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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아 Oct 27. 2020

당신의 'WHY'는 무엇인가요?

초록, 하얀, 노란 빛깔의 꿈


은은한 노란 불빛으로 가득한 공간, 그곳에는 크고 흰 캔버스가 놓여 있습니다. 이 캔버스는 좌측 상단부터 촘촘히 그리고 아주 정교한 터치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색감의 터치들이 모여, 어느덧 캔버스의 사 분의 일 정도 채워진 것 같네요. 스케치가 되어있지 않아 무엇을 그리는지 아직은 알 수는 없지만, 화가의 머릿속에는 이미 그 그림의 완성본이 있을 겁니다. 그저 화가는 터치 하나하나 섬세하게 찍어가며 그림을 천천히 완성해갈뿐입니다.



점묘화처럼 섬세히, 하나씩 하나씩 그림의 완성에 필요한 색을 더해갑니다. 때로는 열정적인 붉은색을, 때로는 따뜻한 노란색을, 때로는 그림에 성숙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슬픈 파란빛을, 때로는 그림의 중심을 잡아주는 무채색을, 때에 따라 적절히 더해가다 보면 어느덧 캔버스는 점점 채워져 가고, 그림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할 겁니다.


사실 전 화가가 아닌, 캔버스입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화가가 칠하는 색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채워가는 것, 그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때로는 화가가 왜 이런 색을 나한테 칠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이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이기에, 결국엔 이 작품을 누구보다 멋지게 완성해줄 것이라는 걸 믿습니다. 그에게는 다 계획이 있으니까요. 저는 그저 그를 믿고 따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가 그리는 그림을 온전히 담아내어 멋진 작품이 되는 것, 그게 바로 저의 why입니다.

완성본이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칠해진 색들이 저는 꽤 마음에 듭니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다른 색들이 겹쳐져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기도 했지만, 한 발짝 물러서 살펴보니 그런 과감한 색깔들이 모여 저만의 개성이 되고, 가능성이 되고, 꿈이 된 것 같습니다.





초록빛 꿈


"너는 꿈이 뭐야?" 어려서부터 숱하게 들어온 질문입니다. 어릴 때는 나름의 고심 끝에 꿈으로 여러 직업을 골랐다죠. 저의 첫 번째 꿈은 '선생님'이었습니다. 어릴 적 제가 접할 수 있었던 가장 가까웠던 직업이기에 그런 꿈을 가졌던 것 같기도 합니다. 매번 아쉬움을 남기며 사탕 바구니를 집어넣으시는 선생님을 보며, 내가 선생님이 된다면 아이들한테 사탕을 마음껏 주는 선생님이 되리라 다짐했었죠. 아쉽게도 그 다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귀여웠던 꿈인 것 같습니다.


반복적인 일은 저와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후,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저의 꿈 리스트에서 지워졌습니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이라는 푸른빛 꿈은 제 그림 한구석에 또렷이 남아있더군요. 아, 가르침이라기보단 나눔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네요.


사탕을 많이 주는 선생님이 될거야!


첫째로서 타고난 성향 탓도 있을 겁니다. 대부분의 첫째가 그렇듯 언니로서 동생을 챙겨 왔던 것이 성격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었거든요. 이 때문인지 예전부터 무언가를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설명해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이런 노하우가 가득 담긴 세계사, 한국사 등의 필기 노트는 다른 친구들에게도 꽤 인기가 많았죠.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어떤 과를 선택해야 할지', '어떤 직업을, 어떤 회사를 선택해야 하는지'와 같이 삶의 변곡점에서 마주한 물음표들에 꽤나 끙끙거리며 답을 찾았던 터라, 다른 사람들의 끙끙거림 또한 안타까웠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내가 찾았던 마침표를 공유해주는 것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성향들에 끌렸던 것인지, 저도 모르는 사이에 곳곳에 더해진 초록빛 터치들이 눈에 띕니다.



