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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 Oct 10. 2020

입사 후 다시 쓰는 입사 후 포부(2)

입사 후 포부-실무자 ver.

어릴 때 막연히 그리던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20대 후반의 '나'는 딱 떨어지는 칼 정장에, 뾰족한 스틸레토 하이힐을 신고 또각또각 바쁘게 걸어 다니는 커리어우먼이 되어 있을 줄 알았습니다. 막상 20대 후반이 된 지금의 저는, 어린 시절의 저에겐 머쓱하지만, 예전의 저와 딱히 다르진 않습니다.


어린 시절 막연히 그리던 꿈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한 명사형이었던 '마케터'라는 꿈을 이루고 나니, 그 앞에 붙는 형용사 역시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직업 자체가 꿈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죠. 그래서 다시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이죠. 이 글은 제가 걸어갈 길에 서 있는 이정표에 대한 글입니다.  







두 번째 목표_믿고 맡길 수 있는, '일 잘하는 마케터' 되기

입사 후 제가 가졌던 두 번째 포부는 어떤 일이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일 잘하는 실무자'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맡기더라도 잘 처리하는 실무 능력뿐 아니라, 마케터로서의 시선과 인사이트, 그리고 열정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초점 없는 눈으로 하염없이 모니터를 바라보는 실무자가 아닌, 언제나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제가 맡은 일도, 저 스스로도 반짝반짝 빛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런 포부의 이면에는 매일의 일상 속 스스로를 빛내며, 자극을 주는 동료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저에게 가장 이정표가 되어준 분은  사수님입니다.


가지런히 펴진 손바닥 위로 촤르르 모래가 쏟아집니다. 떨어지는 모래들을 놓치지 않으려 손을 힘껏 움켜쥐어보지만, 틈새로 흐르는 모래는 막을 수 없었죠. 떨어진 모래들을 정신없이 주워 담던 그때, 옆에서 모래를 함께 쓸어 담아주는 누군가의 손을 발견했습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빙그레 미소를 띠고 있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녀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본인 몫의 모래를 두 손안에 꼭 갖고 있었죠. 틈새 없이 탄탄한 그녀의 솜씨에 저는 반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제가 어렴풋이 꿈꿨던 미래의 모습이었거든요. 그녀는 제게 마치 그런 사람입니다.



그녀는 손 틈새로 흐르는 것 없이 업무의 디테일한 부분들까지 놓치지 않는 사람입니다. 주변을 돌아보고 챙길 줄 아는 사람이며, 후배가 잘 클 수 있도록 끌어주는 사람입니다. 항상 웃음 띤 얼굴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내뿜는 사람이기도 하죠. 그녀와 처음 일을 하게 된 순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이 사람한테면 일 진짜 잘 배울 수 있겠다!'. 그리고 역시는 역시였습니다.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녀에게 참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스펀지처럼 주변의 자극을 흡수하고, 회사에서의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시기에 그녀를 만나, 그녀와 함께 일하게 된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니 그녀는 꽤 놀란 눈치였습니다. 언젠가 그녀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어느 것 하나 흘리지 않고 완벽히 챙기는 사람이 되겠노라 그려봤더라고. 하지만 아직 본인은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며 수줍은 손사래를 쳤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제게 여전히 멋진 이정표입니다.





세 번째 목표_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좋은 리더' 되기


갓 2년을 넘긴 사원에게 '좋은 리더'라니... 사실 아직도 많이 먼, 상상이 잘 안 되는 미래이긴 합니다. 그럼에도 좋은 리더가 되길 꿈꾸는 이유는, 단순히 경력이나 '팀장'이라는 직급을 넘어 일이나 사람을 대할 때 그녀가 보여주는 리더십을 닮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의 세 번째 이정표는 바로 저희 팀 팀장님입니다. 



그녀와의 첫 만남은 꽤 강렬했습니다. 우리는 면접관과 면접자로 처음 만났습니다. 약 30여 분간 수없이 오갔던 면접 질문 중 그녀가 제게 했던 질문은 "취미가 뭔가요?"라는 딱 한 가지의 질문이었습니다. 몇 마디 해보지는 않았지만 첫인상에서부터 느껴지는 그녀의 강렬한 기운에 저는 왠지 모르게 눌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오히려 압박 면접을 했던 분은 다른 분이었음에도 말이죠. 면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왠지 떨어질 것 같은 불안한 예감에 휩싸여 돌아갔던 그 길로 저는 다시 돌아와, 임원 면접을 보고, 한 달간의 인턴과 최종 면접을 거쳐, 그 팀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인턴으로 들어갔던 시기는 팀이 정말로 바빴던 시기였습니다. 팀원 모두 모니터 속에서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했고, 점심시간 때나 되어 마주하게 된 얼굴은 다들 피곤과 수심으로 가득했죠. 수시로 소집되는 회의에서는 날카롭고 쓰린 말들 그리고 때론 회의실 벽을 넘기도 하는 다그침이 줄을 이었습니다.


왜 그런 분위기에서 저는 이 회사에 대한 확신이 들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담당자로서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 느끼게 될 감정에 대해 말이죠. 하지만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 이거 하나였습니다. '나 여기에서 일하면 일은 진짜 많이 배우겠다!'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지...ㅎㅎ 꽉 채워진 스케줄러


지금 그 자리에 앉아보니, 그때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녀의 팀에 속해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일을 미친 듯이(?) 배우고 있거든요. 함께 일을 하면서 겪어본 그녀는 아직도 때때로 무섭긴 하지만, 팀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명확히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그 방향에 대한 reason why가 명확하며, 그 명확성은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 힘으로 팀을, 회사를, 그리고 고객들을 설득하죠.


실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고, 그 방향이 브랜드의 방향과 맞다면 흔쾌히 OK를 남깁니다. 실무자가 일 속에 파묻혀 생각지 못했던 큰 방향을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소비자의 관점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자꾸 물음표를 던집니다. 이 물음표들은 대부분은 실무자의 마음속 느낌표로 꽂히는 것들입니다. 갑자기 떨어진 물음표들은 때론 버겁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전체적인 실무의 완성도가 높아짐을, 나의 관점도 조금씩 커지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녀는 팀의 가장 앞에 서서 팀을 이끌지만, 그와 동시에 뒤에서 팀원들을 밀어주는 리더이기도 합니다. 그 누구보다 팀원들에게 든든함이 되어주며, 팀장님이 아닌 선배로서의 따뜻한 조언도 아끼지 않습니다. 그녀는 꽤나 먼 이정표이기에 제가 그곳에 도달할 수나 있을까 싶지만, 일단 지금은 그런 그녀에게 일을 배울 수 있다는 게 꽤 멋진 것 같습니다.




+

갑작스레 맞은 일 폭탄때문에 이 글을 마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럼에도 글을 쓰다보니 이런 이정표들이 주변에 있다는 게 감사한 마음입니다:)

포부가 포부에 그치지 않도록... 열심히 해야겠다고 또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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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정표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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