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일하는 사람이 지켜야할 약속
경비지도사가 현장을 순회하는 건 혼자서 하는 일입니다. 사무실이 아닌 외부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스스로를 단련해야 합니다.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려면 오늘 하루를 허투루 보낼 수 없습니다. 충실하게 다지는 매일이 쌓여서 미래로 가는 다리를 놓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이슈가 있어도 가고 없어도 가는 게 현장관리입니다. 외근을 간다고 했으면 반드시 현장에 들러서 일을 봐야 합니다. 현장에 방문하지 않고 전화 몇 통으로 일을 처리한 후에 개인적인 일을 본다면 자신과 회사에 커다란 손해가 생깁니다. 그렇게 보낸 하루가 내 인생의 빈틈이 되어 흔적을 남깁니다. 거짓말이 계속되고 무의미한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스로를 부정하게 됩니다.
저는 과거에 외근을 나갔다가 PC방, 사우나, 당구장, 스크린골프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강남으로 출퇴근하던 시절에는 회식이 자주 있었습니다. 전날의 과음으로 몸이 힘들 때면 교대역 근처 모텔을 대실해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쉬었습니다. 그렇게 쉬고 난 후 백암순대국으로 속을 풀었습니다. 회식 다음 날에는 현장으로 직접 출근하는 직원이 많았던 느슨한 분위기의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에는 그게 낭만이고 외근직의 장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장점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단점으로 보냈습니다.
외부에서 혼자 일하다 보면 수시로 짬이 생깁니다. 현장을 방문할 때는 점심시간을 피하고 상대의 사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화원은 이른 아침부터 집중 청소를 하고 점심시간이 지나면 마감 청소를 하고 퇴근합니다. 일과를 일찍 시작한 만큼 일찍 마칩니다. 공단의 경비원은 출근 시간에 정문 앞에서 바쁜 시간을 보냅니다. 차량과 직원들이 몰려들기 때문입니다. 아웃소싱 관리자는 현장의 집중근무 시간과 점심시간을 피해서 일을 보고 담당자를 만납니다. 차량으로 이동할 때도 여유 있게 출발해야 하므로 중간에 짬이 생깁니다.
상대방을 대면해서 일을 보는 시간보다 이동하는 시간, 기다리는 시간이 많습니다. 외근 때마다 주어지는 혼자만의 시간을 알차게 보낸다면 그런 시간이 쌓여서 내면이 충실해지고 사고가 확장됩니다.
외근 중에는 점심시간을 포함한 여유시간을 활용하는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장거리 운전이라면 식후에 잠시 눈을 붙여야 하고, 수시로 업무를 정리하고 수첩에 기록합니다. 공공도서관에 들러서 일간 신문이나 시사주간지를 보는 것도 좋습니다. 휴대폰 화면에서 잠시 눈을 떼고 아늑한 도서관에서 생각의 지평을 넓히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