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헉거리는 숨소리만 감도는 텅 빈 길, 결승선이 어디인지 감조차 오지 않는 광활한 곳. 그곳에서 저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계속 달렸습니다.
탁탁탁탁, 힘겹게 내딛는 걸음 뒤로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숨쉬기조차 버거웠기에, 등 뒤로 늘어선 물음표를 차마 마주할 용기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모른척했던 물음표는 점점 덩치가 커져 오히려 제 등을 떠밀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방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며 제 앞을 가로막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물음에 쫓기고, 때론 걸려 넘어지며 만신창이가 된 저는, 때마침 운이 좋게도 쉼표를 찾아 떠나는 배에 승선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속도를 줄이고, 달리기를 멈추었습니다. 배 한편에 가만히 앉아 나를 스쳐 가는 수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고요한 줄만 알았던 바다는 때론 배를 뒤집을 듯 세차게 일렁거렸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햇살과 함께 반짝이기도 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깊고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기도 했고, 하늘을 수놓는 붉은빛과 겹쳐져 따스하게 물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저는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스쳐 가는 수많은 흐름 중 기록하고 싶은 생각과 감정들을 붙잡고, 때론 저 너머 잊고 있었던 기억들까지 하나둘 건져 올려 물음표에 안겨주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나름의 '답'이란 걸 받아 든 물음표는 과연 사라졌을까요? 아니요,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하지만 더 이상 제 등을 떠밀지 않았죠. 잠시 멈추어 주위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잠깐의 쉼표를 갖는 것만으로도 쫓기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제가 이 항해를 통해 얻은 가장 큰 배움입니다.
아마도 이 여정은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예상치 못한 새로운 물음표가 나타나 또다시 제 등을 떠밀기도 하고, 이미 답을 한 물음표가 다시 나타나 저를 좌절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지금도 그러고 있듯이요)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때가 바로 쉼표로 닻을 내려야 하는 순간임을 말이죠. 그래서 오늘도 저는 한 자 한 자 닻을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