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번째 筆寫

구병모

by 이양고

그녀에게로 조금 더 다가간다.

아직 닿으려면 멀었고 그 얼마 안 되는 거리가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을까.

상처는, 그래, 나도 아픈 거 싫어하고 다치지 않고 싶다. 상처 입는 것도 입히는 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상처는,

나이제 그녀의 선생도 무엇도 아니지만, 말할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아무것도 아니기에 전할 수 있을지도.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

이제 나는 상처를 원경으로

삼지 않은 사랑이란 걸 더는 알지 못하게 되었다.

상처는 필연이고 용서는 선택이지만,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구병모, <절창>