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편] 청양투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마지막화)

4. 함께 보낸 시간이 즐거울수록 이별은 아쉬운 법이니까

by 이양고

아쉬운 마음을 듬뿍 담아 새벽 네 시까지 깨어 있었으니 일찍 일어나긴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다행히 마지막 날 일정은 점심 식사 후 헤어지는 것이어서 아침 아홉 시까지 푹 잘 수 있었다.


눈을 뜨자 창밖에서 빗소리가 들렸다.
가까운 사람은 대전으로, 먼 사람들은 서울이나 경상도까지 운전해 돌아가야 하는데,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제법 거칠어
벌써부터 운전할 멤버들이 걱정되었다.



식당으로 향하는 길.

마침 멤버 중 경상도에서 차를 끌고 온 친구가 있어,

그 친구와 함께 대구까지 이동하기로 했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도

그 친구 차를 얻어 탔는데,
앞서 가던 트럭 짐칸에 우비를 쓴 두 사람이 타 있는 걸 보고는 사진을 찍었다.
쾌적한 차 안에서 바라본 그들의 모습은 왠지 낭만적으로 보였다.


우린 어쩌면, 끊임없이 이어지는 내 삶보다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가는 타인의 삶을 무던히, 부단히 부러워하며 평생을 살아가게 될지도 모른다.


나 역시 타인의 단편적인 면을 보고 부러워하고,
타인도 마찬가지로 내 단편적인 모습을 보고 부러워하는 순간이 있겠지.


그러니 결국 우리는 각자의 삶을 더욱 열심히 살아내야 한다.
부러움에는 끝이 없을 테니까.







오늘 우리의 점심은 만두전골.

어제 술을 밤늦게까지 마시기도 했고

비가 와서 뜨끈한 국물을 먹고 싶었는데

딱 적당한 선택이었다.


만두전골 맛은 슴슴했고

버섯을 포함한 야채가 많아 속이 편했다.




이별을 앞두고 아쉬운 마음을 담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끝’이라고 생각하니 3박 4일이 순식간에 후루룩 지나가버린 것만 같았다.


첫날 청양에 올 때만 해도,
5시간이나 걸려 오는 게 잘한 걸까,
돌아갈 땐 또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온갖 걱정을 안고 있었는데,
잠깐 눈을 감았다 뜬 사이 3박 4일이 훌쩍 흘러가 버린 것 같다.


요즘 자주 느낀다.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것.
그래서 무조건 해봐야만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것을.


처음엔 버스를 타고 5시간이나 걸려 청양에 오기로 한 걸 후회했지만,
만약 오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청양이라는 지역이 이렇게 멋있다는 것을.
그리고 여기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는 퇴사 이후, 내 한계를 단정짓지 않는 습관을 조금씩 몸에 들이고 있는 것 같다.




점심을 먹고 바로 이별일 줄 알았는데,
수미상관처럼 처음 모였던 찰리와 고추빵공장으로 다시 향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나는 조금 더 오래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경상도 친구 정훈이의 차를 함께 타야 하는 막내 은채가 버스를 타려면 오후 한 시에는 몸을 일으켜야 했다.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손을 흔든 뒤, 차에 올라 다시 경상도로 향했다.





경상도로 향하는 길에는 다행히 비가 그치기 시작했고,
대구로 가는 두 시간 남짓 동안 경상도 친구 정훈이와 재잘재잘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차만 타면 멀미를 하는 사람인데도,
오늘로써 청양의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고,
차 안에서 나누는 대화가 전혀 힘들지 않을 만큼 즐거웠다.


내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의령으로 돌아와 짐을 풀고 침대에 눕자,
일상으로 돌아온 안정감 같은 것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사실, 지금의 내게 ‘일상’은 어디에 기준을 둬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회사에 다닐 땐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 있어도
휴가가 끝나거나 주말이 지나면
시무룩한 표정으로 회사에 다시 출근하곤 했는데,
지금의 나는 청양에서의 3박 4일 일정이 끝나고도
또 다른 재미있는 일을 하러 돌아가는 중이라서 아쉽지만 크게 아쉽지는 않다.


그러면서도 슬그머니 걱정이 든다.
이렇게 재미있게만 살아도 되는 걸까.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 수는 없을 텐데—하는 마음으로.


[특별편] 청양 비보투어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