 지나고, 다시 만났는데 일을 그만 뒀다 했다. 괜한 아쉬움에 왜냐 물으니, 사장의 잔소리가 너무 심하다 그랬다. '겨우 그거 때문에'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어쨋든 남이기에 참기로 했다. 그럼에도 일을 그만둔 경위에 대해 몇마디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러다 그가 한마디 했다. "있잖아, 바보처럼 들릴진 모르겠는데. 난 진짜 죽을것 같이 힘들어서 그만둔거야" 그 한마디에 갑자기 가슴이 뜨거워졌다. 마치 내 생각이 들킨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어색한 대화를 마치고 우리는 여느때처럼 헤어지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죽을것 같이 힘든적이 있었나?'
나는 한번도 공부를 못해본 적이 없었다. 엄청 잘하지도 않지만 말이다. 공부는 충분히 힘든 일지만 죽을 것 같은 일은 아니다. 대학생이 되고 해본 알바도 '과외' , '학원'이 전부다. 육체적, 정신적 그다지 힘든 일은 아니다. 대학생이 되고 큰 지원을 받진 못했지만, 지금 당장 내가 큰일나도, 바로 금전적으로, 정서적으로 지원을 해줄 부모님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 나는 그를 이해할 수 없다.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가 음식점 사장님께 잔소리를 들을 때의 심정을 나는 느낄 수 없다. 알바를 '또' 그만두게 된 그의 절망감을 나는 온전히 공유할 수 없다. 나의 교과서적인 조언이 얼마나 그를 무시한건지를 깨달았을 때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었다. 이 생각이 들을 때즘 나는 더이상 그에게 해줄 조언이 떠오르지 않았다.그가 느낀 인생에 대한 막막함을 나도 조금은 공감할 수 있었다.
최근 한 운동선수 출신 유튜버가 캥거루족에 대한 발언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평소에 연예뉴스에는 별로 관심도 없고, 연예인 말실수가 한두번이랴 아무 생각 없이 넘어갔다. 그러다 쓰레드에서 이에 대한 다른 사람의 댓글들을 보며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괜히 찔린 방구석 찐따들이 열등감에 긁혀서 까는거다' 실제 쓰레드에 달린 댓글이다. 나는 저 유튜버를 욕할 생각은 없다. 모르는 주제에 대해 갑자기 물어보면 누구나 말실수 한다. 그걸 그대로 송출한 피디가 더 잘못이다. 하지만 댓글을 단 저 사람은 나쁘다. 충분히 사유할 여유가 있었음에 본인이 모르는 세계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것은 나쁜 행위이다. 그 댓글을 달며 그가 느꼈을 우쭐감을 생각하니 나의 스무살이 떠오른다. 스무살의 나였다면 아마 저런 느낌의 댓글을 달았을 거다. 그리고 몇개의 하트를 받고 괜한 인정심에 취해있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덜컥 걱정부터 든다. 혹시 나의 친구인 그가 이 글을 보고 상처 받지 않을까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의미없는 오지랖이다.
나의 친구였던 너는 잘 지내고 있는가 물어보고 싶다. 가끔 근황이 궁금한데 카톡도 사라지고, SNS도 안하는 것 같다. 이렇듯 함부로 대하는 세상에서 더욱 침전하지 않았을까 걱정된다. 아직도 나는 너의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너가 느꼇을 세상에 대한 막막함은 어렴풋이 이해된다. 그래서 말 한마디, 글 한줄 조심하려 한다. 스물살의 나는 너로 인해 조금이나마 덜 나쁜 사람이 되었는데, 너는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지 궁금하다. 그립다면 그리움으로 남을텐데, 걱정이 되니 다시 한번 보고 싶다.
다시 만났을땐, 너의 인생에도 나름의 해답을 찾았다고 말해주기를, 그래서 저런 말 몇마디에 상처받지 않는다고 웃어 넘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