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편] 청양투어 '비로소 보이는 것들' (1)

1. 경상도 사람, 충청도를 처음 방문하다

by 이양고


1. 청양이라는 지역에 가보셨나요


저는 가봤습니다.

왜냐하면 '비보투어'를 다녀왔거든요.



‘3박 4일 힐링 트레킹 투어’라는 부제가 붙은 이번 캠프를 신청한 이유는 단순했다.


충청도를 한 번도 가본 적도,

특별히 갈 만한 이유도 없었는데

이번이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경상도 사람이 충청도를 가는 건

정말 결심이 필요한 일이다.

환승 포함해서 총 5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어나서 충청도를 처음 방문하겠다고

마음 먹었으니 취소할 순 없지.



내가 지내던 곳에서 청양으로 가려면 꼭 대전을 거쳐야 했다.


아침 9시에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향했고,
청양행 버스는 12시 19분에 출발 예정이었다.


하지만 12시가 다가오는데도

고속버스는 여전히 고속도로 위.
혹시나 계획이 틀어질까 조바심이 났다.


다음 차는 오후 3시.
청양 집합 시간은 4시.
12시 19분 차를 놓치면 모든 게 어긋나는 상황이었다.


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한 건 12시 10분.

무거운 가방을 둘러메고 열심히 달려,

겨우 19분 차에 올라탈 수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터져 나온 건,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헛웃음이었다.





이동시간은 총 다섯 시간.

이번 여정에서 나는 또 얼마나 성장할까.

설레는 마음으로 청양 터미널에 내렸다.

생각보다 훨씬 시골 같았지만 편의점과 카페가 제법 있어 안심이 되었다.


모이는 장소는 '찰리와 고추빵공장'




바로 앞엔 논과 밭이 펼쳐진 청양 촌구석.
그 한가운데, 이렇게 트렌디한 카페라니.


인테리어는 깔끔했고,

‘고추빵’이라는 메뉴는 독특했다.
청양에 온다면 꼭 한 번쯤 들러볼 만한,

특색 있는 공간이었다.


실제로, '고추빵공장'은 청양에서도 주목할 만큼 꽤 파급력이 있는 곳이었다.

‘고추빵’ 하나로 청년기업과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

‘협동조합 어쩌다로컬’은 △2022년 제1회 퐁당청양 사회적경제 창업경진대회 대상 수상 △2023년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2024년 2월, 지역특산 고추를 활용한 ‘찰리와 고추빵 공장’ 창업이라는 발자취를 거치며 지역자원과 청년 창업의 융합 모델로 떠올랐다.

특히 고추빵은 관광객 매출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청양을 대표하는 지역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출처 : 농수축산신문(http://www.aflnews.co.kr)




16시까지 모여야 했지만, 버스를 놓치지 않은 덕분에 한 시간이나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뻘쭘한 얼굴로 앉아 있으니, 참가자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앉아서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뭔지, MBTI는 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16시가 되었고,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모두가 모이자 소 대표님께서 서약서와 고추 볼펜을 나눠주셨다.
간단한 프로그램 소개에 이어, 다 같이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다.


참가자들의 나이는 05년생부터 92년생까지 다양했고

나는 그중에서도 나이가 많은 편에 속했다.





잠시 ‘내가 잘못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곧 숙소로 이동해 챙겨온 짐을 풀었다.



청양 가파마을 방문자 센터 외관



이번 투어의 멤버는 남자 8명, 여자 8명, 총 16명.


애초에는 모두 가파마을 방문자 센터에서 묵을 예정이었지만,

욕실이 부족해 불편할 거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결국 남자분들은 인근 절의 템플 스테이 방에서,
여자들은 방문자 센터 2층에서 지내기로 했다.





방문자 센터는 시골인 청양에서도 더 깊숙이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밤길은 어찌나 어두운지,
휴대폰 불빛에 의지하지 않으면 한 걸음 떼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지나 도착한 2층 숙소는 생각보다 훨씬 컸으나 불편한 점이 있었다.

여자 8명이 얼굴을 맞대고 누워야 할 만큼 좁았고,
이불은 얇아 몸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뼈가 시큰거릴 정도였다.





매트라도 도톰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고, 잠귀가 밝은 나로서는 한숨도 못 잔채로 3박이 지나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짐을 간단히 푼 뒤, 잘 자리를 정하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했다.

사각형 공간에서 각자 그나마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차지했고, 가위바위보에서 꼴등을 한 나는 남은 자리에 짐을 풀 수밖에 없었다.






2. 불편한 만큼 친밀해지는 속도도 빨랐다



그렇게 정리를 마치고,

모이기로 한 시간에 맞춰 공용 공간인 1층으로 내려가니 다들 멋쩍은 얼굴로 벽에 기대어 둘러앉아 있었다.


오늘의 첫번째 일정은 함께 모여 저녁 먹기.

소 대표님께서 치킨과 피자를 시켜주셨고

숙소에 있던 스태프들의 술을 몇 명이서 나눠먹을 수 있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 뒤,
소 대표님이 알려준 보드게임 ‘달무티’를 했다.


참가자는 16명, 게임 최대 인원보다 많았기에
둘씩 짝을 지어 함께 플레이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짝꿍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






달무티를 한참 하다 보니 몇 명은 피곤하다며 빠져나갔고, 아쉽다던 몇 명은 남아 마피아 게임을 시작했다.



삼십여 년을 살면서,
충청도에 처음 발을 디딘 날 밤.

딱딱한 바닥에 앉아 엉덩이가 아픈 줄도 모르고

깊어가는 밤을 마피아 게임으로 보냈다.


집에 가고 싶을 만큼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 덕에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짧은 시간 안에 서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