대학 시절에는 진로 고민으로 끙끙거리는 중고등학생 친구들을 돕기 위해 학과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학과명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학과에 대한 실제적인 소개, 관련 진로에 대한 소개, 그리고 간단한 학과 체험을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특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가진 것을 나눔으로써, 받는 사람과 나누는 사람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이 경험은 꽤 따뜻했습니다. 이러한 따뜻함이 좋아서, 대학을 졸업한 지금도 자소서 때문에, 면접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와 후배들을 도와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어쩌다 보니 교회 주일학교에서 선생님을 하고 있기도 합니다. 언젠가 반 아이들과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꿈은 바뀔 수 있지만, 잊어버리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차였지요. 그 말을 듣던 한 아이가 대뜸 "은 꿈을 이뤘네요. 쌤이 됐잖아요!"라는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그제야 한 걸음 물러서 제 그림을 바라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초록빛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까맣게 잊어버려 사라진 줄만 알았던 색깔이었는데, 삶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들로 찍힌 푸른빛의 터치들이 초록빛 꿈을 이뤄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들로 제 그림에 푸른빛이 더해질까요?




하얀빛 꿈


그림 전반에 가장 많이 깔려있는 색은 하얀색이 아닐까 싶습니다. "너는 꿈이 뭐야?"라는 질문에 최종적인 답이 된 색이기도 하지요. 하얗게 불태우며 지나온 길이자, 언제든 새로운 색을 덧입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색. 이 하얀 길의 끝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 길이 제 열정과 웃음이 머무는 곳이라는 건 압니다.


이 길은 '기획자'로서의 길입니다. 이 길엔 '마케터'라는 제 직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 삶의 가능성들을 키워가고, 하나의 컨텐츠로 만들어내는 '크리에이터'로서의 모습도 있습니다.


제가 그리는 '마케터'란 현상에 기획을 더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만족을 더해주는 사람이지요. 그 일이 너무 멋져 내 직업으로 삼겠노라 다짐했지만, 막상 그 길을 걷다 보니 너무 어려워 매일 넘어지고 있습니다. '이 길이 나한테 맞는가, 과연 나는 기획자로서 소질이 있는가'라는 고민은 매일 저와 함께 하는 동반자입니다. 그럼에도 '마케터'라는 하얀 꿈이 너무 빛나서, 매일 넘어지면서도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끙끙거리며 좌충우돌 매일 하얀빛을 조금씩 찍어가고 있습니다.

흘러가는 장면을 담고, 지나가던 생각을 잡아 기록하는 일, 그렇게 모여진 것들로 다시금 나를 선명히 쌓아가는 일 역시 제가 그리는 하얀빛 꿈입니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러한 기록들이 나를 단단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알거든요. 하지만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하나둘 쌓아온 기록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나와 비슷한 물음표를 마주한 사람들에게 쉼표를 건네기도 하고, 나와는 또 다른 생각을 나누기도 하며 나의 세상을 넓혀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읽고, 쓰고, 찍고, 기록하며 하얀빛을 더해갑니다.  




노란빛 꿈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색은 그림의 하단엔 깔린, 밝고 진한 노란빛 입니다. 바닥에 깔려 있어 미처 못 보고 지나치기 쉬운 색이지만, 저는 이 노란빛을 참 좋아합니다. 노란색은 다정하고, 따뜻합니다. 편안하고 즐겁죠. 제가 노란빛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 색을 구체적으로 그림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화가가 이 노란빛을 그림 곳곳에 잘 써주길, 그리고 그때 내가 그 빛을 온전히 잘 표현해낼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우리는 참 다양한 색들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동시에 무채색의 세상에서 살아갑니다. 다양한 빛깔들이 곳곳에 있지만, 그 빛을 마주하지 않으면 볼 수 없거든요. 그래서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더 어두워 보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도 무지갯빛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도 저는 이 노란빛만큼은 지키고 싶습니다. 이 색을 계속 마주하고 바라보고 싶습니다. 노란빛이 물씬 풍기는 말을 건네고 싶습니다. 포근하고 다정한 노란빛 글을 쓰고 싶습니다. 세상 곳곳에 있는 노란빛들에 주의를 기울이고 싶습니다. 이런 노란빛 경험을 다른 사람들과도 나누고 싶습니다. 색 자체를 잃어버린 사람들에게도 여기 이렇게 다정한 색깔이 있노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그림을 노랗게 물들이고, 다른 사람들의 그림에도 노란 쉼표를 선물하는, 그런 노란빛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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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WHY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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