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지도사의 배달사고>

정보와 물자를 중간에서 관리하는 심부름꾼

by FM경비지도사

경비지도사를 비롯한 현장관리자는 본사와 현장을 잇는 대리인입니다. 현장의 직원과 고객사 담당자를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현장관리자는 업무에 관한 정보와 물자를 중간에서 관리하는 심부름꾼입니다. 심부름을 반복하다 보면 요령이 생깁니다. 현장관리자는 회사를 대표하는 직원으로서 자신만의 원칙과 기준을 가져야 합니다. 자신의 욕심만 채우는 요령보다 모두를 살리는 방법과 명분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의 서브 루틴은 벤치에서 음료를 마실 때부터 시작됩니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정해진 루틴을 따르면 딴 생각 할 겨를이 없어집니다. 걱정이나 고민, 유혹이나 두려움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현장관리자의 원칙과 기준도 루틴과 같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전달하든 원칙과 기준에 맞게 하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양조장.png <양조장에 가서 막걸리를 받아오던 시절>

주전자로 막걸리 심부름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주전자로 막걸리를 배달하던 사람도 몇 번 반복하다 보면 막걸리에 관심을 가집니다. 막걸리를 몇 모금 마신 후에 물을 채워 넣고 배달합니다. 막걸리 배달에서도 심부름의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심부름은 본질적으로 양면성을 가집니다. 중요한 정보와 물자를 관리하는 일에는 언제나 그 나름의 유혹과 위험이 도사립니다. 이것은 심부름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명적으로 발생합니다.

심부름을 하는 동안 선택과 인정의 기회가 오기도 하고, 그걸로 인해 평가를 받고 소외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처음에는 단순하게 반복하지만 본질을 알고 나면 절차를 조정하고 과정을 주도할 수 있습니다. 현장관리자가 유혹과 위험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제가 몇 년 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는 명절 때마다 현장 직원과 고객사 담당자한테 선물과 상품권을 전달했습니다. 택배로 보내기도 하고 직접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주요 거래처 담당자의 경조사를 챙기는 것도 관리자의 역할이었습니다. 거래처의 장례식장에 갈 때는 회사에서 마련한 조의금을 챙겨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도 조금씩 새는 막걸리가 있었고 누군가는 대가를 치렀습니다.


심부름이라는 과업을 올바르게 이행한다면 성장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막걸리 심부름을 하다가 막걸리를 탐냈다면, 그 막걸리는 나누어 먹어야 합니다. 욕심내고 혼자 먹은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눠 먹는 것보다 중요한 건 정직하게 배달을 완수하고 그 효과를 당당하게 누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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